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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cook_214780
    작성자 : 요오리사
    추천 : 18
    조회수 : 1483
    IP : 39.118.***.58
    댓글 : 20개
    등록시간 : 2017/11/24 18:13:37
    http://todayhumor.com/?cook_214780 모바일
    스와니예/Soigne (미슐랭 서울 2018 1스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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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igné

    '잘 만들어진'



    '정성 들인'



    .
    .
    .
    .
    1.jpg


    서래마을에 위치한 스와니예


    세련되면서 한국적이며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



    2.jpg+


    초기 테이블 세팅



    23.jpg



    스와니예는 3개월마다 메뉴를 바꾸며


    자신들은 에피소드, 즉 이야기가 바뀐다고 표현한다.


    이 날은 16번째 이야기였다.


    16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고조리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전통 조리법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런치 가격은 1인 6.5~9만원


    메인에서 안심을 고르면 2.5만원의 추가 요금이 붙어서 9만원까지 나올 수 있다.



    4.jpg

    첫 번째 이야기


    [가지찜]


    이 요리는 '음식디미방'이라는 책으로부터 나온 요리이다.


    '규곤시의방' 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책은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을 다른 최초의 우리말 요리서로 잘 알려져있다.


    가지는 증기에 찌고 그 위에는 된장 소스를 바른다.


    그 후 직화로 살짝 구워 내어 향을 입힌 뒤 


    좌측의 것은 메밀을 올려 식감을, 영양 부추를 올려 색감을 강조하였다.


    우측의 것은 오징어를 다져 직화로 구워내어 올린 것인데 이는 다진 소고기와 같거나 그 이상의 식감을 낸다.




    5.jpg

    두 번째 이야기


    [당근김치]


    이 요리는 '임원십육지' 라는 조선시대 실용백서로부터 나왔다.


    과거의 김치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김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당근김치는 김치라기보다는 당근을 매운 향이나는 야채와 식초에 절여 저장하는 그런 음식이었다.


    때문에 스와니예는 이를 오늘날의 피클과 비슷한 형태로 판단하여


    당근을 피클링하여 서빙했다.


    그리고 매운향을 내기 위해 겨자 잎을 사용했으며 그 안에는


    뛰어난 풍미를 내는 숙성 도미회를 넣었다.


    그리고 생강과 펜넬을 곁들임으로써 훌륭한 조화를 이뤄냈다.




    6.jpg

    세 번째 이야기


    [당귀편]


    이 요리 또한 당근김치와 마찬가지로 '임원십육지'에서 나온 요리이다.


    당귀는 한약재로 더욱 잘 알려져있는데 


    그 달달하며 풍부한 당귀만의 향이


    스와니예를 통해 당귀편으로 재탄생하니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7.jpg

                                                                                           네 번째 이야기


    [전복김치]


    이 요리는 '규합총서' 라는 책으로부터 나왔다.


    규합총서는 조선시대 고조리서로서 


    내용을 자세하고 확실하게 표시하였을 뿐아니라 


    저자의 시행 후기, 인용 출처 등을 자세하게 적어놓은 책으로


    필사본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조리서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으로 흔히들 알려져있다. 


    발효시킨 전복은 무, 배와 같은 모양으로 손질하여 


    레이어드 형태로 플레이팅하였다.


    전체적으로도 대파 향의 소스에 발효시킨 전복김치의 국물과 대파오일로 밸런스를 잡아주었다.


    많은 재료가 들어가있지만


    결국엔 하나의 맛으로 귀결되는 요리다.




    8.jpg

    다섯 번째 이야기


    [배추만두]


    이 요리도 '임원십육지 정조지'에서 나온 요리이다.


    카펠로니 파스타 면을 메밀로 만들고


    그 안을 이탈리안 시즈닝으로 간을 한 배추만두소로 채워넣었다.


    위에는 샬롯과 베이컨, 건포도로 만든 다데기 양념을 올렸고


    주변엔 겨자, 감귤껍질을 뿌렸으며


    버터 치킨소스로 기억되는 소스를 뿌려내었다.


    이 음식을 먹으며 가장 감탄했던건 여러 구성요소들의 조화였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건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조화를 잘 이루는 음식을 만들어내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맛있는 음식 위에 맛있는 소스를 내어


    안정적인 구성의  맛있는 디쉬를 내곤한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런 것들은 단순히 하나의 좋은 조합일뿐이지


    조화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요리의 경우에는 담백한 메밀피


    적당히 간이 된 만두소


    짠 맛보다는 감칠맛에 집중된 농후한 소스


    약간의 악센트를 넣어주는 시트러스 향의 파우더


    그리고 베이컨, 샬롯, 건포도 다데기 양념으로부터 나오는 깊이 있는 간간한 맛.


    각각의 맛들은 퍼즐처럼 


    빈틈없이 제 자리로 찾아간다.


    마치 이미 정해져 있던 것처럼.




    9.jpg

    여섯 번째 이야기


    [미네굴국]


    이 요리는 '군학회등'이라는 고조리서로부터 나왔다.


    군학회등은 1800년대부터 작자미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책이다.


    알맞게 구워낸 관자와 고수 장아찌 그리고 근대를 넣어


    맛과 식감의 조화를 이뤄냈다.


    그 후, 이준 셰프가 직접 나와 


    굴을 이용해 진하게 끓여낸 육수를 부어준다.


    이 요리에 대한 평은 굳이 길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시원하다. 


    맛있다.




    10.jpg

    메인이 나오기 전에 커트러리를 라귀올로 바꿔준다.


    메인 요리를 말하기 전에 


    레스토랑 전반적인 면에 대해 언급해보자면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부족한 점이 없다.


    친절한 응대는 물론이고


    숙련된 서빙


    아뮤즈를 먹고 입을 한 번 타올로 닦아내고 있었더니 그걸 본 웨이터가


    몇 초도 안되는 사이에 테이블에 냅킨을 세팅해주는 순발력도 가지고 있다.


    디쉬 간의 서빙 텀도 굉장히 이상적이다.


    주문이 끝난 뒤 2분이 안되서 주문했던 음료가 나왔고


    그 뒤 1분 내에 첫 번째 접시가 나왔다.


    접시 간의 서빙 텀도 메인을 제외하고서는 2~5분 사이를 유지했다. 


    메인도 6~7분 사이에 나왔던걸로 기억한다.




    11.jpg

    [반죽으로 감싸 구운 돼지]


    이 요리 또한 '군학회등'에서 나온 요리이며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할 수 있는 요리다.


     양념을 밀가루로 풀처럼 만들어 고기에 발라가며 굽는다.


    일반적인 조리법은 절대로 아니다.


    고서에 따르면 조리 마지막 과정에 그 밀가루 껍질을 벗겨내어 익은 고기를 먹으라하는데


    이는 현대의 수비드 기법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가진다.


    밀가루 옷이 고기가 직접적으로 열을 받는걸 막아준다.


    결국에는 재료 자체의 내부 수분으로써 조리가 된다.


    그 과정에서 밀가루 풀에 있는 양념이 자연적으로 고기에 스며들게 된다.


    수비드 기법이다.


    또한 여기에 송화버섯과 흑마늘 소스 등을 곁들였는데


     굉장히 훌륭했다.


    돼지고기는 미디엄 정도로 구워내었는데 부드럽기가 


    소고기 그 이상이었다.


    일행이 시켰던 2.5만원의 과금이 붙는 한우 안심보다도 훌륭했다.




    12.jpg

    13.jpg

    여덟 번째 이야기


    [산삼병]


    이 디저트는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산가요록'으로부터 나왔다.


    고서에 따르면 당시에는 더덕도 산삼이라 칭했다.


    더덕을 꿀에 재워 쌀가루를 묻혀 찌는 방식은 오늘날의 떡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지만


    이것이 바로 떡의 초기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 옆에는 더덕 무스를 쿠키 사이에 넣은 더덕 샌드가 있다.


    또 더덕으로 만들어낸 아이스크림도 함께 내었다.


    익숙한 맛을 익숙치 않은 형태로 접하는 


    이질감


    재미있다.




    14.jpg

    15.jpg

    마지막에는 국화차와 각종 과일을 꿀이 절인 디저트를 내어준다.


    좋은 마무리였다.



    16.jpg


    식사를 마칠 때 즈음에


    이 날 요리가 어떤 해석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적어놓은


    책을 보여준다.


    이번 리뷰에 기재된 레시피 등도 대부분 여기서 인용한 것이다.



    17.jpg


    계산을 하고 나면


    하나의 편지 봉투를 주는데


    내용물은 위 책 내용을 A4 용지에 타이핑하여 인쇄한 것이다.





    오랜만에 정말이지 훌륭한 음식을 경험하게 되어 


    뜻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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