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인해 집중력은 없어져, 책 읽는 시간은 점점 짧아져, 긴 글 읽기가 점점 힘들어져!
당신의 이런 문제들을 위해 마약같은 글들이 올라오는 책게로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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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도, 카운터도, 바닥도 온통 하얗고 깔끔한 병원이었다. 서울에서 멀리까지 휴가를 와서는 치과에 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지만 피할 수 없는 거 차라리 그냥 얼른 뽑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티비에서 나오는 작게 틀어져 있는 뉴스 소리를 들으며 가족들과 떠들고 있자 곧이어 간호사가 와서는 이쪽입니다 하며 긴 통로를 들어가 제일 안쪽 진료실로 데려갔다. 양쪽으로 있는 진료실은 대충 보아도 여덟 칸 정도고 칸마다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실루엣이 문을 통해 보이는 게 이 근방에서 제일 유명하다더니 정말 사람이 많구나 싶었다.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누워있자 젊은 남자 의사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들어왔다.
“어디 가 불편하세요~?”
의사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게 가벼운 목소리였다.
“사랑니가 썩어서 뽑아버리고 싶어서요.”
“그럼 어디 한번 봅시다~ 자, 아 해보세요.”
의사는 이리저리 이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냥 다음에 치료합시다.”
분명히 일반인인 내가 맨눈으로 봐도 상당히 썩어 갈색으로 변해있는 사랑니이고 이렇게 통증이 심한데 다음에 치료하자니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간호사가 먼저 진료실을 나가고 의사도 나가려 문을 잡는 순간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의사를 불러 세웠다.
“선생님, 저 지금 휴가를 온 건데요. 휴가지에서 병원에 올 정도면 정말 아프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떻게든 해 주세요!”
“하하 어떻게든 해 달라고요? 그럼 다시 입을 벌려보세요~”
의사의 웃음에 기분이 더 나빠지려 했으나 입을 벌리라는 소리에 벌리니 바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대로 이를 뽑으려는 건지 힘을 줘 이를 비트는 게 느껴졌다. 상당히 통증이 심했지만 원래 마취주사는 너무 무서워해 다른 충치치료를 받을 때에도 생으로 치료받았기 때문에 꾹 참기로 했다. 점점 고통이 심해졌고 마치 심장이 잇몸으로 옮겨간 것 마냥 잇몸 쪽이 쿵쿵 뛰며 피가 왈칵 쏟아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이가 잇몸에서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걸 그대로 느끼고 있으니 뽑는 순간은 십 초 정도였지만 마치 십 년은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물이 줄줄 흐르며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을 때쯤 의사가 다 뽑았는지 나에게서 떨어져 손에 뭔가를 올려주고는 진료실 밖으로 나갔다. 손에 있는 건 뽑은 이빨인가, 하지만 보통 이는 뽑고 나면 병원에서 처리하던데라고 생각하며 알 수 없는 위화감에 벌떡 몸을 일으켜 앞에 있는 거울로 입속을 보았다. 뽑힌 자리에서는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심지어 뽑힌 이는 사랑니가 아닌 그냥 생 어금니였다.
“미친 거 아니야?”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의자에서 일어나 진료실 문을 열었다. 입에서는 거의 토해내는 것 같은 수준으로 피가 쏟아져 나왔다. 한 손으로 볼을 부여잡고 누가 없나 안쪽에서부터 진료실을 하나하나 열어보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이가 전부 빠져있는 환자, 입이 억지로 벌려져 온갖 치료 기구가 꽂혀있는 환자, 혀가 입 밖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환자들로 머릿속에 하얀 치과에 뿌려져 있는 새빨간 피들만 남았다. 대기실에 앉아있는 가족들이 피를 쏟으며 걸어오는 나를 보고는 벌떡 일어나 달려왔는데 순간 방금 보았던 환자들의 죽음과 달려오는 가족들의 생기가 극명히 대조되어 구역질이 올라왔다. 입에서 나오는 피와 토사물이 섞여 거의 피 덩어리를 토해내는 모습이 되었고, 머리가 아찔해지며 정신을 잃어갔다.
티비에서는 아나운서가 담담히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치과 괴담의 실체는 괴담이 아닌 실제이며, 괴담 속에 나오는 의사는 관심을 끌고 싶어 괴담을 유포하고 실제로 살인을 행하고 다니는 살인자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속초 근방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치과들을 돌며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분명해 경찰은 치과마다 순찰을 하고 있으며...”
눈을 번쩍 떠 손을 휘저어 핸드폰을 찾아 켜보니 새벽 네 시였다.
끔찍한 꿈에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었고 그 와중에도 입속에서 오는 통증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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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