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칼럼] “노무현씨, 나와 주세요.”
2008년 3월 6일(목) 7:59 [한겨레신문]
지난 주말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봉하마을엔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전임 대통령을 보려고 몰려온 관광객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노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자 한 사람의 구령에 맞추어 하나 둘 셋 하더니 일제히 “노무현씨∼ 나와 주세요∼”라고 소리쳤다.
텔레비전 카메라는 엊그제까지 대통령이었던 사람을 노무현씨라고 부르고는 재미있고 신기해 죽겠다는 듯이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표정을 죽 비춰 주었다.
한참 만에 모습을 드러낸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관광객들이 밥 먹을 곳이 없다고 불평을 하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나도 매일 똑같은 것만 먹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고, 어떤 아주머니는 큰 소리로 “우리가 밥 사드릴게요”라고 외쳤다.
지난 5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 혐오감의 대표적인 인물로 비쳤다. 이래도 밉고, 저래도 밉다, 이래도 노무현 탓, 저래도 노무현 탓이었다.
언론권력과 기득권 세력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캐릭터도 작용한 듯하다. 가까이서 그를 지켜본 사람은 대통령이 그렇게 비정치적이었는지 몰랐다며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힘들었다는 뜻이다. 또한 부끄러움이 많고 스킨십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했다. 정치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이 정치적이지 못하고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정적인 단점이다.
그러나 정치적이라는 말의 부정적인 요소를 생각하면 그것은 장점으로 볼 수도 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다. 영혼이 잠식되면 이성이 마비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후보 시절부터 노골적으로 적의를 보였던 거대 언론은 사회 각 계층의 기득권 세력들과 힘을 합쳐 대통령을 신나게 왕따시켰다. 길들여지지 않을 뿐 아니라 누구를 길들이려고도 하지 않는 노무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불안했기 때문에 이성이 마비된 탓이다.
이미지를 걷어내고 나면 실체가 보인다. 그 이미지 때문에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던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그러니까 이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가 어떤 정책을 폈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어떤 국민도 100% 입맛에 맞는 대통령을 가질 수는 없다. 사람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고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남북문제, 복지정책, 부동산과 세금정책 순으로 대통령을 평가한다. 그 점에 관한 한 60점은 넘지 않았나 싶다.
언론의 절대적인 지지와 호의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의 이미지를 벗고 나니 인간 이명박이 뚜렷하게 보인다. 인수위가 내놓은 정책들과 그가 지명한 장관 후보, 고위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의 실체가 드러난다.
‘끼리끼리 논다’든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외치더니 그동안 재산을 원 없이 불렸으면서 뭘 잃었다는 건가’라는 비난이 터져나오는 것은 너무 빨리 이미지를 벗어던진 탓이다. 언론도 더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미지를 쇄신하든지 구체적인 정책으로 극복을 하지 않는 한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갈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스스로 약속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꼭 두 사람, 검찰총장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에게는 전화를 걸지 않겠다고.
외압으로 비칠까봐 그랬다는데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자리에서 한 사람은 감동을 했지만 한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 무능한 사람이라고 혀를 찼다. 권력이 있지만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던 대통령을 우리 국민은 가졌던 것이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서 ‘밥 살게요’ 하면 ‘좋지요’ 하고 따라나설 것 같은 전임 대통령을 가진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노무현 시대를 거치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절대권력의 시대를, 그 강을, 건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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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에 절대 공감... 이제껏처럼 "이게 다~ 노무현탓"이라고 말하며 대통령에 대해서 비하하는것까지 가능하도록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인정받을만 한 대통령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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