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저 지금 진짜 손발 오그라들정도로 창피합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고백한건지...ㅜㅜ
일단 제 소개를 잠시 하자면, 모 대학 07년 2월에 실시된 공대OT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었고,
07년과 08년 초에 고백을 하고 둘 다 차였고, 09년 초에 입대하였고,
그리고 얼마전 10년 초에 또 고백을 하고 차였습니다...
이번 고백은 진짜 무지하게 떨렸진 않지만, 하고 나니 민망해지는 그런 거 였습니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만화같은 고백...ㄷㄷ
상황은 이랬습니다...
저는 수영과 헬스를 같이 하는 운동 센터에 다닙니다.
그런데 그 카운터에 왠 아리땁고 귀요미한 여성분 앉아계신겁니다.
웨이브가 살랑거리는 오렌지헤어에 앙증맞은 코에 동그란 눈. 쌍꺼풀은 없지만 애교살 쩔고,
몸매는 어찌나 그리 아담하신지...
여튼 그래서 그 분을 처음 본 다음부터 집에와서 배게에 머리를 묻고 어떡하지를 사흘 밤낮을 고민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그녀를 네번째로 본 날... 저질렀습니다.
들어가면서 보니. 아니 이럴수가!! 머리를 귀요미 하게 커트하신겁니다!! 단발머리는 단발머리인데
볼륨매직하신듯 하고, 살짝 옆머리를 묶은 모습을 보니, 제 심장은 두근반세근반...
그래서 들어가면서 용기내서 말을 걸었습니다.
"머리자르셨네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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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뭔가 말을 했어야 하는데, 그냥 멍해져서 말을 못하고 키는 카운터의 다른 사람한테 받고 그냥 탈의실로
들어갔습니다.
아... 수영하고 헬스하는데 왜이렇게 씁쓸하던지... 평소 힘의 두 배 정도를 쓰면서 마음속으로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어떡하지? 어떻게 말을 걸지? 옆사람도 있던데 일단 남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봐야 되나? 아니 커플링은 없던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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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옷을 갈아입고 카운터에서 키를 반납했습니다.
그리고 말을 걸었습니다.
나 : 저기요... 아까 머리 잘랐다고 한 다음에 뒷말을 안했는데...
//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거지?!?!
그녀 : 네?
나 : 그러니까... 그 짧은 머리가 참 예쁘다구요.
// 어? 야 내 입아 뭐라는 거니?
그녀 : 아...예...?
나 : 그리고 귀엽기도 하고...
// 나 뭐라는 거니...;;;
그녀 : 예...
나 : 그...그렇다고 전에 긴머리 였을 때, 안예뻤다는 건 아니구요. 아니 그때도 그랬지만... 그 그러니까! 제 취향이 긴머리이긴 한데...그...그러니까...
// 횡설수설
그녀 : 예 고맙습니다[푸훗].
나 :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저질렀구나.
그녀 : 아 근데 저 늦게 끝나는데...
나 : 기다릴게요
//...이제 통제 불능
그녀 : 한... 10시쯤요.
나 : 괜찮아요
//...미쳤구나.
그녀 : 음... 근데 너무 피곤해서
나 : ...그...그러면 언제 시간 되세요?
//...슬슬 부끄러워짐.
그녀 : 에... 잘 모르겠어요[웃음]
나 : [그녀의 웃음에 정신이 혼미]...그...그러면 집에 바래다 드릴까요?
//...으아아 손발!
그녀 : 아까 일하던 분이랑 같이 가서 괜찮아요.
나 : ...아 그러시구나... 그러면 전화번호라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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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 예?[푸훗] 근데 저 남자친구 있어요.
나 : ...아 그러시구나... 그런줄도 모르고 죄송해요....ㅠㅜ
//...비참해라
그녀 : 아니에요 고마워요[푸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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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ㅜ 흐흑 어떡하죠? 남자친구가 있대요... 아니 그것보다 그녀의 이름이라도 물었어야 하는걸까요?
아니면 아예 시도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였을까요? 아니 그보다...
내일부터 헬스장 어떻게 가지...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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