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곧 9개월이 되어가는 아가를 키우고 있는 줌마징어예요.
우선 사용기를 풀어보기에 앞서 저는 매우 게으르고 매사 대충대충 하는 사람임을 밝힙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고 천기저귀를 사용해볼까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런데 부지런하지 않아서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저 같은 게으름뱅이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핫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주방과 거실은 폭탄이 떨어진듯 하네요...에라 모르겠다) 앗, 그리고 저는 아가를 혼자 보고 집안일도 혼자 했어요. 물론 아가가 순둥이라서 가능한 것 같기는 합니다.
1. 기저귀 커버가 필요합니다. 전 두 개 있어요. 그리고 그냥 기저귀용 고무줄(?)도 한 개 있어요. 고무줄보다는 커버가 더 잘 쓰이는 듯. 고무줄로 해 놓으면 기어다니면서 벗겨지거나 쉬야 양이 많으면 바지를 적시거나 해서 전 잘 안 써요. 커버는 두세개 준비하세요. 커버에 응아 묻는 경우가 없지 않아요.
2. 소창, 광목, 그리고 얇고 큰 보자기 같은 천기저귀(천 이름은 모르겠어요ㅠㅠ)을 써봤는데요. 이 중 으뜸은 얇고 큰 보자기 같은 천 기저귀였어요. 아! 땅콩 기저귀는 안써봤네요. 소창과 광목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끝을 대충 감침질해서 썼구요. 광목은 빳빳한 맛은 좋은데 아무래도 보드라운 건 소창이더라구요. 소창은 싸고 양이 많아서 좋았던 것 같고요. 보자기 같은 천기저귀는 보드랍기도 하고 마르기도 잘 마르고, 아기 목욕 후 수건으로도 쓰고, 참 좋아요. 이건 굳이 기저귀 용도로 사용 안 하셔도 몇 장 있음 유용한 것 같아요.
3. 세탁. 저는 아가 세탁기가 있어요. 쉬 기저귀는 싼 즉시 아가 빨래 바구니에 모았다가 하루에 한 번 삶음 코스로 돌려줍니다. 아가 옷도 따로 빨면 귀찮기에 같이 삶아요. 응가 기저귀는 전용 대야를 화장실에 준비해놓고, 응아를 물에 털어낸다는 느낌으로 슬슬 헹궈준 다음 역시 쉬 기저귀와 함께 삶아줍니다. 더욱 청결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저의 귀찮음은 이 정도가 한계이기에... 가끔 삶음 코스로 안 돌리고 뜨거운 물에 일반 세탁할 때도 있어요. 뭐 괜찮더라구요. 세탁할 때에 제 기준 가장 중요한 것은 손가락 관절 안 쓰기였어요. 응가 기저귀도 비틀어짜면 손목이랑 손가락 아프니까 절대 안 짰고요.
4. 접기. 어차피 수시로 쉬하고 응가하는 건데 반듯하게 접을 필요 없지요. 저는 너무 귀찮으면 안 접은 거 산 같이 쌓아놓고 갈 때 즉시 접어서 주기도...부끄럽네요;; 좌우간 여기서도 손가락 최대한 덜 쓰게 대충 접어서 바구니에 쌓아둡니다.
5. 양은 많이 필요해요. 저는 30장 정도 있는 것 같은데 더 있으면 더 편할 것 같아요. 양이 적으면 부지런히 빨래 돌리고 접고 하면 다 되겠지만 전 그거 안 되거든요. 그냥 하루에 한 번 빨래하는 것도 충분히 많아요.
6. 그래도 천만 다 쓰지는 못하고 천이랑 일회용을 섞어서 써요. 낮에는 천을 쓰고요, 잘 때와 외출할 때에는 일회용을 쓰고요.
7. 생후 첫 한달간은 일회용을 쓰시기를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그 때에는 응아가 많이 묽어서 세탁하다 멘탈 나가요. 전 처음에 누군가의 똥을 손에 묻힌다는 것이 정말..아...안되더라고요. 게다가 신생아는 자주 싸서 진짜 자주 갈아줘야 하는데, 그 때에는 몸도 다 회복이 안 되었을 때라 힘들어요. 그냥 몸 추스릴 동안에는 일회용 쓰세요.
8. 제가 아프거나 하는 날에는 일회용 채워두고 그러는데요. 뭘 써도 일회용은 발진이 나더라고요. 그것도 나름 자주 갈아주는데...ㅠㅠ 천 쓰면 늘 엉덩이가 보송해서 좋아요.
9. 기저귀 값, 기저귀 쓰레기통 리필 봉투 값 덜 들어서 좋아요. 한달 내내 하루에 한 번씩 아가 세탁기로 삶았는데 전기세 딱 만원 더 나왔어요.
10.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기저귀를 자주 자주 갈아주면서 아가를 자주 만져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한 번 갈 때 엉덩이 한 번 토닥거리고, 한 번 갈 때 다리 주무르고, 배에 뽀뽀하고 등등...기저귀 안 갈 때에도 물론 많이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애정 표현을 듬뿍 할 수 있다는 점? 일회용을 쓰면 애정 표현을 덜 하게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고요. 약간 알람처럼?^^; 그런 느낌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11. 얼마나 자주 갈아줘야 하냐면 그냥 심심하면 만져보고 심심하면 갈아줘야 해요. 그리고 딱 싸는 타이밍이 있는데, 그건 조금만 해보시면 느낌이 와요. 이 때쯤 쌌겠다 하는 그런 거요.
막상 쓰고 나니 별 것 아니네요. 민망해라;
그럼 저는 취침하러 갑니다....내일은 남편 찬스로 늦잠 예약이거든요. 신난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