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1년,
저는 일본의 대학에서 유학중, 1년을 마치고 군 복무를 위해 한국에 들어와 있었고
부모님이 부업 농장으로 운영하고 계시는 블루베리 농장에서 일을 간간히 돕고 있었습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주말에 농장에서 부모님과 제가 트럭을 타고 일을 한뒤에, 잠시
모 전자상점에 들렀던 일입니다.
저희 엄마는 지금 현재는 아버지와 함께 일을 같이 하시고 계시지만, 2011년 당시에는 주부셨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가, 어느덧 파워블로그라는 영광스런 자리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블로그는 한층 빛을 발하며 점점 조회수나, 광고가 들어오고, 많은 이웃들이 생기면서
엄마의 취미는 블로그를 하면서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댓글을 달거나, 서로 나눔을 하시는 취미를
갖게 되셨습니다.
농장 일을 마치고 모 전자상점에 들렀던 이유는 다름아닌 카메라 때문이었습니다.
엄마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파워블로그의 모임이나 여행등에 당첨, 혹은 초대되셔서 제주도나
일본이라던지 여러곳을 여행하고 오셨는데, 그때마다 파워블로거라던지 일반 블로거들이 들고다니던
DSLR 이라던지 하이엔드 미러리스 같은 카메라가 부러우셨나 봅니다.(당시 어머니는 110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만 있으셨음)
블루베리를 생산중이신 부모님께서는 제가 유학길에 나서면서(사실 유학을 가고 싶었던건 제 의지여서..)
유학 자금겸이라고 하면서 시작하시게 된게 블루베리 농장이다보니, 판매 유통까지 전부 담당하셔야했던 부분에
블로그를 이용할 생각을 하셨던거 같습니다.
무튼...어머니는 그러한 이유로 카메라를 구입할 생각이 충분히 있으셨고, 농장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전자상가로
가서 부모님, 그리고 저는 같이 전자 상점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상점내에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저희에게는 단 한명의 점원도 가까이 와서 무슨 물건을 찾느냐고
물어볼 생각을 안하는겁니다. 물론 저희가 농장에서 바로 온터라, 엄마 아빠, 게다가 저까지 전부 후줄근한 작업복에
다들 땀에 절어서 꽤재재(맞는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저희 어머니가 자주 쓰시는 표현이에요 ㅎㅎ)한 모습으로 들어서다보니
가볍게 눈팅이나 하고 가려는 사람으로 보였나 봅니다.
저도 대학생이었고, 군대를 가기 전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의 대우라는게 있는데, 일본에 1년 정도 생활하다보니
가끔은 한국의 불친절한 사람들을 보면 눈쌀을 찌푸릴 때가 간혹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아무말씀 안하시고
카메라 쪽을 둘러보시면서 가격이 생각보다 괜찮네 라는 식으로 구경만 하시고 계시니 저는 아무말 안하고
그저 부모님 옆에만 서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가 지나가던 점원을 붙잡고
"여기서 이게 제일 좋은거에요?"
라고 묻자, 점원은 약간 으쓱 하더니
"네, 지금 이 모델이 최신이고, 이 가격대입니다"
라는 점원의 조금 기분상하게하는 말투에(누가봐도, 무시하는 말투였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현찰로 주면 얼마나 깎아줘요?"
대뜸 어머니는 현찰로 주겠다고 하니 점원의 반응이 그때부터 달라졌습니다.
(카메라 값이 대충 70 전후반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직업 특성으로, 카드를 쓰시는 일보다 현찰을 더 쥐는 일이 많으신데
그러다보니, 어느 가게를 가던 현찰로 줄테니 조금만 에누리 해주라고 하신적이 많습니다.
점원은 현찰이라는 말에, 뭐 이 모델은 어쩌구 저쩌구 말이 시작되었고(사모님이라는 호칭 옵션으로..)
저희 엄마는 원래그런거 잘 안듣고 그냥 괜찮은 모델이고 쓰기 편하면 장땡이라는 마인드에 들으시는둥 마는둥 하시더니
이거 하나 일단 주시고...라시더니 TV쪽을 보러 가시는 겁니다.
그 전부터 아빠가 안방에 티비 하나 더 두고 싶다고 말씀하셨던거 들으시더니
아빠랑 같이 사이즈랑 가격대 대비하더니, 이것도 현찰로 하면 얼마냐고 물으시니
무슨 vvip 고객 대우하는거마냥 달라지는 점원의 모습을 보고 전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동시에 차림은 별로지만 당당한 엄마의 모습에 전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멋지기도 했구요
(사실 조금만 어렸을때만해도 엄마나 아빠가 조금만이라도 해진옷을 입으면 싫었거든요..ㅠㅠ)
카메라부터 TV까지, 사실 현찰로 치면 정말 당시에 큰 액수였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거지만,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것을....
그날, 저희가 나가는 길까지, 그리고 차를 타는 길까지 꾸벅꾸벅 인사하면서 마중을 나와주는 점원을 보면서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여쭈었습니다
"처음에는 쳐다도 안보던 사람들이 현금으로 대뜸 비싼물건 산다니까 태도가 바뀌네요?"
이렇게 묻자
"하루이틀 겪는거 아니다, 사람들이 간사해서 첨에 이렇게 안나가면 뭐 물어보러 오지도 않더라
그나마 내가 현찰 들고 사겠다는 식으로 나오니까 저렇게 하지 안그러면 싸XX없어 원래"
라고 엄마가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날 사실 정말 통쾌했습니다.
들어가서 정말 5분이 걸리지 않아서 파바바박 계산까지 끝내고 나오는데, 들어갈때랑 나올때랑
다른 대우, 그리고 첨에는 붙이지도 않았던 사모님까지...
저는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서 1년에 2번 한국에 머무르는데
그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웃으시면서
"내가 그렇게 멋졌냐?"
라고 엄마가 빙그레 웃으시면서 대답하십니다.
어디서든 당당하시고, 그렇다고 민폐를 끼치지는 않으시는 저희 엄마의 썰은
생각이 나는 대로 하나하나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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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를 3년간 눈팅만하다가, 최근에 사이다 게시판을 접하면서
제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남징어(이 표현이 맞나요?)입니다 ㅎㅎ
일본에서 유학중이다보니, 이렇게 한국일에 대해서 알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정말 좋았는데, 오늘 가입하고 오늘 이렇게 첫 글을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