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푸른교실을 아십니까? 개학이 두려운 아이들
“학교가 아니라 감옥 같아요. 학교 교복이 아니라 죄수복을 입은 느낌..“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 오리걸음에서부터 PT체조, 앉았다 일어서기까지 수십 명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기합을 받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되는 훈련, 지각생이나 복장이 불량한 학생들에게 벌을 주는 이 학교의 선도프로그램, ‘푸른교실’입니다.
그런데 이 ‘푸른교실’이 생기면서 학생들은 학교가 교도소처럼 변했다고 말합니다. 단추 하나, 양말 무늬하나로 군대식 기합을 받아야 하고 도를 넘는 선생님들의 체벌도 심해졌다고 합니다. 심지어 생리통을 호소하며 ‘푸른교실’을 면해달라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직접 생리여부를 검사하는 충격적인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포로 변해버린 단속과 체벌 어느 고등학교의 빗나간 선도실태를 <추적 60분>이 고발합니다.
【주요 내용】
■ 학교가 무서운 아이들, ‘푸른교실’을 말하다!
▷ “푸른교실 녹색교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런 생각밖에 안하게 만드는 곳이 우리 학교예요”
▷ “이건 실미도, 삼청교육대보다 더 지독한 거예요.”
지난 달, 한 여교사가 학생의 생리혈을 검사하는 믿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논란이 된 곳은 경기도의 한 종합고등학교. 해당교사는 ‘푸른교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학생이 생리통을 호소하자,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같은 검사를 실시했다고 했다.
1년 전부터 시작된 ‘푸른교실’은 지각, 용의복장 등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을 방과 후에 남겨 벌을 주는 이 학교만의 생활지도 프로그램. ‘푸른교실’ 명단에 오른 학생들은 저녁 6시20분부터 1시간 20분 동안 달리기, 오리걸음, PT체조 등 군대훈련소를 방불케 하는 체력훈련을 받는다.
적발 횟수가 누적되면 2주, 길게는 한 달 동안 같은 생활을 되풀이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교실에서 체육복을 걸치고 있다거나, 단추 하나가 풀어졌다는 등의 사소한 것조차 ‘푸른교실’행이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푸른교실’이 생기면서 학교와 선생님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반복적으로 걸리는 일부 학생들의 문제라며 일축하고 있다.
■ 도를 넘은 체벌의 공포 ‘폭격기 수준이에요’
▷ “손부터 그냥 나가요. 말보다는 손부터.. 말이라는 게 없어요.”
▷ “저희를 완전히 동물취급, 사람 취급하는 게 아니라”
‘푸른교실’ 본래 취지는 체벌 없이 학생들의 심신을 단련시키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른교실’이 시행되면서 학교에선 도를 넘는 체벌들이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방학 2주 전, 교사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는 진호(가명). 진호는 수업시간에 교사를 보며 찡그렸다는 이유로 복도로 끌려 나가 20여 차례를 맞았다고 했다. 사건 직후, 아이는 자다가 식탁 밑으로 숨는 등의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무차별 체벌을 당했다는 학생은 이뿐이 아니었다. 선생님으로부터 뺨과 배를 마구 구타를 당했다는 학생, 뺨을 심하게 맞아 인공고막을 달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선생님의 체벌 수준이 폭격기, 이종격투기 수준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심지어 여학생에게도 원상폭격을 시키거나 발로 골반을 걷어차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이 학교 생활선도규정에는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불가피한 경우 1.5센티 이하 지름의 체벌도구를 사용해 5대 이하로만 체벌한다고 되어있다. 교사들은 체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문제아들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 성추행을 당했다는 아이들 - 이상한 복장검사
지난 11일, 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학생들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며 직접 학교를 찾아왔다. 학생들은 등굣길, 교문에서 한 남 교사가 짧은 치마를 숨겨 입었는지 확인한다며 학생들의 교복치마를 들춰올렸다고 주장했다.
또, 담배검사를 한다며 여학생들의 아랫배를 만지거나 지휘봉으로 찌른 적도 있다고 했다. 해당 교사는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학생들의 기억이 왜곡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교사로부터 은근슬쩍 가슴을 만지거나 볼을 부비는 등 불쾌한 경험을 당했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지난 6월, 학생들은 이러한 사실을 상담교사에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후 학교측의 조치는 전혀 없었다.
■ 푸른교실과 도를 넘는 체벌 - 방학식날 자퇴를 선택한 수진이(가명)
“인간적으로 안 대해주는 거죠. 아무데나 때리고 욕하고.. 짐승만도 못하다고...”
제작진은 방학하던 날 자퇴서를 제출했다는 고2 수진(가명). 수진이 교사들의 체벌과 무시 그리고 ‘푸른교실’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다고 했다. 아이는 가출을 해서라도 학교를 벗어나고 싶었다며, 집을 떠나 방황하던 시간들을 털어놨다. 이제 홀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수진이는 학교가 원망과 고통의 대상이라고 했다.
한편, 관할 교육청에서는 이 학교에 대해 사실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교육청의 조사내용은 아이들의 주장과는 너무 달랐다. 체벌은 5대 이하로만 이뤄지고 고막이 찢긴 학생도 전혀 없다는 게 교육청의 조사내용이다.
‘푸른교실’에 대해서도 학교 측에 단순한 ‘시정권고’만 내렸을 뿐이다. 교육청은 학교장과 학생주임 교사의 질의응답만으로 조사를 마쳤던 것이다. 해당 교육청에 피해 학생들의 증언 내용을 영상으로 보여주자 처음 이러한 실태를 알았다고 했다. 교육감은 취재진에게 학부모와 학생을 포함한 실태조사를 재실시 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