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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2147
    작성자 : mooooo
    추천 : 26
    조회수 : 5741
    IP : 66.62.***.30
    댓글 : 87개
    등록시간 : 2015/11/13 11:56:05
    http://todayhumor.com/?soda_2147 모바일
    박사 과정하면서 생겼던 일..
    수능이 끝나니 페북에 수능생들에게 전하는 말들이 보이는데 보다가 문뜩 옛날 일이 생각나 적어봅니다.

    멘붕인지 사이다인지 알수 없는 애매모호한 글이므로 음슴체.(이렇게 하는거 맞나...?)

    글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하자면 글 전체가 좀 개신교에 대해 적대적으로 들릴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절대 개신교에 대한 감정이 있는건 아님. 

    개신교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단 그냥 맹목적으로 신을 믿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니 기독교 신자들이 읽고 불쾌해하지 않았으면함.


    그리고 필자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자면 초등학교때 미국으로 유학을 왔는데 이 이야기는 박사과정 2년차에 생긴 일임.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항상 한국인이 거의 없는 곳에서 공부하다보니 미국에서 한국인 지인이 거의 없었고 덕분에 한국인을 대하는게 조금 꺼려져서 

    대학을 가서도 한국인과 잘 어울리지를 않음. 그래서 이 일이 일어났을 때도 학교 내에서 딱히 인사하고 다니는 한국인이 없었을 때임.


    학기 첫째주에 스x벅x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공부를 하고있는데 한 한국인이 다가오더니 뜬금없이 나에게 한국인이냐고 한국어로 물어봄. 한국인이 아니면

    어쩌려고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쨋든 신기하고 그런 마음에 그 사람과  대화를 함. 알고보니 이 사람은 다른과에 온 대학원 신입생이었고

    처음 유학온 사람인데 주변에 아는 지인도 없고 막막해서 x타x스에 왔다가 한국인처럼 생긴 사람(나...)이 있길래 와서 말을 걸어봤다 함. 이 사람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그냥 편의상 김씨라고 부르겠음. 이 김씨가 처음 유학을 와서 정말 많이 갑갑했는지 내가 한국어로 대답을 하자 너무 반가워하며

    커피도 사줌(생각해보면 이게 반가워서 사준건지 내가 학부생이라 생각해서 사준건지는 모르겠음. 내가 당시 22살이어서 박사생이라고 생각하진

    못했을것 같기도 함.) 그리고서는 내가 대학 주변에서 1년 넘게 살았다는 것을 알자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고 나는 도와주고픈 마음으로 이것저것 

    알려주고 전번 교환도 함. 그러고선 며칠뒤에 김씨가 대학원 한인회에 나가는데 나보고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봄. 당시에 그런게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나는 궁금하기도 해서 같이 모임에 참석했고 첫날 한인회 간부들에게 번호를 따인(?) 나는 그 뒤로 오라고 문자가 올때마다 거절하지 못하고

    한인회에 나가게 되면서 한인회 사람들과 나름 친해지게됨.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는 뒤에 가면 조금더 명확해짐.)

    그리고 이 뒤에도 김씨는 일주일에 두어번 연락해서 같이 밥을 먹자고 했고 나야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고 김씨가 나보다 한참  위였기에 (9살인가 10살인가)

    거절하지 못하고 같이 밥을 먹음. 그렇게 한 몇주 지나고나서 김씨가 밥을 먹던 도중 "혹시 교회 다니니?" 라고 물어봄. 나는 대학교때 신학 수업을

    들을만큼 종교에 관심이 있지만 딱히 특정 종교나 신을 믿는것이 아니라 교회를 다니는게 아니라서 별 생각없이 안 다닌다고 했더니 김씨가 이때부터

    나를 막 교회에 끌어들이려고 함. 알고봤더니 김씨가 진짜 맹목적으로 교회를 믿는 사람이었는데 이날부터 틈만 나면 같이 교회가지 않겠냐고 물어봄.

    나는 한 2~3달 동안 거절하다가 하도 끈질기게 물어보길래 한번 같이 가고 그냥 별로라 안가겠다라고 하려고 어느날 김씨와 같이 교회를 감. 



    당시 대학 주변에 교회가 몇개 있었는데 한인교회가 한개, 교환학생들이 많이가는 외국 교회 한개 그리고 주로 미국인들만 오는 교회가 한개 있었음. 

    한인회 사람들중 교회를 다니던 사람들은 거의 전부 한인교회나 교환학생이 많은 교회를 다녔는데 김씨는 주로 미국인이 있던 교회에 다님. 

    그날 예배(?)가 끝나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어땠냐고 물어봄. 나야 딱히 감흥이 없었지만 김씨 비위에 맞춰주기위해 괜찮았고 사람들이 친절했다함.

    그랬더니 김씨가 좋아하며 내가 거의다 권유에 넘어왔다 생각했는지 이때부터 자기가 생각하는걸 막 뱉음. 제일 먼저 역시 천조국이라그런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다 친절하다니부터 학교내에 몰몬교 애들이 있는데(미국내 큰 대학들은 전부 몰몬교 전도사들이 몇명씩 있음)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지 말라느니 등등.. 김씨가 교회를 믿는다는건 알았지만 이정도인줄 몰랐던 나는 당시 굉장히 기분이 불편해짐. 실제로 미국에서 몰몬교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지말라 이런식의 말을 진지하게 하면 맞을수도 있음.. 그래도 딱히 뭐라하지 못하고 계속 밥을 먹고 있는데 김씨가 내 부모님이 교회 다니냐고

    물어봄. 내 부모님은 성당을 다니셔서 나는 이때 

    "천주교시다"

    라고 대답함. 그러자 김씨가 표정이 좀 변하더니 

    "아 그렇구나.. 기독교면 더 좋을텐데 그래도 몰몬 이런 이단(실제 이단이라 부름)보단 낫지. 부모님들도 교회다니라고 한번 말해봐"

    라고 말함. 나는 할말을 잃고 그냥 묵묵히 밥을 먹는데 김씨가 결정타를 날림.

    "그래도 부모님이 정말 성실히 믿으시나보네.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지. 제대로 믿으셨으면 네가 더 잘되었을텐데"

    ??? 이게 무슨 헛소리지 라고 생각하고있는데 김씨가 설명을 시작함. 그의 설명인즉슨 부모들이 신(예수)을 믿으면 애를 가졌을때 성령이 내려와

    애들의 몸에 깃드는데 이때 성령의 양(?)이 믿음의 양과 비례한다는거임. 그리고 성령이 많이 깃들수록 애가 똑똑해진다 함.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세계적인 학자들이 전부 예수를 믿는 사람들인게 그런 이유라함 - 순식간에 유럽외에서 태어난 모든 학자는 바보취급.. 나는 와 저딴걸 믿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을 하며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김씨가 계속 들이댐.

    "네가 잘하는게 다 부모님이 성실해서 그렇다. 예수님이 아니면 우리는 지금 여기 있지도 못한다. 네 미래를 위해 예수님께 기도해라"

    등등.. 내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당시 대학을 조기졸업하고 대학원에서도 첫해에 논문을 발표할만큼 내 분야에선 나름 재능이 있는데 난 절대적으로

    내 성공 = 나의 노력+나의 재능 이라고 믿는 사람임. 어렸을때 주변에서 내가 뭘 하면 "아 얘는 똑똑하니까"라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때마다 내 노력을 무시하는것 같아서 나름의 트라우마 비슷한게 생기고 노력없인 성공할수 없단 아주 강력한 믿음이 생김. 

    여하튼 김씨가 

    "네 성공 = 예수님의 뜻이고 니 노력은 개나 줘라. 니가 아무리 노력해도 예수님 뜻 없인 안된다."

    라는 식으로 말하자 나는 울컥했고 처음으로 반박을 함.

    "아니 그러면 조선시대 이런 때 살았던 천재들은 부모님들이 뭘 믿어서 천재가 되었나요?"

    이때 김씨 얼굴표정이 정말 싹 굳음. 김씨는 계속해서 뭐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알게모르게 믿음이 있었던 거다~ 이런식으로 계속 자기 주장을 펼쳐갔고

    나는 나 나름대로 재능이야 그냥 운빨로 갖고 태어나는거고 나머지는 모두 내 노력여하에 달린거다 라고 계속 말을함. 그러자 김씨도 아 얘는 안되겠구나

    라고 생각한건지 마지막 무리수를 둠.

    "니가 지금 조금 잘 나간다 그래서 성공한거 같지만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최근에 기도를 하면서 예수님이 나한테 논문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이 논문이

    정말 혁신적일거고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거다. 믿음이 없으면 너는 평생 그런 논문을 못쓸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멘붕을 했고 그냥 웃으면서 나는 수업하러 가야된다하고 헤어짐. 물론 이 뒤로 김씨와 연락은 끊겼고 나는 새로운 연구와 연애사업

    등으로 바빠져서 한동안 한인회도 못나감. 그러다 학기말에 한인회 모임에 나갔는데 사람들 분위기가 좀 이상함. 나야 그냥 뭐 학기말이고 다들 지쳐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모임 끝나고 회장형이 나를 부름. 무슨 이유에선지 회장형이 나를 되게 예뻐했는데 회장형 말로는 김씨가 나랑 있었던 얘기를 모임에서

    한 모양임. 그런데 한인회내에서 한인교회를 다니는 사람들과 외국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좀 상반된 입장을 가짐. 한인교회파는 김씨 편을

    외국교회파는 내 편을 들어준거임(참고로 당시 간부들은 전부 외국교회파였음). 그런데 이 후로 내가 모임에 나갈때 종종 한인교회파 사람들이 나보고

    교회좀 나와라~ 라는 등의 말을 툭툭 건냄. 결국 나는 모임에 나가는것 자체가 불편해졌고 그 다음 학기부터 모임에 나가지 않음. 


    그렇게 2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동안 회장형이 김씨 한국 갔고 한인교회사람들도 더이상 모임에 안 나오니 나보고 모임에 나오라함. 나야 여름방학동안

    크게 바쁜것도 아니고 회장형이 직접적으로 나오라고 권유도 했기에 모임에 나감. 모임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내가 모임에 안나가기 시작한

    후로 몇몇 사건이 터져서 한국교회파랑 해외교회파랑 완전히 갈라선 모양. 덕분에 한국교회파는 비공식적 모임을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만나고 결국

    한인 모임은 그렇게 반토막이 남. 그런데 여기서부터 이제 김씨의 고난이 시작됨.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김씨가 나에게 미국은 천조국이다라고 찬양하며

    한국 교회가 성장했지만 아직 믿음이나 친절등이 미국 교회에 비할바가 아니다 등의 얘기를 했는데 똑같은 소리를 다른 한국인에게도 한 모양임. 그런데

    유학 다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인모임에서 한 사람이 알면 모두가 알게됨. 덕분에 이 이야기는 한인교회 사람들 사이에 퍼졌고 이를 곱지않게 

    받아들인 한인교회 사람들 덕분에 김씨는 한인교회측에 끼지 못함. 그래서 해외교회측 모임에 나오지만 해외교회측에서도 나와의 사건을 계기로

    환대받진 못한 모양임. 결국 김씨는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고 그렇게 쓸쓸히 지내다 여름동안 가족 만나러 한국 갔다함. 이 얘기를 들었을때

    김씨가 조금 불쌍도 했지만 결국은 자업자득인 셈임. 그리고 다음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김씨가 안보임. 그 전 해에는 사건이 터진 후로도 그냥 캠퍼스에서

    간혹 모습이 보였는데 아주 종적을 감춤. 알고봤더니 성적 미달로 쫓겨났다함. 이게 진짜 기가막힌게 미국에서 대부분 대학원은 4.0 만점에 3.0~3.5학점

    정도를 유지해야함(보통 3.0이고 3.5는 장학금). 그런데 이게 별 의미없는게 대학원에서 3.0 이하로 받기가 거의 불가능함. 매번 수업나가고 수업에서

    몇번 대답하고 이러면 내가 아무리 못해도 교수들이 최소 B-는 주기때문임. 실제로 대학원에서 C를 받으면 그건 박사과정 포기해야한다고 할만큼

    B-아래로 받기가 어려움. 우리 대학원도 3.0이 최소학점이었고 김씨는 장학금이 없던 상태였으므로 최소한 C가 1년에 2개는 떴다는 소리임. 세계적인

    논문을 쓴다더니 하던 사람이 저런 형편없는 성적으로 쫓겨났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저 우스웠지만 "아~ 이제 김씨도 믿음이 다는 아니란걸 배웠겠지"

    라고 생각함. 그런데... 어느날 마이스페이스(페이스북 비슷한거. 옛날엔 이게 대세였음)에 들어갔는데 김씨페이지를 체크해봄. 그런데 김씨

    페이지에 한국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예수님의 뜻대로 미국에서의 학업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한국으로 왔습니다"

    라는 식의 말이 적힌 글을 봄. 결국은 지가 못해서 학교에서 쫓겨난것조차 예수님 탓(?)임. 이 글을 보고 내가 아 이사람은 배운게 없구나 생각하고 

    내 페이지에 글을 씀.

    "신은 세계적인 논문 아이디어를 줄순 있지만 A는 주지 못하나봅니다."

    김씨가 이 글을 읽었는지 글쓴지 며칠후에 다시 김씨 페이지 들어가보려니 차단당함. 그 일 이후로 김씨 소식은 전해들은 바가 없음. 페북에서 찾아볼까

    생각도 가끔 해보지만 괜히 찾아들어갔다가 나만 멘붕할것 같아서 그만둠. 참고로 이 일이 있은후로부터 나는 학기초마다 내 수업에서 농담식으로 항상

    이렇게 말함.

    "무슨 신을 믿던간에 신한테 A받게 해주세요라고 빌지마라. 그 빌시간에 공부를 해라. 왜냐면 너네들 학점은 신이 아니라 내가 주는거거든."



    다 쓰고보니 딱히 사이다같진 않지만.. 나름 통쾌한 이야기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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