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te.com/view/20120630n00272 부산상호저축은 피해자들 "우리가 선거운동도 도왔는데 모른척 하기냐"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선 출마 인사차 29일 오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을 찾았지만 ‘의외의 복병’을 만나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문 고문을 찾은 ‘복병’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었다.
이옥주 부산상호저축은행 가입자 대책위원장을 포함해 10여명으로 알려진 대책위원들은 문 고문이 시장을 찾기 전부터 진을 치고 문 고문을 기다렸다. 이 위원장은 “총선 때 우리 일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우리 쪽에서 5명이 가서 선거활동도 했었다. 이후 내가 전화 40통을 했는데 받지도 않고 바람을 맞혔다”면서 문 고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안 이 위원장 측에서 일방적으로 큰소리가 나다가 피해대책위원들과 문 고문을 지지하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박근혜한테 그래봐라” “재산을 다 뺏기고 거지가 돼봐라”는 등 옥신각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상황은 20여분간 지속됐고, 문 고문이 오후 5시30분경 도착했을 때는 피해대책위원들의 항의와 문 고문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박수 소리가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문 고문이 도착하자마자 이 위원장이 다가갔지만, 관계자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큰소리도 났다. 문 고문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관계자들에게 저지하지 말라는 뜻을 비춘 뒤 시장내 콩국수 집을 들르는 등 밝은 얼굴로 인사를 다녔다. 문 고문은 그러다 뒤따라오던 관계자에게 “저축은행과 관련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찾아놓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후 문 고문은 부산 서면의 지하상가를 들러 1시간 가량 시민들을 만났다. 문 고문은 젊은이들과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고, 서면 롯데백화점 분수대 앞에서 프리허그를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9일 오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을 찾은 가운데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장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향 찾은 문재인…자신감 넘쳐
당내 라이벌 주자들의 공격에 ‘일축’으로 일관하다가 28일에는 거제 명진 마을에서 “이미 나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양강구도”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던 문 고문은 29일에도 이와 맞닿아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고향에 기를 받으러 왔다”는 문 고문은 그 기를 ‘자신감’으로 풀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문 고문은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부산지역 언론인 간담회 자리에서 다른 주자들의 공격과 관련한 질문에 “그렇게 하면 하는대로 내가 감당하면 될 문제”라며 “크게 대세에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이어 “나는 부산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의 어느 지역을 놓고 보더라도 우리 민주당 당내에서는 그래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라면서 “새누리당 후보를 꺾을 수 있는 확실하고 유일한 후보가 나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재차 박 전 위원장을 ‘진짜 라이벌’로 규정한 것이다.
아울러 부산 사상 지역구의 국회의원이기도 한 문 고문은 “부산-경남 지역은 내 출신지이고 고향인 만큼 어느 후보보다도 당연히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부산-경남 지역에서도 드디어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는 새로운 역사를 꼭 만들고 싶다”고 호소했다.
문 고문은 그동안 겸손한 이미지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손학규 상임고문과 조경태 의원 등 당내 라이벌 주자들의 견제 공격이 쏟아지자 연일 ‘겸손’의 틀을 깨는 ‘터프가이’ 행보로 선회했다. 기자들과 만난 문 고문은 이에 대해 “그전에는 내가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시작됐다”고 ‘선전포고’에 준하는 발언도 했다.
김두관·안철수는…아직 조심스러워
하지만 문 고문은 아직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문 고문은 당내 후보들의 공격에는 무신경으로 맞받아치고, 박 전 위원장과 관련된 질문에는 ‘공주’ ‘퇴행적 리더십’과 같은 수식어를 달고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 같은 것도 없고, 부족해 보인다”고 했으나 김 지사와 안 원장에 대해선 최대한 말을 아꼈다.
문 고문은 김 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김 지사가 이 점 때문에 많은 고심을 할 것”이라면서 “이제 선택은 본인이 할 문제니 우리로서는 그 정도(사퇴가 아쉽다) 뜻을 밝힌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문 고문은 거제에 주재하고 있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번에 경남 창원에서 인사드리는 순서를 갖고 싶었는데 김 지사가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어 시기상 맞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동안 지사직과 관련, 김 지사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췄던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고문은 안 원장의 출마 선언과 관련해서도 “그 부분은 본인이 선택할 영역”이라며 “본인이 판단할 영역을 존중해드려야 한다”고만 했다.[부산 =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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