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는 형 동네의 스님과 목사님의 이야기
그 동네는 수도권쪽이긴 하지만 약간 산쪽에 있어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마을 주민들이 밭을 일구어 쓰는 산이 있는데,
제가 말할 바로 그 스님이 그 산의 소유주(정확히는 땅)입니다.
원래 그 스님의 부모님이 그 동네의 유지였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몇년간 동네를 떠나있다가 돌아올때 스님이 되어 돌아오신거죠.
자신의 땅에 조그마한 사찰을 짓구요.
(XX사의 스님이 아니라 세속스님인가 하는 스님이라고 하는거라더군요.)
몇년간 그 스님이 그 동네는 떠난 후 주인없는 땅에 마을사람들이 밭을 일구어놓은거죠.
스님은 세상사를 초월하셔서(세속에 관심이 없는건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을사람들이 밭을 일구어 쓰는데에 대해
그냥 자기땅인것처럼 쓰라고 하시곤 가끔 "나 이 상추 좀 가져갈게" 하시곤 밭농작물을 조금씩 얻어 가곤 했습니다.
그 스님의 어릴적 친구가 그 동네의 목사님였는데
목사님 또한 마을사람들에게 굉장한 신뢰를 얻고 존경받는 분입니다.
어느 날 아는 형이 집에 가다 우연히 두 성직자님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목사님 "넌 하루종일 할 일도 없으면서 왜 남의 농작물을 얻어가냐, 직접일해."
스님 "내가 그렇게 안하면 더 많이 가져오니까 그렇게 하는거야."
목사님 "그러니까 니가 땡중소리를 듣는거야. 부처님께 죄송한 마음도 없냐?"
스님 "부처님은 다 이해하셔."
목사님 "너 죽을때 연락해. 내가 너 대신 기도해줄게."
스님 "왜 지옥에 알바할데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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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릴적 친구라서 그런건 있겠지만...
각 종교를 대표하는 성직자 두 분이 서로를 인정하고 재미나게 사시는 이야기가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이외에도 종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로는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종교를 존중해주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신다고 합니다.
저만 저 두분이 굉장히 좋은분으로 보이는건 아니겠죠?
저는 종교가 없어서 사실 실제 성직자분들의 모습이 어떤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저런 일화 하나하나 듣게 되면 종교의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집니다.
목사님에 대한 설명이 짧은건 그 형은 종교가 없어 자주 모습을 볼 수 있는 스님을 더 많이 알기 때문이니
그런 것에 대한 논란은 자제를 좀 해주세요 ㅜㅜ;
2) 시골 성당 신부님 이야기
어렸을 적 저희 동네 교회 전도하시는 어른들이 항상 하는 말이 '예수님 믿으면 천국가고,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지옥을 갑니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호기심이 굉장히 많았던 저는 항상 그런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어느날 제가 물었지요.
"그럼 부처님은 죽어서 어디로 갔어요?"
대부분의 어른들은 대답을 못하셨고, 대답을 한 어른들도 유쾌한 설명을 해주시진 못하셨지요.
그리고 여름방학때 시골에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경남 하동이라는 지방인데 저희 시골집 근처엔 보기드물게 성당이 하나 있었습니다.
일요일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교회를 자주갔던 저는
교회가 없는 시골집에서 교회대신 성당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성당은 신부님 한분 밖에 없었습니다. (제 기억엔 그랬습니다.)
시골이라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교회에서 수십 수백명의 사람앞에 계신 목사님이 아닌
겨우 10명 남짓한 사람 앞에 신부님이 계시니까
굉장히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말씀 중간에 "부처님은 죽어서 어디 갔나요?" 라고 묻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갑작스런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아마 부처님은 지옥에 가지 않았을까?"
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그때 살짝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명언이었습니다.
"그 분은 천국에서 편하게 생활하실 분이 아니라 직접 지옥에서 불쌍한 중생을 구원하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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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약 종교를 믿게 되었다면 성당에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정도로
저에게 굉장히 크게 인식된 신부님이었습니다.
어릴땐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커가면서 (머리가 커지면서?) 정말 멋지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사실 굉장히 어릴적이었고 (초등학교 저학년 2~4학년때쯤의 일이니까요)
저희동네는 나름대로 큰동네였기 때문에 동네교회(한번 예배할때마다 100명은 넘었죠.)에서는
목사님께 그런 질문을 드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으면 부끄럼을 타는 성격이기도 했구요.
만약 물었더라면 목사님들도 저 신부님에 못지않게 좋은 말씀을 해주셨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종교에 대해 들은 말 중 가장 공감이 가는 말은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 부처님 같았으면 교회나 성당, 절을 가지 않아도 천국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그럴수 없기에 그 분들을 믿고 의지한다.' 라는 말입니다.
종교문제에 대해 이게 진리다. 아니다. 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종교를 믿든 결국 선한 사람은 천국에 간다고 생각하니까요.
P.S. 이 글에서 만큼은 종교 관련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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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r21이라는 스타크래프트 팬 사이트에서 감명깊게 읽은 글입니다.
종교에 대한 순수한 이야기가 너무 감명깊어
요즘 짜고,맵고,쓰디쓴 세상이야기에서
풋풋하고 담백한 나물 맛이 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글이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고 느꼈으면 해서 퍼왔습니다.
아래 본문 출처입니다.
http://www.pgr21.com/zboard4/zboard.php?id=AC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스님&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