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단 이후 업무에 복귀한지 한 달 째에 접어들고 있는 KBS의 고위간부가 제작진의 MBC 파업사태 취재 아이템에 대해 “불공정할테니 취재도 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2일 KBS 시사제작국장과 KBS <추적60분> 제작진에 따르면, 권순범 시사제작국장은 이날 오전 시사제작국 전체 간부회의 자리에서 PD들이 제출한 ‘MBC 파업사태’ 제작 아이템에 대해 최종 불가 방침을 내렸다.
이 아이템은 김영선 전 <추적60분> PD가 지난달 중순 처음 제출(7월 11일 방송일자)한 직후 거부당했으나 정기인사로 김 PD가 타부서로 전보되자 다시 지난달 말 허양제 PD 등이 같은 제작 아이템(7월 18일 또는 25일 방송)을 냈으나 권순범 국장이 끝내 불가 결정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작진 일동으로 성명을 내어 제작 불가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권 국장이 제시한 추적 60분 팀의 MBC 파업 프로그램 제작 불가 이유가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KBS 제작진과 강윤기 KBS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현 추적60분 제작진)에 따르면, 권 국장은 2일 간부회의에서 “연대파업의 당사자였던 KBS 노조원이 관련 아이템을 취재한다면 그 방송은 공정한 방송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주 수요일 밤 방송되는 KBS 2TV <추적 60분>
강윤기 PD는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연대파업의 당사자여서 불공정할 것이므로 취재도 하지 말라’는 주장은 (데스크로서) 매우 위험한 인식수준”이라며 “각자 가치관과 정치성향이 있다해도 모든 공영방송 기자와 PD의 시각을 일일이 확인하고 리포트와 프로그램 제작을 시키지 않는다. 결과물로 평가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PD는 ‘파업한 새노조 소속 PD들이 만들면 불공정해질 것이니 MBC파업이라는 특정아이템을 다뤄선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 “KBS 저널리스트들의 양심과 자질을 믿지 않겠다는 뜻일 뿐 아니라 제작 시스템과 데스킹 과정 모두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아주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강 PD는 “대부분의 PD들이 파업에 참가했는데, 그럼 MBC 파업사태는 제작 자체를 못하는 것이냐, 같은 논리를 확대하면 ‘경상도 출신이면 경상도에 유리하게 제작할 것’이라는 주장과 무엇이 다르느냐”며 “명분이 안되니 이런 식의 주장을 갖다 붙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강 PD는 특히 “이 아이템은 우리의 파업과 무관하게 중대한 아이템”이라며 “현재 MBC 파업사태는 기자 PD 등 조합원들이 해고 등 마구 징계를 받으며 그 정점을 향해 가고 있으며 정치권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핫이슈라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 제작진은 향후 간부진의 반응을 지켜본 뒤 KBS PD협회와 시사제작국 구성원, 새노조 차원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논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KBS 추적60분 제작진은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언론사 파업문제는 국회 개원협상의 선결조건 중 하나였을 정도로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이를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 아닌가. 국장도 제작진과 면담에서 ‘MBC 파업이 지금 우리 사회의 핫이슈라는 사실에는 공감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제작진은 “파업에 참여했던 제작진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보나마나 그 프로그램은 공정하지 못할 것이고, 때문에 그 아이템은 추진조차 할 수 없다는 국장의 편견이야말로 후배 기자, PD들의 자질을 평가절하 하는 것일 뿐 아니라 KBS 시사 제작물 자체의 공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닐지 몹시 유감스럽다”고 성토했다.
매주 수요일 밤 방송되는 KBS 2TV <추적 60분>
제작진은 “개그맨도 ‘만나면 좋은 친구, 무한도전을 보고싶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MBC 사태가, ‘추적60분’에서는 취재 불가 성역으로 취급받아서야 되겠느냐”며 “언론인의 양심을 실천할 기회를 막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권순범 KBS 시사제작국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PD들과 몇차례 얘기했고, 해당 부장과도 의견을 나눈 내용”이라며 “서로 하고 싶은 애기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것은 직접 제작진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밝혔다.
앞서 KBS는 지난 2010년 '천안함'과 '4대강' 등 각종 정부 비판 아이템이 제출됐을 때마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불방시키거나 불방시도를 했다가 큰 반발을 샀었다.
다음은 KBS <추적60분> 제작진이 2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추적60분 성명] MBC사태 취재 불가, 제작진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 권순범 국장 취재불가 지시에 대한 일선 제작진 입장
2주일이 흘렀습니다. 추적60분 제작진이 ‘MBC 파업’ 취재 기획안을 제출한 이후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며 답변을 유보하던 권순범 시사제작국장은 결국 오늘 아침, 최종적으로 ‘안된다’라는 입장을 통보했습니다.
권국장께서 밝히신 취재 불가 사유는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다’는 것. 정확한 표현은 “연대파업의 당사자였던 KBS 노조원이 관련 아이템을 취재한다면 그 방송은 공정한 방송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희 <추적60분> 제작진은 국장님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언론사 파업문제는 국회 개원협상의 선결조건 중 하나였을 정도로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런 문제를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 아닐까요? 국장께서도 제작진과의 면담 중에 ‘MBC 파업이 지금 우리 사회의 핫이슈라는 사실에는 공감한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거듭 우려하신 공정성 문제는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적절한 협의과정과 데스킹을 통해 보완할 수 있으니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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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을 비롯한 KBS 제작진들은 개인의 신념이나 호불호를 떠나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사명으로 불편부당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취재합니다. 때문에 공정성은 국장님 뿐 아니라 저희 개개인이 가장 중요시하는 기본 원칙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파업에 참여했던 제작진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보나마나 그 프로그램은 공정하지 못할 것이고, 때문에 그 아이템은 추진조차 할 수 없다는 국장님의 편견이야말로 후배 기자, PD들의 자질을 평가절하 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 기왕에 제작해 왔던 KBS 시사 제작물 자체의 공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닐지 몹시 유감스럽습니다.
2년 전 <추적60분>이 보도본부로 이관된 이래로 아이템을 둘러싼 간부진과 일선 제작진들의 충돌은 적지 않았고 프로그램이 불방 되고 급기야 제작진이 징계를 받는 사태까지도 벌어졌습니다. 수 년 간 되풀이되었던 이런 상황을 더 이상은 초래하지 않기 위해 저희 제작진은 지난 2주에 걸쳐 권 국장에게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해 왔습니다. 어제 방송된 개그콘서트를 보셨습니까? 개그맨도 ‘만나면 좋은 친구, 무한도전을 보고싶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MBC 사태가, ‘추적60분’에서는 취재 불가 성역으로 취급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일찍이 보도국 내 탐사보도팀 구축을 담당하신 권국장님께 시사제작국 후배 일동이 다시 한 번 촉구드립니다. <추적60분>을 제작하는 후배들의 자질을 믿고, 성역 없는 시사프로그램을 향한 언론인의 양심을 실천할 기회를 막지 말아주십시오.
2012년 7월 2일 추적60분 제작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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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526 ====================================================================================================
아직 끝나지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