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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11929
    작성자 : 좀비즘
    추천 : 21
    조회수 : 1676
    IP : 116.44.***.34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09/03 12:12:10
    원글작성시간 : 2008/09/02 02:42:33
    http://todayhumor.com/?humorbest_211929 모바일
    좀비즘
    [단편] 좀비즘



    "시체가 살아나는거 어떻게 생각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가능해."



    공포영화광인 민호는 호러매거진을 뒤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몇년전 복제양 돌리가 화제가 된 적 있었지? 그 때 이미 기술적인

    측면에선 인간복제도 가능한 상태였어. 다만 세계인권위원회에서 윤리적

    으로 인간복제는 죄악이니 뭐니 하도 떠들어 대니까 실험은 결국 음지에서

    비밀리에 자행되었지."

    "그래서?"



    혼자 떠들면 삐질것 같아서 맞장구를 쳐주긴 했지만 덕분에 흥이 나는지

    민호의 황당한 이야기는 비로소 시작되었다.



    "결국 인간복제는 성공한거야. 그런데 거기에서 그친게 아니라 과학자라는

    양반들이 워낙에 호기심이 많아서 죽은 시체를 살릴수도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 거지. 몇몇 뜻이 맞는 과학자들이 뭉쳐서 연구의 목적으로

    사용할 죽은 시체를 몰래 시체안치소에서 빼낸거야."

    "프랑켄슈타인 처럼?"

    "맞아. 프랑켄슈타인. 과학자들은 흥분하기 시작했어. 실험이 성공한다면

    그들은 오직 신의 전유물이었던 생사여탈권을 손에쥐게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들은 죽은 시체의 몸에서 죽은 피를 뽑아내고 신선한 피를 공급해주었어.

    그리고 전기적인 충격으로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지. 물론 거기에 들어간

    각고의 노력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

    "물론이야."



    미니홈피의 방명록에 답글을 달며 난 건성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내 대답과는 상관없이 민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결국 시체가 살아나게 된거야.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어. 과학자들이 시체를

    살리긴 했지만 몸만 살리고 뇌는 그대로 둔 것이었지. 그게 화근이었어.

    시체는 살아 생전의 습성만을 간직한 채 살아난 말 그대로 좀비였던 거야.

    살아난 시체는 잔인하게 과학자들을 죽였고, 또 다른 사냥감을 찾기위해

    연구소를 빠져나왔어. 과학자들이 깨운건 살아있을 당시 49명이나 죽인 희대의

    연쇄살인마였던거야."

    "그거 참 무섭군."



    역시나 시시껄렁한 이야기였다.

    민호는 잡지책을 덮으며 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 학교 끝나고 오는길에 맨날 쓰레기 줍는 아저씨 있잖아."

    "정신지체?"

    "그래, 그 바보말야."



    민호는 난데없이 학교 근처에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아저씨에 관해서 말을 꺼냈다.

    그는 조금은 어눌한 표정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쓰레기를 줍는 장애인이었다.



    "사실 그 아저씨도 좀비야."

    "그거알아? 넌 참 병신이라는거."

    "븅신, 내 말이 맞으면 어떻할래? 내기할까?"



    절대적인 확신에 차있는 민호를 보며 난 녀석의 플래이 스테이션을 떠올렸다.

    잘만 구슬리면 이 바보의 플스가 내 것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짐짓 열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너의 그 생구라도 지겨워."

    "맞으면? 그러니까 내기 하자고."

    "정 그러면 좋아. 네 말이 맞으면 난 니 소원을 뭐든 한가지 들어줄게.

    대신 내 말이 맞으면 니 플래이 스테이션은 내거다."

    "뭐? 그거는 좀 불공평 하잖아..."

    "싫음 말고. 뭐든 들어준다는데 뭐가 불공평 해? 네 말이 맞으면

    플스는 안주면 되는거 아냐?"



    잠시 생각하던 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오케이, 하느님 감샤합니다. 

    이런 바보를 제 친구로 주셔서 말이예요.



    "그런데 좀비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확인하지?"

    "내가 좀비를 좀 알거든. 걔네는 뇌가 죽어있기 때문에 고통을 못느껴.

    몽둥이로 때려서 아파하면 사람이고, 가만히 있으면 좀비인거야."



    존내 무식한 방법이긴 했지만 어차피 몽둥이로 때리는 건 자기가

    직접하겠다고 나선 민호녀석이 있으니 난 가만히 구경이나 하다가 플스만

    챙기면 되는 것이다.

    우린 마스크를 얼굴에 뒤집어 쓰고 쓰레기 줍는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저기있다."

    "저봐, 저 질질 끌고 가는거 보이지? 완전 좀비라니까."

    "봉사활동 좀 다녀라 이 무식한 새끼야. 재활원 같은데 가면 저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럼 그 사람들도 전부 좀비냐?"

    "븅신새끼 저 아저씨가 지금 재활원에 있냐?"



    나와 옥신각신 하던 민호는 가까이 다가온 아저씨를 보고

    조금 망설이는 것 같았다.

    하기야 멀쩡한 사람을 이유도 없이(물론 있긴 하지만) 때린다는게

    쉬울리는 없을 것이다.



    "됐다. 임마. 그냥 가자."

    "아냐 새끼야. 잠깐 기다려봐."



    민호는 미리 준비한 야구방망이를 들고 비척비척 거리며 걸어가는

    아저씨를 몰래 뒤따라가다가 주위를 한번 살피더니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잽싸게 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퍼억' 소리와 함께 아저씨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이 병신아. 그렇게 세게 치면 어떡해?"



    그냥 팔이나 다리를 쳤어도 됐을 텐데 이 무식한 녀석이 긴장을

    했는지 뒤통수를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후려갈겨 버린 것이었다.

    난 어쩌면 우리의 철없는 발상이 사람을 죽인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순간 두려움에 휩쌓였다.



    "뭘 그렇게 멍하게 서있어? 얼른 튀자."

    "......"

    "병신아. 얼른 가자고."

    "저기..."



    민호는 손가락으로 땅바닥을 가리켰고 난 이내 아무일도 없다는 듯

    머리에서 찐득한 피를 흘리며 멀쩡하게 일어나는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그의 괴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난 민호 녀석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하하. 어때? 내 말이 맞지? 저 새끼 저거 좀비라니까?"

    "위험해."



    한없이 느리게 몸을 일으키던 아저씨는 피처럼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마치 야수처럼 민호의 어깨를 덮썩 물어버렸다.

    난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자식 좀비다.



    "으아아악. 아파... 살려줘..."



    그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절대 놔주지 않겠다는 듯 무시무시한

    얼굴로 민호의 승모근을 물어뜯어낸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민호의

    다리를 잡고 질질 끌며 자신의 보금자리인 폐가로 들어가버렸다.

    너무나 겁에질린 나머지 난 민호를 두고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강민호 왜 결석인지 아는사람?"



    다음날 민호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난 혼자서 달아났다는 죄책감에

    누구에게도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할 수 없었다.

    다만 민호가 내일 쯤이면 목에 붕대를 감고 허허 웃으며 학교에 나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저 자식..."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난 쓰레기 줍는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늘 하던데로 느릿느릿하게 쓰레기를 줍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혹시 어제 꿈을 꾼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눈동자도 어제 보았던 피처럼 붉은 눈동자는 아니었다.

    난 혹시나 하는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민호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민호야."

    "누구..."

    "나야, 한석이. 너 괜찮아?"

    "응. 들어와."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민호는 집에 있었던 것이다.

    분명 그의 방으로 들어가면 어제 혼자 도망간 배신자라면서

    투덜거릴게 뻔했다.

    무조건 미안하다고 해야겠다.



    "어제 물린데는 괜찮아?"

    "그냥 그래."



    민호는 이불을 푹 뒤집어 쓴채로 내 쪽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분명 나 때문에 삐진 것이다.

    난 내 것인양 컴퓨터를 켜고 민호에게 말했다.



    "어제는 내가 미안했어. 얼굴 좀 봐봐. 괜찮은지 좀 보자."



    이불을 걷어내자 목 부분을 손으로 감싸쥐고 있는 민호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손틈으로 뭔가 꾸물거리는게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구더기였다.



    "너... 너너... 너... 무, 뭐야?"

    "어제 물린데가 너무 가려워서..."



    난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방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방문앞엔 민호의 부모님이 파리한 안색과 피빛 눈동자를 해서는

    방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제기랄."

    "한석아. 내기는 내가 이겼으니까 내 소원 들어주는거지?"

    "...어떻게 된거야 너?"

    "한번만 물자. 한석아. 응? 한번만..."



    피빛 눈동자를 한 민호가 야수처럼 나에게 달려든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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