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서관] 책이야기 7번째 (작가 특집 1 - 구병모)
안녕하세요. 이번 특집은 저번에 예고한 대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신 구병모 작가님의 작품 이야기를 특집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언제나 차분하게 하지만 강렬하게 이야기를 남기시는 작가님의 작품에 언제나 놀라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작가님의 작품 세계에 빠져들다 보면 신작이 나올 때 마다 작가님을 기대하며 작품을 읽게 되는 것 같네요. 그럼 시작 합니다.
구병모
출생 1976년, 서울특별시
학력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데뷔 2009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수상 2008년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2015년 제1회 오늘의 작가상
1. 그것이 나만이 아니기를 (2015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
2015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게 만들어준 단편집 ‘그것이 나만이 아니기를’ 이라는 작품은 구병모 작가의 특징인 일상에서의 공포에서 벗어난 사회적 공포와의 만남에 대해서 거침없이 써낸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의 아픔을 소재로 한 비극에서 사회라는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고통의 세월이 얼마나 무섭고, 비참 할 수 있는 지를 거듭 강조하여 작품에서 묻어나오는 색채가 짙었던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 추천 단편 ‘식우’
사람들은 재앙을 매체에서나 혹은 누군가의 연락으로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있습니다. 나의 주변에는 그런 재앙이 오지 않겠지 라는 마음을 갖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재앙은 그렇게 쉽게 우리의 마음에 안식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앙이 우리를 비웃듯 지금의 우리의 주변에 거침없이 파고들게 됩니다. 이번 추천 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것도 손 쓸 수 없는 재앙이 닥쳐서 사람들은 절망하고, 이기적인 짐승의 본능이 생존 본능처럼 바뀌게 됩니다. 소설은 이러한 끝없는 재앙에 대하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며, 처참한 동물처럼 보이도록 작가는 작품을 써낸 것 같습니다.
2. 위저드 베이커리 (2008년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
마법사가 열고 있는 빵집은 어떠한 모습일까? 이 질문에는 아마 이 소설이 가장 잘 어울릴 것입니다. 소설은 단순히 마법사의 빵집이라는 소재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지독한 욕망, 불행들을 비참하게 선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사회가 지니고 있던 삐뚤어진 환경들을 짚어내면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이 납니다. 그만큼 밀도 있는 스토리와 문장으로 진행하다보니 어느 순간 여러분의 책을 읽으셨던 여러분은 벌써 끝이야 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 되는 것을 보실 겁니다.
3. 아가미
구병모 작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환상 소설 아가미는 물고기의 모습으로 진화한 아이가 자신의 과거와 운명에 대한 의미성을 되찾으려는 소설로서 보입니다. 아이가 아버지와의 동반자살로 저수지에 빠지게 되지만 아가미를 달게 됩니다. 아이는 아가미로 인하여 구박받는 자신이 미워지지만 결국 구박이 아니라 아이로서의 질투였다고, 지켜주고 싶은 아이의 진실을 듣고 나서는 그는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자신의 운명처럼 지금도 물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 아이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라서 매우 감성적인 소설로 생각하게 됩니다.
4. 방주로 오세요.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생활 하고 있을까? 소설은 이러한 미래에는 방주라는 계급의 차이와 비참한 현실이 눈앞에 있다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세계 방주에서 방주로 올라가려는 자들의 발버둥과 천생 방주에서 살아온 이들의 계급을 부수기 위한 조금만한 혁명의 폭죽을 학교에서 시작하려 하는 세력의 무참한 실패까지 소설 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소설은 지금 현실의 문제점들인 계급과 왕따를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소설의 주된 갈등인 혁명과 사회적 모순에 이야기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 매우 좋은 소설로 읽혀졌습니다.
5. 파과 (2013년 아레나 문학상)
늙었다고 모든 것에 실수하지 않는다. 그녀는 완벽하다. 그녀의 직업은 킬러다. 그녀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없습니다. 믿을 것은 자신이 데려온 비슷한 처지의 고양이. 그녀는 언제나 자신이 무슨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하여 고양이에게 떠날 준비를 가르칩니다. 그것은 일상이었고, 그녀가 언제나 사모했던 그녀의 첫 번째 사장. 그것은 일생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수십 번의 일상과 일생에서 자신의 의미를 끼어 맞춰갑니다.
이런 의미 때문인지 소설 파과는 어느 노부인 킬러가 자신이 겪어 왔던 일생과 언제나 비슷한 일상의 경계를 빙판 위에 올라 깨지지 않고 건너가는 듯 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 노인은 이러한 경계에 흔들리는 경험을 합니다. 언제나 찾아가는 병원에서 마주친 젊은 의사에게 마음을 뺏기게 되고, 자신이 죽였던 남자의 아들이 그녀를 찾아오면서 이야기를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노인이 걷고 있던 자신의 경계를 파괴합니다.
소설은 구병모 특유의 문체를 비롯하여 작품의 흥미까지 덧붙여서 빠르게 스며드는 느낌을 받는 소설이라서 매우 좋았습니다.
6. 고의는 아니지만
구병모 작가님의 첫 번째 단편집에서 작가님의 작품들은 매번 누군가의 삶에 가장 불행한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현실에 비참한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담은 일상의 모습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느끼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탈피시켜 이야기의 관점을 다르게 바꿔갑니다. 그러면서 소설이 주는 깊이 있는 현실의 직면과 함께 소설의 이야기가 주는 중독성까지 보여주면서 소설은 모든 것들을 새롭게 만들어냅니다.
- 단편 ‘조장기’
단편 조장기는 히치콕 감독의 ‘새’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었습니다. 새가 사람을 잡아먹는다. 그것도 삶의 모든 것이 빼앗긴 그들을 데려가는 사자의 형상처럼 새들은 사람의 고기를 남김없이 처리합니다. 작품 속에서 새의 공포성과 함께 주인공의 입장은 상반된 이야기처럼 흐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느껴오는 감정은 점차 새의 영역에 들어오면서 주인공의 결말을 암시하며 끝이 나는 작품이었기에 더욱 대단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