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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절도범이 자전거와 함께 남긴 메모/사진제공=최창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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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최씨의 자전거 도난 소식을 공유했다./이미지=페이스북 캡쳐 |
자전거 절도범이 SNS '공유 수사망'에 굴복, 절도 11시간 만에 "부디 용서하시고 봐주세요" 쪽지와 함께 자전거를 제자리에 돌려놔 화제다.
이번 절도 사건은 지난 20일 오후 두시께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했다. 자출족(자전거 출퇴근하는 사람), 최창수(35·서울 은평구)씨는 출근 후 늘 그랬듯 자전거를 2층 복도에 묶어뒀다.
자전거 분실을 확인한 오후 두시 경, 최씨는 아연실색했다. 보안키 출입과 폐쇄회로(CC)TV를 갖춘 내부 업무공간에서, 그것도 자전거 잠금장치까지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최씨는 업무를 마친 저녁 7시, 페이스북 자전거동호회에 국내 한대뿐인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며 폐쇄회로(CC)TV에 담긴 범행 장면과 자전거 사진을 공개했다. 최씨가 공개한 스틸컷에는 2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포착됐다. 이 남성은 회사 현관 출입 2분 만에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이 소식을 접한 동호인들은 "절도범을 잡을 때까지 공유 하겠다", "자전거를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이다", "잘못 걸렸다, 반드시 찾아 낼 것", "단서가 많아 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등의 댓글과 함께 최씨의 사연을 페이스북과 블로그, 커뮤니티에 옮겼다.
최씨의 사연은 SNS를 통해 6시간 동안 600여 건 이상 공유 됐으며, 절도범이 착용한 상의를 제작한 업체까지 나섰다.
사건 발생 11시간, SNS 호소문 게시 6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다음날 오전 1시께, 최씨에게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다.
"관련 제보인가 싶어 전화를 받았는데…, 절도범이었요. 고등학생인데 실수로 가져갔다, 자전거를 사무실 주차장에 되돌려 놨다, 용서해 달라 면서 급하게 전화를 끊었어요."
새벽, 꿈만 같고 믿을 수도 없었던 최씨는 부리나케 도착한 주차장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찾았던 자신의 자전거가 낯선 잠금장치에 묶인 채 주차장 한편에 '쓸쓸히' 있었던 것.
최씨는 "페이스북에 정보를 공유하고 추적에 들어가니까 되돌려 준 것 같다. 기쁘기도 하지만 씁쓸하다"면서 "정보를 공유하며 '내 일'처럼 자전거 찾기에 나선 동호인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씨의 소식을 다시 접한 동호인들은 "남일 같지 않은데 찾아서 다행이다", "SNS의 힘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