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 나는 책게시판
(System: 잉여력이/(가) 1 증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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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어째서 날지 못하는가
김펭귄군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오늘은 굴지의 대기업 S사의 최종 면접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16번의 도전, 네 차례의 면접을 거쳐 맞이하는 최종 면접이니만큼 꼭 합격하리라 다짐하며 김펭귄군은 집을 나섰다.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
김펭귄군은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는 3명의 면접관 앞에서 차분하게 자신을 홍보했다.
면접관들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짧고도 긴 침묵이 지나고 한 면접관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김펭귄군 이력서에 나는 능력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기록을 빼먹으면 곤란하네."
"하하, 젊은 친구가 벌써 깜빡깜빡 하는구먼."
농 섞인 질문에도 김펭귄군은 웃질 못했다.
김펭귄군은 그제야 면접관들의 오묘한 표정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 그것이 아니고 펭귄은 원래 날지 못합니다."
"어허, 아무리 농을 던졌다고 어른을 놀리면 쓰나. 새가 날지 못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농담하는 것이 아니고, 펭귄은 원래 날지 못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빠르게 수영할 수 있습니다. 믿고 맡겨만 주신...."
"아니, 새가 날지 못 하는 것이 어딨나."
"젊은 새가 말이야 해보려는 노력도 안하고 그저 안 된다고, 못 한다고만 하니 원...."
"더 들어볼 것도 없네. 이만 나가게"
김펭귄군은 말을 채 끝마치지도 못한 채 면접장을 나왔다.
서럽기는 했지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지난 면접에서도, 처음 본 면접에서도,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좋던 분위기도 "펭귄은 날지 못합니다." 라는 답변 하나에 와르르 무너지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역시나 그랬다.
날지 못하는 새는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그 뿐이었다.
김펭귄군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김펭귄군은 포장마차에 들러 술을 마셨다.
어머니에게 몇 번 전화가 왔지만 김펭귄군은 받지 않았다.
어머니는 잔뜩 취한 채 집으로 돌아온 김펭귄군을 다독였다.
술에 취한 김펭귄군은 난생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소리를 질렀다.
"왜 난 펭귄인 건데. 왜 난 날지 못하는 건데. 펭귄만 아니였으면! 펭귄만 아니었으면..."
어머니는 아무 말없이 김펭귄군을 안아주었다.
김펭귄군은 술에 취한 채, 어머니 품에 안긴 채, 투정을 부리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김펭귄군은 어머니가 차려둔 밥상과 남겨둔 편지를 보았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김펭귄군은 어머니께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김펭귄군은 태어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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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요.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