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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풋풋하고 아련하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려보며
글을 써봅니다. 재밌게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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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가~"
"어디서? 니방?"
"어~ 엄마가 오셔서 불고기하고 반찬 잔뜩 해주고갔거든."
"오~ 그래? 그럼 가야지.. 근데 정말 가도 돼는거야?"
그녀를 알게된지는 8개월.. 그녀를 집에 바래다 준것은 5개월..
처음으로 그녀의 방에 초대를 받았다.
내심 한번쯤은 초대해주길 바랬는데.. 늘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그녀..
웬일일까?
그녀와 나는 애인이.. 아니다!
그냥 오빠 동생이다.
뭐 흔히들 있지않은가.. 사귀는건 아닌데.. 친하게 잘 어울리는.. 그런 관계~
그녀와 내가 그렇다..
만난지 8개월이 되었고.. 하루의 거의 반 이상을 함께 보낸다.
잠잘때 빼고.. 수업시간 빼고.. 나머진 함께한다.
이미 학교에선 캠퍼스 커플로 알고들 있다. 주변 친구들빼곤..
그런 그녀와 난.. 결코 연인이 아닌.. 단지 서로의 학업에 도움이 되줄 파트너이자..
같은 취미를 공감하고 공유하는 동반자이며..
때에 따라선 연약한 그녀의 든든한 보디가드역할을 해주고
그녀는 내게 밥과 술을 제공하는 일종의 상생관계가 성립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8개월을 지내오고 있었다.
참고로.. 난 그녀를 속으로 몰래 좋아하고 있었다.
"들어와... 오빠 첨인가?"
"그러게.. 첨인거 같네.."
"하긴.. 내방 와본 남자 몇명 없긴해.."
"몇명? 누구 왔었냐?"
방을 들어서자 역시나 남자방에선 느끼지못할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
"뭐 많지는 않고.. 어디보자.. 민호.철수오빠. 진수오빠..영철이.상민이.. 음..
어.. 더있는데~ 음.."
".........."
그녀는 날 놀려먹는게 취미다..
언젠가부터 날 놀리는게 세상사는 이유라나 뭐라나..
"뭐야.. 동아리 남자들 명단을 아주 외웠구만.."
순간 눈앞에 보이는 빨랫대에 걸려있는 그녀의 속옷들..
헛.. 너무 오래 쳐다봤다는걸 직감했다.
"뭘 그렇게 봐?"
"아니.. 뭐.. 그게.. 빨랫대 이거 어디꺼야? 첨보는 디자인이네...."
내가 말하고도 참 민망스럽다..
"하나 줘?"
" ??? 뭘? "
"팬티~"
"..............."
내가 사자새끼를 키웠나보다..
그녀를 야동세계로 끌어들일땐.. 이렇게까지 변할줄은 몰랐는데..
이젠.. 얼굴에 철판을 아예 깔고 사는 그녀다..
"필요없거든.."
뭐 이런식의 그녀의 놀림은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서..
아니.. 솔직히 귀엽다.. 거의 모든 그녀의 이런 행동들이 귀엽기만 할뿐이다.
그런데 귀여운걸 귀엽다고 볼 잡고 표현해주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이방 금연이냐?"
"그걸 말이라고 해? "
"나 담배좀 하나 피고온다"
"어.. "
담배하나 쭉 피면서 오늘밤의 설레임을 미리부터 기대해본다.
뭐 그녀의 나에대한 태도로 봐서야.. 설레여할 이유도 그닥 없지만..
조금더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볼수있는 기회인건 분명했다.
"술을 마셔볼까나? 흐흐흐"
담배를 피고 들어가니 그녀가 싱크대앞에서 요리를 한다.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기분.. 마치 남편이 요리하는 와이프의 뒷자태를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아.. 결혼은 이래서 하는거구나..'
"오빠~"
"어?"
"소금이 없다.. 깜빡하고 안사왔네.."
"그래? 내가 사올까? 근처에 슈퍼가 있었나?"
"어 아래로 내려가다가 첫번째 4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보여.."
"어.. 그래? 알았다..근데 굵은소금으로? 아니면 맛소금?"
"굵은 소금으로 작은거.. 사와.. 돈 있지?"
"어... 갔다올께.."
슈퍼가 제법 멀었다. 흠...
"소금 사왔어..."
"오빠.. 근데.. 간장도 없다.. 이런.."
".................... 일찍 시키지 그랫냐.."
"방금 보니까 없네.. 이번엔 내가 갔다올께.. 오빠 힘들잖아.."
"아냐 괜찮아.. 뭐 별로 멀지도 않던데 뭘.."
"아냐.. 그냥 내가 갔다올께.. 미안해서 그래.."
"그래? 그랴.. 그럼 후딱 갔다와~"
알수없는 묘한 기분이 엄습한다. 남자라면 누구나가 느낄수있는 정체불명의 기분..
"어.. 빨리 갔다올께.. 조금만 기다려~"
"천천히 갔다와도돼!"
잠시 멀뚱히 서있는 그녀..
알수없는 미소를 짓는다..
"왜?"
"이거 변태오빠 놔두고 나가려니 꺼림직한걸.."
"........................"
"저기 서랍장 열면 죽는다.."
"?? 서랍장? 왜?"
"속옷들 같은거 많이 짱박아놨단말야.. 부끄러우니까 열지마.."
"................"
지금 보라고 한말인거냐?
"갔다오께.."
창문으로 멀찌감치 슈퍼를 향해가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고나니..
또다시 알수없는 묘한기분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서랍장... 속옷... 서랍장.. 속옷.. 속옷.. 그녀의 체취.. 아... 썅..
3초간 고민에 휩싸였다..
서랍장을 열고 안열고의 문제가 아닌..
서랍장의 속옷을 하나 슬쩍하느냐 마느냐의
고민이었다.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서랍장에 손을 대고 있었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슬며시 서랍장 첫칸을 열었다.
.............
......................
멍했다..
속옷따윈 없었다..
텅빈 공간안엔 단한장의 종이가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종이엔 큼지막하게 이런 메모가 적혀있었다.
* 지금 뭐하는 짓이야? *
................ 그런 넌 뭔짓을 해논것이냐..
두번째 서랍을 열었다..
역시 메모가 있었다..
* 설마 했는데 진짜로 열어보네.그렇게 보고 싶었어? *
..........................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지금 난 그녀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중이다..
세번째 서랍도 열었다..
* 이 종이를 나한테 줘.. 그럼 하나 줄께~♡ *
....................................
헐.. 이건 뭐냐..
메모 아래엔.. 큼지막하게..
* 교환 쿠폰 * 이라고 써있었다.
장난이.. 너무.. 심한거아냐?...
라고 하기엔..
내 자신이 먼저 초라해진다...
그래.. 안본거다.. 서랍장따윈 본적없는거다..
잡아떼면 그만인거다.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으니 그녀가 들어온다.
그녀를 만나고부터 이렇게 긴장하며 바라본건 처음이었다.
"오빠.. 불좀 끄지.. 물 넘치네.."
"................."
불 켜놓고 간거였냐? 미안하다.. 머리속이 잠깐 하얗구나..
찌개를 끓이는동안.. 그녀의 눈치만 살핀다..
"오빠~"
헛.. 이젠 그녀의 말 한마디가 두렵다..
"상펴~ 다돼가.."
"어.. 그래"
이 살벌한 시간...
그래도 내가 열어봤다는 증거는 없단 사실에 제법 안도감이 든다..
미안하다.. 너의 장난에.. 당하지 않은것처럼 돼버렸구나..
당해 주는척 해주고 싶다만.. 이건 내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이라.. 그럴수가 없단다..
끝까지 모른척하는 날 이해해다오..
의외로 찌개맛이 괜찮다.. 불고기야.. 어머니가 다 준비해놓은거라지만..
된장찌개 끓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흠.. 넌 도대체 못하는게 뭐냐... ㅜㅜ
"어.. 이거 너희 아빠구나.."
책상위에 그녀의 사진들이 담긴 액자들이 놓여있었다..
"............"
"많이 닮았네.. "
"아빠 아냐.. "
" ??? 삼촌이야? "
"옆집 오빠.."
"......................."
옆집 오빠...
그녀가 술만 마시면 빠짐없이 말하던 첫사랑.. 옆집 오빠..
장동건같은 조각얼굴에.. 훤칠한키.. 간지나는 스타일의 매력남으로만 상상되어지던..
그 옆집오빠...
머리는 이미 80%는 벗겨졌고.. 70년대에나 유행하던 기장짧은 바지에..
어딘가 초췌하니.. 몇년지나 환갑이라고해도 의심할사람 아무도 없을
사진속의.. 옆집 오빠..
어딜봐서 이게 오빠야?
"오빠도 알잖아.. 내가 맨날 얘기한 그오빠.."
"어.. 알긴 아는데.."
오빠 맞는거냐? 아무리 봐도 아들딸 셋은 키우는 50대 유부남인데..
아.. 이말을 진짜 묻고 싶은데..
그녀의 아련한 첫사랑이라는데.. 차마 상처줄순 없는것 같고..
답답~ 아 답답~~!!
"근데.. 넌 몇살때야? 고3인가? 고2?"
제법 화장도하고.. 약간 날날이틱(?)한 모습에서 어느정도 성숙함이 엿보인다..
"중학생때야.."
".........................."
"생각보다 어렸을때네.."
"내가 좀 조숙했잖아.."
더이상 묻진 않았다.. 묻고 싶은게 참 많은데.. 웬지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할거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밥을 먹고 커피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집을 나선다.
"나 간다... 오늘 밥 잘먹었어"
"어.. 그래.. 아직 불고기 많이 남았으니까.. 낼 또 먹자.."
흐흐흐.. 내일 또냐? 이거참~
"낼 바쁠거 같은데....."
그래도 한번 팅겨주는 센스~
"그래? 그럼 철수오빠불러서 먹어야겠네.. 알았어..."
"..........................."
늘 같은 패턴의 농담이지만... 진담일지도 모른다는 기분은 항상 느껴진다..
"안바쁠수도 있고..."
그녀의 배웅을 뒤로하며... 집으로 향했다..
서랍장을 열어본걸 걸리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내일 또 그녀의 방을 갈수있다는 설레임이
뒤섞여.. 날아갈듯한 기분뿐이다.
엠피쓰리에서 나오는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의 선율이 이처럼 아름다울수가 있을까..
PS) 꽤 먼 훗날 술마시며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
"그때 서랍장 맨아래칸 내가 조금 열어놨었거든. 근데 슈퍼갔다오니까 닫혀있지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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