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주말 부부이고 저는 주날에만 아이를 돌봅니다. 토요일에는 와이프 퇴근 전까지 제가 두 녀석 육아를 전담하지요.
지난 토요일 오후 아이들 목욕을 시키고 로션을 발라 주는데 유치원 다니는 다섯 살 큰 아이가 정강이가 아프다는 겁니다. 왜 그랬는지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합니다. 몇 번 더 구슬리며 물으니 유치원에서 선생님 화장실 갔을 때 어떤 아이가 발로 찼다고 합니다. 좀 더 캐 물으니 예전에 선생님이 화장실 간 사이에 볼을 꼬집은 적도 있다 합니다.
사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다쳐 온 적이 몇 차례있습니다.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두 번이나 눈 밑을 긁혀 왔어요. 흉이 남진 않을까 걱정 될 정도로요. 그 때는 상대 아이가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여러 아이의 얼굴을 망쳐 놀았던 '공공의 적' 취급을 당하던 터라 서로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란다는 말 유치원측에 전하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서 아이 옷에 빨간 매직으로 죽 그은 자국이 있어 아이에게 물었더니 어떤 애가 선생님 화장실 간 사이에 엎드려 있던 자기 등을 밟고 매직으로 그었다더군요. 항의 전화했더니 선생님도 사실을 알고 있었고 훈계했다 합니다. 상대 부모에게도 주의 당부드리겠다더군요. (상대 아이 부모님 측에서는 누운 상태로 발로 밟으며 하는 마사지를 아이가 보고 배운 것 같다더군요.)
얼 마 후 아이 정강이에 심한 멍이 몇 개 들어 있어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이는 기억이 안 난다 합니다. (우리 아이는 다쳐서 왔을 때 좀처럼 사실 관계를 명확히 얘기하지 않습니다. 한참을 구슬려야 겨우 사건을 이해 할 단초 정도만 제공하는 편입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어떤 여자 아이가 발로 찼다 합니다. 같은 단지 사는, 저도 본 적이 있는, 다소 말괄량이 끼가 있는 아이입니다. 유치원에 제가 직접 항의전화했습니다. 선생님은 전혀 모르고 계시더군요. 자초지종 확인 하더니 그 애가 발로 찬 게 맞다 합니다. 상대 부모에 말씀 드렸더니 사과하시면서 아빠랑 아이가 발차기 연습 한 것 때문에 그리된 것 같다 하시더군요.
한 번은 제가 하원하는 아이 마중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 눈 옆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찍힌 듯한 상처가 났더군요. 위험한 부위였습니다. 선생님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확실하진 않지만 자기가 긁거나 실수로 모서리에 부딪친 것 같다 합니다. 화가 많이 나더군요. 다친 게 문제가 아니라 선생님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더군요. 확실치 않으면 cctv돌려 보든 아니면 앞으로 좀더 신경쓰겠다 하면 문제되지 않을 것을 아이 앞에서 아이가 듣고 있는데 '이건 네 잘못이지? 아마 그럴거야.'하고 말하는 듯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cctv 확인하고 전화 달라 했습니다. 그러겠다 하더니 일주일 묵묵부답인 겁니다. 다시 전화해서 원장님께 항의하고 담임 선생님께도 섭섭하단 마씀 드렸습니다. cctv확인전화 유야무야 넘어간 것에 대해, 확실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발언을 당사자 앞에서 필터링 없이 한 것에 대해서요. 진지하게 사과하시더군요.
그러고 나서 지난 주에 사건이 또 터진 겁니다. 아이가 정강이에 멍이 든 사건이요.
이쯤 되니 제가 확인하지 못한 다른 사건이 또 있진 않을지 걱정됩니다. 지난 5월쯤 아이가 이틀 연속 유치원에서 팔이 빠져 응급실에 간 적이 있습니다. 강강수월래 하다가 빠졌다는 선생님 말을 믿고 그냥 넘기긴 했지만 이 또한 선생님 부재중에 일어난 일종의 일종의 테러 사건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잊을만 하면 몸에 상처를 달고 오는 아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혹은 인지하더라도 작은 일로 여기고 먼저 연락하지 않는, 항의전화받고서야 사실 확인하고 덧붙여 '오늘 아이가 이러이런 멋진 행동을 했답니다.' 하고 부모 기분 업시키며 사건 마무리하려는 선생님(오늘은 한글 숫자조합하기 잘했다고 전화하셨네요) 이 못 미더워 하소연해 봅니다.
회원님글 중 유치원 선생님도 계실 텐데 혹여 제가 공감 능력이 부족해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역으로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