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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215345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26
    조회수 : 3158
    IP : 124.61.***.102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1/26 13:34:28
    http://todayhumor.com/?humorstory_215345 모바일
    신발없는 나라 - 1편
    그 날의 꿈을 꾼다. 아무도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심상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한번 흘끗 보더니 곧 발을 살폈다. 내가 신발을 신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자 모두 고개를 획 돌려 하던 일에 다시 열중했다.

    나는 바닷물에 젖은 옷자락을 쥐어짜며 그곳에 발을 내딛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촉이었다. 얼핏 보면 황토빛 물이라고 착각될 정도로 입자가 매우 미세한 모래였다. 한걸음씩 뗄 때마다 물위를 걷는 듯 발바닥이 출렁였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제 나도 행복해 질 수 있겠지.


    어릴 적 나는 신발을 신는 것을 유난히 싫어했다. 놀이터에 갈 때나 잠깐 슈퍼 심부름을 갈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유치원에 갈 때도 신발을 신지 않았다. 그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달라지지 않았으며, 결국 이런 나의 버릇을 고칠 극단의 조치로 담임선생님과 엄마는 반 친구들까지 동원해서 합동 연극을 했다.

    “선영아. 신발을 신지 않으면 바닥에 있는 병균이 발톱사이로 들어가서 발이 썩게 돼. 그럼 어쩔 수 없이 두 발목을 잘라야 해.”

    “너 신발 안 신고 오면 우린 너랑 안놀꺼야.”

    나는 그 후부터 꼬박꼬박 신발을 신는 착한 아이가 됐다. 놀이터에 갈 때도 슈퍼 심부름을 갈 때는 물론, 학교에 갈 때도 신발을 꼭 챙겨 신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착한 아이가 된 탓에 집에 와서도 신발을 벗지 않았다. 거실에서 TV를 볼 때나 부엌에서 밥을 먹을 때, 침대에서 잠을 잘 때도 절대 신발을 벗지 않았다. 엄마와 선생님은 이번엔 실내에서는 신발을 벗는 거라며 가르쳐주셨지만, 나는 친구들과 두 발목을 잃고 싶지 않아 신발을 벗을 수가 없었다.

    중ㆍ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간간히 발이 커져 신발을 바꿔 신을 때만 빼고는 여전히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신발을 벗지 않았다. 처음엔 친구들이 나의 이런 점을 몰랐기에 나에게 살갑게 대했지만, 수련회를 한번 다녀오고 나면 내 주위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 내내 외톨이였던 내게 대학교에 입학해서 한명의 친구가 생겼다. 이런 나의 특이함을 동경하고, 나의 모든 것을 무조건적으로 좋아한다는 진우였다. 그때부터 나는 신발을 벗지 않고도 남들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

    15년 동안 내방은 줄곧 흙투성이였지만, 엄마도 더 이상 정신과에 데려가기 보다는 내 방에 비닐 한 장을 더 깔아주셨다. 이렇게 모든 것은 순조롭게 변했고 신발을 벗지 않는 다는 것 빼고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매년 여름은 정말 곤욕스러웠다. 더운 여름 신발 안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차, 이러다 금세라도 배고픈 짐승의 먹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의 구수한 냄새가 났다. 다시 그런 여름이 찾아왔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좋아한다던 진우도 결국, 샌들도 신고 예쁜 색색 깔의 구두를 매일 바꿔 신는 어떤 여자와 팔짱을 끼고 홀연히 내 곁을 떠났다. 10년 전 아빠처럼. 그 후, 이틀에 한 번씩 바뀌던 내방 바닥 비닐도 이젠 한 달에 한번 겨우 바뀌었다. 나의 삶은 다시 비정상적으로 흘러갔다.

    나는 슬펐다. 신발을 벗으면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신발을 벗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있는 모든 상황이 썩어버릴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살아야 하는데. 살아있기에는 무서웠다. 그래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외로움과 두려움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죽음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사이트를 검색했다. 하지만 아무리 검색을 해도 ‘생명은 소중합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자살예방센터, 상담 센터 등의 사이트들만 나타날 뿐 내가 원하는 것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웃기고 있네. 나는 화가 나서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두서없이 키보드에 아무렇게나 두드렸다. 그때 페이지가 새롭게 바뀌더니 어느 사이트에 접속이 됐다. 성인사이트나, 그냥 광고 사이트겠지. 대수롭지 않게 창을 끄려는데, 한 문구가 내 눈에 들어왔다.

    ‘신발 없는 나라’

    분명 그곳에는 신발이 없는 나라라고 적혀있었다. 사진도, 살펴볼 수 있는 메뉴도 아무것도 없고 다만 게시 글이 하나 적혀있었다.


    [ 이곳은 신발이 없는 나라입니다. 이곳은 걱정이 없는 나라입니다. 누구나 환영합니다. 신발이 없는 나라에 오는 여객선은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오후 10시에 운항됩니다. 인천여객터미널 제2국제여객터미널에 있는 하얀 배를 타세요. 감사합니다. -신발 없는 나라- ]

    *주의 사항 : 절대 신발을 신고오지 말 것. 가져오지도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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