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의 정치논평] 노무현이 그립다 1
서강대 정외과 교수
야인으로 돌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이 6일까지 자신의 홈페이지에 세 번의 글을 올렸다. 재미있는 것은 홈페이지의 이름이다. 그 이름이 knowhow.or.kr로 돼 있는데, 노하우라니 무슨 노하우일까.
전직 대통령으로서 ‘대통령의 노하우’를 알려 주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자신이 빚졌던 민주화운동에게 자기처럼 경박한 언행으로 망가지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의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는 것인가. 이 같은 이름을 정한 정확한 속내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그가 인터넷을 통해 할 활동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이름인 것은 확실하다.
■ 코미디같은 이명박 정부 인사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점이 많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우직하게 원칙을 지키며 지역주의와 냉전적 주류언론 등 한국정치와 사회의 벽에 도전했던 그의 용기,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 그가 가진 장점은 많다. 그러나 그 같은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아집, 독선 등 결점들을 주로 발휘하고 말았다.
그 결과 많은 국민들이 민주화운동세력을 오만하고 무능한 집단으로 낙인 찍게 만들었으며 군사독재의 적자들인 냉전적 보수세력을 완전히 복권시켜 주는 ‘이적행위’를 하고 말았다.
돌이켜 보건대, 지난 노무현정부 5년간 개인적으로 이 면을 통해 노무현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글을 써왔다. 그러나 퇴임 한 달도 되지 않아 엉뚱하게도 벌써부터 청개구리처럼 노 전 대통령이 그리워진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첫 인사가 그러하다. 노 전 대통령이 욕을 먹은 것 중의 하나가 인사다. 취임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다면 평가 등을 도입하는 등 인사를 선진적 시스템으로 하겠다고 목에 힘을 줬다. 그러나 결과는 폐쇄적 공신집단을 중심으로 한 코드인사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첫 인사를 보니 비극적이게도 그처럼 욕을 먹었던 구관이 명관이며 노 전 대통령 시절이 그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인사도 최소한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장상, 이헌재, 김병준 등 여러 도덕적인 문제들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사퇴해야 했던 노무현 정부의 주요 공직 후보들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주요 공직자 후보들에 비하면 오히려 청백리이고 도덕군자들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의 반응이다. 여러 도덕적인 문제들이 여론의 비판의 대상이 되자 이들이 보인 반응은 충격 그 자체이다. 아니 서민들의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고 철없는 말로 가뜩이나 분노한 국민들의 마음에 염장을 지르니 이들이 과연 같은 땅에 사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 나갈 경우 오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하고 야당이 참패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여야균형을 위해 이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니라면 이 같은 인사 코미디가 생길 수는 없는 일이다.
■ 용기 없는 통합민주당 사람들
통합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통합민주당을 보고 있노라면 뼈에 사무치도록 노 전 대통령이 그리워진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하에서도 우직하게 적지인 부산에서 끝까지 투쟁했다. 특히 종로에서 당선된 금배지를 버리고 부산으로 내려가 옥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의 경우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오는 총선과 관련해 비리 관련 전과자들을 배제하는 개혁공천을 했다. 또 정동영 전 대통령후보 등이 수도권 출마를 결심했다고는 하지만 당 지도급 인사들로부터 김대중, 노무현정부 시절 양지에서 단맛을 누렸던 핵심 실세들, 전국구 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텃밭인 호남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들이 자신들이 손가락질하는 노 전 대통령의 용기의 10분의 1만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이럴 수는 없다. 노 전 대통령은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볼 수 없다. 그 같은 노 전 대통령이 그리워지는 한, 앞으로 한국정치의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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