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지하실이 하나 있습니다.
방치된지 25년 된 흉가같은 곳이지요.
원래는 도시가스가 들어오기 이전 시절에
기름탱크와 물탱크를 놓기 위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을 열심히 들어내고
부수고
페인트칠 해서
AV 룸을 만들었습니다.
참 쉽죠?
AV 에 발을 들여놓은지 5년만에 처음으로
층간소음 없는 공간을 얻게 되었습니다.
첫 소감은 뭐랄까.....
정말 소리가 내가 전에 쓰던 스피커 소리가 맞나?!
하는 정도의 박력.
마음껏 볼륨을 올리고 영화를 본다는 게
그렇게 즐거운 일일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란 게 끝이 없는 지라
조금 더 좋은 소리를 위해 스피커를 늘리고....
(기존의 스피커는 서라운드가 되었고, 서라운드 스피커가 서라운드 백 스피커가 되었습니다.)
스피커를 늘리고
(좌우 귀퉁이의 프레즌스 스피커)
스피커를 늘리고...
(앞에 두 대 놓여있는 서브우퍼)
하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지요.
하이파이에 비하면 AV 는 껌값이니 괜찮다.
사진에 보이는 야마하의 YST-SW800 서브우퍼는
SW1500 모델과 함께
서브우퍼 대형화 추세의 끝자락에 있는 전설템 중 하나입니다.
10인치의 유닛과 1000W 의 출력을 자랑하지요.
예전엔 이와 같은 다운파이어링 (스피커가 바닥을 향하게 된 구조) 서브우퍼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장비들이 점차 고출력화, 대형화를 거치면서
층간소음 발생의 진앙지로 거듭납니다.....
다운파이어링은 저음의 고른 분산을 통해
사용자에게 균형감 있는 소리를 들려주었지만
아랫층 사람에게도 같이 들려주었죠.
그렇게 SW800 과 SW1500 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아는 사람만 찾는다는 전설템이 되어 지금도 중고거래 시장을 떠돌게 됩니다.
이런 역사적 사건들 이후에도
대형의, 고출력 서브우퍼를 향한 노력은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미국의 SVS 나, 요크빌 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이죠.
그리고 SVS 에서 8년만에!!! 신제품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약 20% 할인 된 금액에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구입할 체험단 3명!!!
을 모집한다는 소식도 들려왔지요.
우렁찬 사운드에 대한 목마름에 강가를 헤매던 저에겐
비오는 가을날 길가의 포장마차 같은 소식이었지요.
단, 오디오 관련한 게시판 2곳에 사용기를 적는 조건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첨!!!
이 글은 SVS 사의 신제품 PB-16Ultra 서브우퍼를
출시일보다 앞서 구입하는 조건으로
2곳에 체험기를 작성하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대한민국에서 1호로 노말 1500W, 피크 5000W 출력의 16인치급 서브우퍼를 구입하게 된 후
작성하게 된 글임을 명시합니다.
사진중에 오른쪽에 있는 덩치 큰 녀석입니다.
무게는 자그만치 79kg.
높이 64 가로 55 깊이 78cm 입니다.
통관절차 후 화물택배로 물건이 발송되었고,
제가 1호 수령자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판매자도 실물을 본적 없는 물건을
처음으로 뜯는다는 기대감은 어마어마했지요.
이런 기분으로 달려가 기사님과 함께 스피커를 차에서 내렸습니다.
기사님이 '어이쿠 이거 뭔데 이렇게 무거워?! 이런 거 시키기 있기 없기?!'
하셔서 5천원 더 쥐어드리고 지하실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막혔습니다.
어떻게 돌려봐도 저기서 90도를 돌릴 수가 없어
문으로 박스가 못 들어가더군요.
그때 절 바라보던 아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할 수 없이 기사님을 보내고,
계단에서 박스를 뜯기 시작합니다.
다행이 알맹이만은 어렵지 않게 문을 통과하더군요.
아내가 힘이 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 서브우퍼의 무게는 79kg 입니다.
기존 서브우퍼와 크기 비교입니다.
옆에 있는 서브우퍼는 이번에 퇴출된 yst-sw315 모델로,
10인치 유닛을 가지고 있습니다.
16인치의 pb16 옆에 세워놓으니 같은 서브우퍼라기 보다는
볼륨 조절기 정도로 보이는 군요......
위에서 바라보면 더 극명한 크기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뒤로는 2대를 붙여야 비슷한 길이가 됩니다.
스피커 옆에 설치를 마친 모습입니다.
프론트 스피커는 톨보이 중에 우람한 축인 패러다임 스튜디오 100 v5 인데
Pb 16 옆에 세워놓으니
갑자기 비실비실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릴을 장착한 모습입니다.
그릴은 금속재질로 꽤 묵직한 정도의 두께입니다.
크기 비교를 위해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 눈에 익은
스틸북을 세워 놓았습니다.
대충 16장 정도 4X4 로 쌓으면
비슷한 크기가 될 것 같습니다.
소리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것이라
어떤 소리가 좋다기 보다는 취향의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 들려주는 방법 외에
글로써 그것을 전달하는 일도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단단한' '뚝 떨어지는' '볼륨감이 풍성한' 같은 형용사들로
수없이 많은 성향의 스피커와, 거기 연결된 장비들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보그 병신체 만으로 색깔을 전달하려는 노력만큼이나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스피커를 여성의 아름다움에 비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100명의 여성이 있으면 100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듯이
100종류의 스피커는 100종류의 매력을 가지는 법이겠죠.
물론, 그 각각의 매력이 모두의 취향에 맞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또한 이것은 제 개인적인 관점이라
스피커 제조사의 취지나 다른 분들의 체감과는 다소 동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고음을 얼굴, 중음을 가슴, 저음을 엉덩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외 영역들을 적당한 곡선으로 이어서 상상하면
각 스피커들의 떠오르는 이미지는 (제 경우) 아래와 같았습니다.
몸매를 볼 생각을 잊게 만드는 Focal 의 고음.
JBL 의 풍만함.
BOSS 의 빵빵한 엉덩....아니, 저음
날씬해 보이지만 가볍고 힘이 넘치는 B&W 의 균형감.
그렇다면 PB-16 Ultra 는 어떤 소리를 내줄까요?
처음 셋팅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맨오브 스틸' 의 하이라이트 씬을 본 저의 뇌리엔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장미란!!!!!
아아 자랑스러운 장미란!!!!!
그녀가 들어올린 용상 180kg 의 바벨이
지하실 바닥에 꼬라박히는 것 같은 웅장함이란!!!
실제 들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진동이 제 몸과 벽을 타고 흘렀습니다.
톨보이 옆에 앉아있는(?) 서있는(?) 서브우퍼를 볼때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이 저를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이제 당분간 서브우퍼에 대한 갈증 없이 AV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업그레이드 할 방법도 없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