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일 눈팅만 하고.. 가끔 사진도 올리곤 했지만
직접 제 얘길 쓰는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저에게는 1년 반 정도를 사귄 남자친구(이하 오빠)가 있습니다.
지금은 강원도 화천에 있는 부대에서 열심히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요.
오빠랑 저는 한 살 차이 나는 같은 과 CC입니다.
오빠가 재수를 해서 학년은 같은데 나이만 한 살이 차이가 나요..
오빠는 남중, 남고를 나왔습니다. 남중, 남고를 나와서 그런지 여자에 대해 많이 모릅니다.
(주위에서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첫 여자친구라서 그런진 몰라도 '내 여자친구한테는 무조건 잘해줘야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고맙고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그 인식 때문에 연애 초반에 금전적으로 굉장히 무리를 하더군요.
데이트를 하면 흔히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나 차를 마시고 하잖아요.
그런 것에 일일히 다 돈을 부담하는 거예요..
영화만 해도 두 사람이면 만 육천 원, 밥 먹으면 대충 만원 이상, 카페는 또 나름대로 비싸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리고 잘 보이고 싶으니까 그랬던 거겠지만 매번 데이트 할 때마다
3~4만원의 지출은 학생에게 큰 부담이지요.
학교 다니면서 뭐 일정한 아르바이트를 해서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이 엄청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모아뒀던 돈이 어마어마 한 것도 아닌데
여자라는 이유로 매번 받는 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사정을 뻔히 아는데..
그래서 몇 번의 데이트 끝에 어느 날, 밥을 먹고 제가 먼저 계산대로 갔지요.
오빠는 괜찮다고 자기가 낸다고 했지만 제가 안부리던 고집을 부리니까
'얘가 왜이래..'하는 표정으로 물러 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계산을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론 나도 계산 할거야. 똑같이 밥 먹고 영화 보는데 왜 오빠만 내?' 했지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거의 50 : 50 정도로 내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을 오빠한테 소개시켜 줄 때면 겉으로 친구들 한테 오늘은 우리 오빠가 쏠꺼야~
라고 말하고 뒤로 불러서 몰래 돈을 주기도 하고요. (누구 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
나중에 가서는 오빠가 집에서 용돈을 안 받고 직접 벌어 쓰게 되서
제가 만날 때 마다 데이트 비용을 다 낼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아깝다거나 내가 다 부담해서 짜증이 난다거나..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구요.
정작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부담을 느낀 건 오빠 쪽이였죠.
아무래도 사회 풍조(?)가 여자가 받는 게 당연시 되다 보니까 매번 제가
(오빠의 입장에선 연하의 애인이) 돈을 내는게 미안하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하고 그랬나봐요..
근데 아르바이트를 할 상황이 아니라 돈은 안나오고.. 많이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자주 가는 음식점에 가도 좋아하는 음식은 두고 제일 싼 거 시키고
어디 나가면 돈 드니까 집에서 밥 먹고 놀자 그러고..
아무래도 저한테 빚진다는 느낌이 들었나봐요.
그래도 직접적으로 난 네가 매번 돈 내는거 마음 편치 않다던가, 말한 적은 없었는데
어느 날 학교 선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게 됐어요.
그 선배는 지금 나이가 27에(군필자) 4학년 인데, 선배의 여자친구는 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거든요.
선배의 여자친구는 학생 신분인 남자친구가 돈이 없는 걸 뻔히 아니까 필요 할 때 쓰라고
가끔 돈도 주고 아예 카드도 준 모양이예요. 그런데 주위의 동기나 선배들이 그걸 또 받는다고
선배한테 쓰레기니 남자 망신이라느니 하고 놀렸나 보더라구요..(심한건 아니구요)
오빠도 그 선배 얘길 듣고 저한테 그 선배가 좀 한심하다는 식으로 말을 하길래
제가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한쪽이 좀 여유롭다 싶으면 내는 거고,
여유 없으면 다른 한쪽이 내면 되는거고.. 왜 남자가 여자친구한테 돈 주고 카드 주면
멋진거고 여자가 남자한테 그러면 쓰레기고 망신이야?' 했지요.
그러니까 오빠는 아무래도 여자친구가 그러면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구요.
그 당시에 오빠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어찌보면 후에 저희 커플이
그 선배 커플과 비슷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빠는 아직 학생이고.. 제가 먼저 사회인이 되는거. 그래서 물었어요.
'그럼 나중에 내가 먼저 일해서 돈을 벌게 됐다고 쳐. 오빠는 아직 학생이고...
근데 내가 오빠한테 필요할 때 쓰라면서 돈 주거나 카드 주면 안 받을거야?' 라고.
오빠 대답은 '안 받는다.'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너한테 돈은 못 받는다. 라고..
제가 좀 이상한 걸지도 모르는데.. 전 그 대답에 좀 마음이 상했어요.
갚으라고 주는 것도 아니고 좋은 뜻에서 그냥 쓰라고 주는건데.. 단지 내가 여자친구라는
이유 때문에 무조건 안 받는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친구한테도 이 얘길 했었는데 친구는 제가 이상하다고..
뭘 그렇게 퍼주고 싶어서 안달이냐고 그러더라구요. 전 그게 아닌데...
이야기의 요점이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네요.
연애를 하고 있는 남자 오유분들!
여자친구가 자기 보다 좀더 우월(?)하거나 여유로운 지위에서 쓰라고 돈을 준다면...
자존심이 상하나요? 그냥 좋게 받을 수는 없는 건가요..
P.S - 지금쯤 취침 준비를 하고 있을 지 이병!
이 바보야, 돈 쓰지 말라고 뭐라뭐라해도 좋아하는 과자 먹이려고 또 돈 써버렸다.
혼낼꺼야? 주말에 면회 갈테니까 군복에 각 잡고 대기하고 있어!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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