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게시판이 꼭 대박나길 기원합니다! 사람들이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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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몇 시간동안이나 꼼짝 않고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계속해서 무언가 쓰고 있는 듯 보였으나 곧 머리를 쥐어뜯으며 잡고 있던 종이를 찢어버렸다.
아이의 눈에는 도자기 장인마냥 글을 쓰고 지우는 남자가 이상했다.
잘 팔리지도 않는 글을 계속해서 써대는 남자는 아이가 보기에도 어리석어 보였다.
“아저씨, 왜 팔리지도 않는 글을 계속 쓰는 거예요? 저라면 차라리 다른 일을 하겠어요. 그리고 글을 쓸 때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왜 자꾸 글을 쓰려하나요? ”
다시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하는 남자를 보면서 소년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남자가 고개를 들어 소년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커다란 눈은 순수함과 행복으로 젖어있어 마주보고 있던 소년의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글은 내 생명이야. 내 꿈이고 내 행복이지. 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완성한 글은 내 자식과도 같아. 내 후손들이지. 내가 괴로워 보이니? 난 글을 쓰면 행복해지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거란다! ”
“거짓말. 아저씨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아저씨는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드시잖아요! 아저씨랑 결혼하려는 여자도 없구요. 아저씨가 하는 일이 아저씨의 노후를 책임지나요? 아저씨에게 돈과 명예를 가져다주나요? 아니잖아요! 아저씨가 하는 소리는 다 이상해요! 우리엄마는 행복하게 살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직장을 가지랬어요. 우리 엄마는 아저씨보다 나이가 더 많아요. 우리 엄마가 살아온 삶의 지혜를 토대로 말하면 아저씨같은 사람들은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는 몽상가랬어요! ”
아이는 두려워졌다.
남자의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동자는 소년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대로 남자의 말을 계속 듣다간 소년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던 규칙들이 무너져 내려갈 것 같았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꼭 자신이 악당이 되어 선량한 남자를 괴롭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가 그것을 행복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행복이야. 하지만 내가 이것을 행복이라고 말하면 이것도 행복이란다. 내가 너한테 충고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넌 괴로워 보이는구나. 너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렴. 네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넌 그림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고 네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요리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단다. 부와 명예를 떠나서 네 자신을 억누르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어. 네 부모님이 너의 삶을 살아주시는 것은 아니잖니 ”
“하지만 요즘 세상은 작가나 화가가 살아가기 쉬운 세상이 아니잖아요...
세상은 공부하는 사람을 원해요. 예술가들을 원하지는 않아요!"
“네가 원하는 건 예쁜 신부와 풍족한 생활이니? 너도 알다시피 난 하루에 거의 한 끼 밖에 못 먹는단다. 아니 어쩔 때는 그 한 끼조차 못 먹을 때도 있지.
게다가 내 글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서 서점에서도 구석탱이에 처박혀 있어.
하지만 가끔씩 내 글을 읽고 잘 읽었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난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 못지않게 행복하단다. 오히려 내가 그 부자보다 행복할걸?
난 한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을 봤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보다도 사람들이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일 때보다도 더 행복해. 그래서 난 이일을 하기로 결심했단다.
이 일을 할 때보다도 더 행복한 순간은 없거든 “
남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아이의 가슴에 스며들어 온 몸을 맴돌았다.
아이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남자를 부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남자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글을 쓰는 동안 남자의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가 너무도 행복해보여 남자를 골려주고 싶었다.
남자도 자신과 똑같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
결국엔 남자가 틀리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아이는 항상 자신이 공부를 안 할 때마다 죽일 듯이 혼을 냈던 엄마를 생각했다.
언제나 아이가 공부를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하고 있었던 엄마는 아이에게 꿈은 몽상가들이나 갖는 것이라며 자신이 선택해주는 직업을 가져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세뇌시키듯 반복해서 말하곤 했다.
아이는 문득 이 남자가 자신의 부모였다면 자신은 어떻게 자랐을까 궁금해졌다.
아마 자신의 삶도 바뀌지 않았을까?
아이는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남자의 입가에는 아이가 그렇게나 부러워했던 미소가 띄어져 있었다.
아이는 남자의 미소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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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