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독자는 토미가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앤디가 어째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는지 어째
서 곧바로 소장을 만나려했는지 그 까닭을 알았을 것이다. 토미가 4년전에 그를 알았을 때
앨우드 블래취는 6-12년형을 살고 있었다. 1963년 앤디가 그 모든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놈
은 막 석방되려 하거나 ...이미 석방되었을지 몰랐다. 그래 이것이 앤디를 굽고 있는 두 개의
석쇠 꼬챙이였다.---블래취가 아직도 복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자신이 바람처럼
나간다는 진짜 현실적인 가능성 말이다.
토미의 이야기에는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지만 현실 생활에서 그런 일은 항상 있는 것이 아
닌가? 블래취는 감방에 간 놈은 잘 나가던 법률가라고 했는데 앤디는 은행원이었다. 하지만
그 두 직업은 교육이 짧은 사람들이 쉽게 혼동하는 것들이다. 또 블래취가 재판에 관한 기
사를 읽은 싯점과 토미 윌리엄스에게 이야기 해 준 싯점과의 사이에는 12년이라는 시간이
놓여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는 또 웅틴의 장롱 속 트렁크에서 1000달라 이상을
슬쩍했다고 했는데 경찰은 앤디의 재판에서 강도당한 흔적은 없다고 말했었다. 난 그 점에
관해 몇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현금을 훔쳤는데 주인이 죽었다면 누군가가 사실을 말해 줄
수 있다면 모르되 어떻게 무엇이 도난당했는지 알 수 있겠는가? 둘째, 블래취가 그 부분에
서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아마도 놈은 별 소득 없이 두 사람의 목
숨을 뺏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 지도 몰랐다. 셋째, 강도의 흔적이 있었지만 경
찰이 발견하지 못했거나 ---경찰은 꽤 어리석은 놈들이다.--- 아니면 그 검사의 사건을 어
렵게 만들지 않으려고 고의로 은폐했을 수도 있었다. 놈은 공직에 출마하려 했었고 유죄 판
결을 계속 필요로 했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라. 미제 강도 사건은 결코 그에게 이롭게 작용
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둘째에 가장 마음이 끌린다. 나는 쇼생크에 복역하면서 앨 우드 블래취같은 놈
을 몇 알게 되었다.--- 그 미친 듯한 눈알을 가진 총기 살인자들 말이다. 그런 놈들은 2달
라짜리 타이멕스 손목 시계나 9달라를 강도질하다 잡혀 복역하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했다하
면 호프 다이아몬드 정도 되는 걸 한다고 상대방이 믿어주길 바란다.
토미의 이야기에는 의혹의 그늘을 넘어 앤디를 확신시키는 점이 하나 있었다. 블래취는 우
연히 웅틴을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웅틴을 몸이 건장하고 재산도 있는 놈이라고 했고
프로 골퍼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다 앤디 부부는 2년간 1주일에 한두번은 그 컨트리 클럽에
가서 한잔 하거나 식사를 했고 앤디는 부인의 간통을 알고 나서는 거기서 꽤 많은 술을 마
셨던 것이다. 컨트리 클럽에는 주유소가 딸려 있었는데 1947년 어느 땐가 한동안 토미가 묘
사한 앨 블래취의 외양과 똑같은 놈이 거기서 시간제로 구리스를 치거나 가솔린을 넣는 일
을 했었다. 몸이 크고 거반 대머리가 벗겨졌으며 움푹 들어간 푸른 눈동자의 사나이. 상대방
을 가늠해 보는 듯이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사나이. 놈은 오래 있진 않았죠, 앤디는 말했다.
그냥 가버렸던지 아니면 주유솔 관리하던 브릭스가 해고했겠지요. 하지만 안 잊혀지는 놈이
었어요. 잊혀지기엔 너무나 인상깊은 놈이었어요.
그리하여 앤디는 비 바람이 몰아치고 회색 담 위의 하늘에 커다란 회색 구름이 가로질러 날
아가던 어느 날 노튼 소장을 찾아갔는데 그날은 마지막 눈이 녹기 시작하여 교도소 위쪽 들
판에 작년의 죽은 잔디를 군데군데 드러내고 있었다.
소장은 행정 구역 내에서 상당히 큰 집무실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장 책상 뒤로는 부소장의
집무실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그날은 부소장이 외출중이었고 모범수 하나가 안에 있었다.
그는 한쪽 발을 절었는데 진짜 이름은 잊었다; 나를 포함해서 모든 죄수들은 그를 마샬 딜
런의 동료 이름을 따서 체스터라 불렀다. 체스터는 화분에 물을 주고 마루에 왁스로 윤을
내도록 되어 있었다. 아마 그날은 식물들은 목이 타고 그 연결문의 열쇠판에 체스터의 지저
분한 귀가 문질러졌기 때문에 윤을 낸 곳이라곤 그곳 뿐이었을 것이다. 그는 소장실의 정문
이 여닺히는소리와 노튼의 목소리를 들었다; "잘 잤나, 듀프레인. 무슨 일이지? "
" 소장님." 앤디는 입을 열었다. 노련한 체스터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 변해 있어서 그의 목
소린지 분간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 소장님, 그... 있쟎습니까?... 그 ... 저한테 무슨 일이...
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자, 처음부터 차근차근 얘기해 보는 게 어떻겠나? " 소장은 아마도 평소 그러듯이 부드럽
게 자-시편-23-장을-펼쳐-다-함께-읽어-봅시다 하는 식의 목소리로 말했을 것이다. " 그게
보통 제일 좋은 방법이지."
그래서 그렇게 했다. 노튼에게 복역하게 된 원인이된 범죄에 관해 상세하게 환기시키는 것
으로 시작해서 토미 윌리암스가 이야기한 것을 정확히 말해 주었다. 또한 토미의 이름도 언
급했는데 독자는 나중의 사건 전개에 비추어 좀 현명하지 못한 처사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
겠으나 그의 이야기가 일말의 신빙성을 갖기 위해서 그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었겠는지 독자
에게 의문을 던지고 싶다.
이야기를 끝냈을 때 노튼은 잠시 완전한 침묵에 잠겼다. 나는 그 모습을 정확히 그릴 수 있
는데 벽에 걸린 주 지사 리드의 사진 아래 집무 의자에 몸을 뒤로 약간 젖히고 앉아있는 그
의 손 가락들은 뾰족하고 붉은 입술은 오무라지고 이마는 머리 꼭대기로 오르는 사다리의
가로대인 양 주름져 있고 30년 기념핀은 달콤하게 빛나고 있었으리라.
" 그래."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 그거 내가 들어본 얘기 중 가장 끔찍한 얘기군 그래.
근데 자네 얘기 중에서 내가 놀란 부분은 말해 줌세. 듀프레인.
" 예, 그게 뭡니까? "
" 그건 자네가 속고 있다는 거야."
" 예?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체스터는 13년전 번호판 공장 지붕위에서 바
이런 해들리를 굴복시켰던 그 앤디 듀프레인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허둥댔다는 것이다.
" 그게---" 노튼은 말했다. " 내겐 말이지, 그 젊은 윌리엄이란 친구가 자네에게 깊은 인상
을 받은 게 분명한 것같은데. 사실 푹 빠졌겠지. 그 친구는 자네의 비통한 얘기를 듣고는 자
연스럽게 자네의 기분을 북돋우려는 생각이 났겠지. 아주 자연스런 일이지. 걘 아직 얘야.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고. 자네가 처한 상황을 깨닫지 못하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
자, 그럼..."
" 제가 그 점을 생각 안한 줄 아십니까? " 앤디는 물었다. " 하지만 저는 주유소에서 일하
던 남자에 대해선 얘기한 적이 없읍니다. 그 누구한테도요. --- 게다가 제 마음 속에 떠오
른 적도 없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 감방 동료에 대한 묘사가 그 남자와 일치하더란 말입
니다! "
" 자넨 말야. 좀 선택된 관념에 빠져 있는 것같군." 노튼은 웃으며 말했다.선택된 관념과 같
은 문구는 행형학과 교정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었고 그들은 가능한 한
그런 말들을 사용했다.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 그건 자네 편견이야." 노튼은 말했다. "나는 다르네. 당시 팔 마우쓰 클럽에 그런 남자가
있었다는 자네 말만을 받아들인다는 점을 기억하세."
" 아닙니다." 앤디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 어쨋든," 노튼이 큰 소리로 그의 말을 무시했다. " 망원경의 다른 쪽에서 사태를 관찰해
보세. 단순한 가정이네만 정말로 앨우드 블로취란 남자가 있었다고 치세."
" 블래취입니다." 앤디가 단단히 말했다.
" 좋아, 블래취.또 그 친구가 로드 아일랜드에서 토마스 윌리암스의 같은 방 동료였다고 가
정해 보세. 지금쯤 풀려났을 가능성이 대단히 크네. 대단히 커.거 왜,그 친구가 윌리암스와
지내기 전에 얼마나 복역했는지도 모르지 않나? 그저 6-12년을 산다고 알고 있을 뿐이지."
" 그렇죠. 얼마나 복역했는지 모르죠. 하지만 토미는 그 친구가 행실이 나쁜 말썽꾼이라고
했어요. 아직 그안에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설사 석방되었다고 해도 교도소
에선 그의 최근 주소나 친척들의 이름을 알고 있을 거구요.---"
" 분명히 둘 다 소용없을 거야."
앤디는 잠시 침묵했다가 소리쳤다. " 그건 가능성 아닙니까? 안 그래요? "
" 그래, 그렇지. 가만 있어보게. 듀프레인. 블래취가 실재하고 아직 로드 아일랜드 주립 형무
소에 있다고 가정해 보세. 그러면 우리가 그 골치 아픈 문제를 그에게 내밀었을 때 뭐라고
그럴 것 같은가? 무릎을 꿇고 눈알을 두리번거리면서 '제가 그랬어요. 제가. 꼭 종신형을 선
고해 주세요! ' 그럴 것 같은가? "
" 어떻게 그렇게 우둔하십니까? " 이 말은 너무 낮은 음성이어서 체스터는 알아듣기 힘들었
다. 하나 소장의 말은 분명하게 들었다.
" 뭐? 너 지금 나보고 뭐랬어? "
" 우둔하다고 했읍니다." 앤디는 외쳤다. " 일부러 그러는 거지요?"
" 듀프레인, 넌 내 시간을 5분이나, 아니,7분이나 잡아먹었어. 오늘 바쁜 일정이 있단 말이
야. 이제 그만 면담은 끝난 것으로 하세. ---"
" 컨트리 클럽엔 근무 기록표가 있단 말입니다. 모르겠습니까? " 앤디는 외쳤다. " 또 그의
이름이 적힌 세금 고지서나 실업 수당 통지서가 있을 겁니다. 당시 고용주였던 브릭슨가 하
는 친구가 아직도 거기 있을 거예요. 15년 전입니다. 그렇게 오래전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그를 기억할 겁니다. 블래취를 기억할 거란 말입니다.만약 토미더러 블래취가 한 말을 증언
하게 하고 그가 실제로 그컨트리 클럽에서 일 한 적이 있다는 걸 브릭스가 입증한다면 전
재심을 받을 수가 있어요. 그래요.---"
" 경비! 경비! 이 친구 끌어 내! "
" 도대체 뭐가 문젭니까? " 체스터는 이때 그가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했다고 말했다." 이
건 내 인생이 걸린 겁니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란 말입니다.그걸 모릅니까? 그래 그럼
토미의 얘길 확인해보기 위해 한 차례 장거리 전화도 안해볼 작정입니까? 이 봐요! 전화 요
금은 내가 내겠어요! 내가 내겠단 말입니다.---"
그리곤 경비들이 그를 붙잡아서 끌고 나갈 때 몽둥이질 하는 소리가 들렸다.
" 독방에 쳐 넣어! " 노튼 소장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아마도 그러면서 30년 기념핀을 만
지작거렸으리라. "빵하고 물만 주고."
그래 그들은 완전히 자제력을 잃고 소리를 질러대는 앤디를 끌어냈다. 체스터는 문이 닫힌
뒤에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건 내 인생이야! 내 인생! 그걸 모르겠어? 내
인생이란 말야!
앤디는 독방에서 그레인 드레인 훈련을 받으면서 20일을 보냈다. 두 번째 독방행이었으며
노튼과의 싸움은 그가 우리의 행복한 작은 가족의 일원이 된 이래 첫번째 별을 달게 했다.
이 문제를 다루는 동안 쇼생크의 독방에 관해서 좀 말하겠다. 1700년대 중반 메인의 어려웠
던 초기 개척자의 시절로 돌아가 보자. 당시에는 아무도 '행형학' 이니 '재사회화' '선택된
관념' 같은 것들로 시간을 과히 낭비하지 않았다. 당시는 완전히 흑이냐 백이냐 하는 용어
로 다루어졌다. 유죄 아니면 무죄였다. 유죄라면 교수형이거나 감옥으로 간다. 그리고 감옥
행 판결을 받더라도 어떤 건물로 가는게 아니었다. 그게 아니고 메인 지방 정부에서 제공한
장소에다 자신의 감옥을 파는 것이었다. 일출과 일몰사이에 가능한 한 깊고 넓게 구덩이를
판다. 그리곤 가죽 2장과 바께스를 받고 그 아래로 내려간다.내려가면 구더이 입구에 간수가
창살을 만들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약간의 곡물이나 구데기가 끼는 고기 조각을 던져 주고
일요일 밤에는 보리죽 한 국자 정도를 준다. 바께스에다 소변을 보고 아침6시에 간수가 오
면 바로 그 바께스를 물을 달라고 올려 보낸다. 비가 올 경우에는 빗물 통 속의 쥐처럼 익
사하고 싶지 않다면 감옥 안의 물을 그 바께스로 퍼내야 한다.
아무도 이른바 '구덩이' 에서 오래 있지 못했다; 30개월이면 특별히 오랜 기간이었으며 내
가 아는 범위에서 죄수가 살아서 나간 가장 긴 복역 기간은 급우의 성기를 녹슨 금속 조각
으로 잘라버린 이른바 '듀램 보이' 라는 14세의 싸이코에 의해 기록되었다. 7년을 지냈는데
물론 젊고 튼튼할 때 들어간 것이었다.
범죄가 가벼운 좀도둑질이나 모욕죄,혹은 안식일 날 포켓에 손수건을 넣는 것을 잊은 죄 같
은것보다 중할 때는 교수형에 처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위와 같은 가벼운 범죄의
경우에는 3개월,6개월,9개월을 구덩이에서 보내다가 밖으로나오는데 몸은 물고기 배처럼 하
얘지고 광장 공포증으로 움츠려드는 데다가 눈은 반쯤 멀고 이빨은 괴혈병으로 흔들리며 발
에는 곰팡이가 피어있다. 유쾌한 메인의 옛 감옥이다. 요호호, 럼 주나 한 병!
쇼생크의 독방은 그렇게 지독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인간의 경험에 있어서 주
요한 세 단계가 있다고 본다. 좋은 것, 나쁜 것, 끔찍한 것. 이렇게. 그리고 점점 끔찍한 것
쪽으로 짙어져 가는 어둠 속으로 내려가다 보면 그럴 수록 각 단계의 세분화는 어려워진다.
독방 구역으로 가자면 건물의 맨 밑바닥으로 23계단을 내려가는데 그 곳은 소리라고는 물방
울 떨어지는 소리 뿐이다. 불 빛이라고는 죽 매달린 60W 짜리 전구 불빛 뿐이다.감방은 부
자들이 간혹 그림 뒤에 감추어 놓는 벽 금고처럼 개 집모양이다. 금고에서와 같이 둥그런
출입문은 창살 문이 아니라 속이 꽉 찬 문이었고 여닫이였다. 환기구는 위쪽에 있었고 방에
있는 60W 전구 불밖에 불빛은 없었으며 그 불은 교도소 다른 구역의 소등 시간보다 한 시
간 이른 오후 8시면 신속하게 마스터 스위치로부터 꺼지게 되어있다. 전구는 철망이나 그
비슷한 것 속에 들어있지 않다. 깜깜한 데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끽하리라는 생각
이다. 그런 사람은 많지도 않지만 8시 이후에는 물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벽에 붙은 침대가
있고 좌변기없는 깡통이 하나 있다. 시간을 보내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앉아있기, 똥 싸기,
잠자기. 대단한 선택이다. 20일이 1년처럼 느껴질 수 있다.30일은 2년, 40일은 10년에 해당된
다. 때로 환기구에서 쥐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같은 상황에서는 끔찍한 것의 세분화는 헷
갈리기 십상이다.
독방이 좋은 점이 있다면 생각할 여유가 있다는 점뿐이다. 앤디는 그레인 드레인을 즐기면
서 20일 동안 생각에 잠겼다. 독방에서 나오자 다시 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요구는 거절
되었다. 그같은 면담은 '비 생산적' 인 거라고 소장은 말했다. 그 말은 교도소나 교정 분야
에 직장을 갖기 전에 익혀 두어야 하는 문구의 하나이다.
꾸준하게 앤디는 요구를 갱신했다. 갱신하고 또 갱신했다. 앤디 듀프레인은 변해갔다. 1963
년 봄이 우리들 주위에 만개하면서 갑자기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고 머리에는 회색 빛 무늬
가 나타났다. 항시 입 주위를 떠나지 않던 희미한 미소가 사라졌다. 눈은 자주 허공을 응시
했는데 어떤 이가 그러고 있다면 그는 지금 복역한 햇수와, 달수와,주일수와,날짜를 세고 있
다는 뜻임을 알아야 한다.
여름이 되었다. 워싱턴에서는 케네디 대통령이 목숨이 반년 밖에 남지 않은지도 모르고 빈
곤과 시민권의 불평등에 대한 새로운 개혁을 약속하고 있었다. 리버풀에선 비틀즈라고 불리
는 그룹이 영국 음악계에서 상당한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었으나 미국 쪽에서는 아직 아무도
그들에 관해 들어보지 못한 것 같았다. 보스턴 레드 삭스는 뉴 잉글랜드 사람들이 일컫는
67년의 기적을 4년 앞으로 남겨놓고 아메리킨 리그 밑바닥에스 빌빌거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활보하는 더 큰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노튼은 6월말이 가까와져서 그를 만났는데 그들의 대화는 한 7년 뒤에 앤디로부터 직접 들
었다.
" 그 횡령 문제 때문이라면 걱정할 필요없읍니다." 앤디는 노튼에게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 제가 그걸 털어놓을 것 같습니까? 그건 제 목을 따는 식이지요. 저 역시 기소될 거란---"
" 됐네. " 노튼이 말을 막았다. 그의 얼굴은 석판 묘비처럼 길고 싸늘했다. 집무실 의자에
앉아 몸을 젖히자 뒷머리가 주님의 심판은 일찌기 찾아오도다 라고 씌인 자수에 거의 닿을
듯했다.
" 하지만---"
" 다시는 내 앞에서 돈 문제를 꺼내지 말게. " 노튼이 말했다. " 내 사무실에서건 어디서건
말이야. 도서관이 창고와 페인트 저장소로 되돌아가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알겠나?
"
" 전 소장님 맘을 편하게 해드리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 뿐입니다."
" 말이지,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너같은 불쌍한 개새끼가 필요할 때 나는 은퇴하는
거야. 하도 졸라대는데 지쳐서 이번 면담에 동의한 건데, 듀프레인, 그만뒀으면 싶어. 이 유
별난 브룩크린 다리를 사고 싶다면 그건 자네 일이야. 날 끼워넣지 마. 너희 놈들한테 귀만
열면 일주일에 두 번은 네 놈 얘기처럼 미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여기 있는 모든 놈들이
날 눈물 수건으로 써먹을 거야. 내 자네는 좀 좋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
지막. 이제 우리 합의를 본 것 같지? "
" 좋습니다." 앤디는 말했다. " 하지만 전 변호사를 고용할 겁니다. 아시겠어요? "
" 어떻게? "
" 저희들은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앤디는 말했다. " 토미 윌리암스와 저의 증언, 그리고 컨
트리 클럽의 기록과 공용인들의 보강 증거로 할 수 있읍니다."
" 토미 윌리암스는 이제 여기 죄수가 아닌데? "
" 뭐라구요?"
" 걔는 이감됐어."
" 어디로요? "
" 캐쉬맨으로."
그 말에 앤디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머리가 좋은 사내였다. 하지만 그 문제에 있어 뒷
거래를 눈치 못챌려면 놀랍도록 머리가 나빠야만 했을 것이다. 캐쉬맨은 멀리 위쪽 아르수
툭 구 북부에 위치한 최소 경비 교도소였다. 거기 죄수들은 감자를 많이 캐는데 일은 고되
지만 보수가 좋았고 원한다면 상당히 괜찮은 기술 직업학교인 CVI에 다닐 수도 있었다. 토
미처럼 젊은 부인과 아이를 가진 친구한테 더 중요한 것은 캐쉬맨에는 귀휴 프로그램이 있
다는 점이었다...이는 최소한 주말에는 정상인들처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자녀들과 모형 비
행기를 만들거나 아내과 잠자리를 함께하고 소풍도 갈 수 있다.
노튼은 그 모든 것을 줄 하나에 매달아 토미의 코 앞에서 흔들었을 것이 거의 확실했다; 앨
우드 블래취에 관해서 지금, 그리고 앞으로 한마디도 해선 안돼. 안그러면 경치 좋은 1번 도
로 아래 쪽에 있는 토마스턴 교도소에서 진짜 거친 놈들하고 생활하게 될 거야. 마누라랑
하는 대신 늙은 호모들이랑 그 짓을 하고 말이지.
" 하지만 왜요?" 앤디는 말했다. " 어째서---"
" 자네에 대한 호의로 로드 아일랜드를 조사해 봤지." 노튼은 조용히 말했다. " 정말 앨우드
블래취란 친구가 있더구만. 한데 그 친구 임시 가석방됐어. 그거 죄수들을 거리에다 풀어놓
는 미치광이 같은 자유 프로그램의 하나지. 그 뒤로 사라져 버렸어. "
앤디가 말했다: " 거기 소장이...... 당신 친굽니까? "
샘 노튼은 부사제의 시곗줄처럼 싸늘하게 미소지었다. " 좀 알지."
" 왜요?" 앤디가 되풀이했다. " 왜 그랬는지 말해 줄 수 없습니까? 제가 그걸 발설하지 않
으리란 걸 알쟎아요? 당신이 하고 있는 그 무엇이든 말입니다. 잘 알면서 왜 그랬습니까? "
" 왜냐면 너같은 놈은 진저리가 나기 때문이야." 노튼은 천천히 말했다. " 듀프레인 씨, 난
당신이 여기 그냥 있는 게 좋아. 내가 여기 쇼생크의 소장으로 있는 한 자넨 여기 있게 될
거야. 알겠나? 넌 자신이 남들보다 난 놈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지? 난 사람들 얼굴에서
그걸 읽어내는데 명수야. 처음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 그걸 자네 얼굴에서 발견했지. 대문자
로 이마에 써놓는 것이 오히려 나았을 걸. 그 표정이 이제 없어졌어. 그게 내 맘에 꼭 든다
말이야. 자네가 쓸모있는 놈이기 때문이 아니야. 그런 건 생각지도 말아. 너같은 놈은 겸손
을 배울 필요가 있어. 단지 그때문이야. 네 놈은 자신이 지금 응접실에 있다는 듯이,그리고
악마같은 작자들이 돼지처럼 술에 취해서 서로의 남편들과 아내들에게 눈독을 들이면서 어
슬렁거리는 칵테일 파티에 와있다는 듯이 운동장을 돌아다니곤 했지? 근데 이젠 더 이상 그
런 식으로 돌아다니지 못할 걸. 또 그런 식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지 지켜보지. 여러해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자넬 관찰할 걸세. 자, 이제, 여기서 꺼져버려! "
" 좋습니다. 허지만 이제 일과외 활동은 완전히 끝났읍니다, 노튼 씨. 투자 상담, 신용 사기,
탈세 , 전부 끝났어요. H R 구역에 가서 당신 수입을 공개할 방법을 일러 달래시지요?"
노튼 소장의 얼굴이 벽돌처럼 붉어졌다가 이내 창백해졌다. " 너 독방행이다. 30일 동안이
다. 빵하고 물만 먹고. 검은 별도 단다. 거기서 이걸 잘 생각해 봐라; 지금까지 해오던 것중
하나라도 그만두면 도서관은 날아간다. 그걸 너 들어오기 전으로 되돌리는 걸 내 개인적인
업무로 삼을 테다. 또 네 생활을 되게 고달프게 만들거다. 아주 피곤하게 만들어 주지. 가장
지독하게 고달픈 생활을 할거다. 그 개시로 넌 혼자 쓰는 힐튼 호텔을 잃을 거구, 창턱에 있
는 돌멩이들을 뺏긴다. 간수들도 호모들로부터 널 보호해 주지 않는다. 넌 모든 걸 잃는다.
알겠나? "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마술이며 진정으로 신비로운 오직 하나의 마술
일 터였다. 앤디 듀프레인은 변했다. 그는 점점 더 냉정해졌다. 나로선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 노튼 소장의 더러운 일을 계속했고 도서관을 유지했다. 외부적으론 다를바가 없었
다. 계속 생일날과 매년 마지막날 술을 마셨으며 여전히 남은 술을 돌렸다. 때때로 나는 윤
내는 천을 새걸로 구해 주었으며 1967년에는 새 락 해머를 구해 주었다.---19년 전에 구해
준 것은 완전히 닳았다. 십구 년! 불쑥 이렇게 말하면 그 세 음절은 마치 쿵! 하고 무덤의
이중 문이 닫히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때 10달라였던 락 해머가 67년엔 22달라가 되었다. 우
리는 이 사실에 슬픈 미소를 나누었다.
앤디는 운동장에서 발견한 돌을 다듬고 윤을 내는 일을 계속했는데 운동장은 그 때 작아져
있었다; 1950년당시의 운동장 절반에 1962년 아스팔트가 깔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몰
입할 수 있을만치 충분한 양을 발견하는 것 같았다. 하나하나 완성되면 동쪽으로 난 창 턱
에 올려 놓았다. 자기는 그 놈들을, 흙 속에서 주워 모양을 다듬은 이 행성의 한 조각들을
햇? 속에서 들여다 보기를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편암. 수정. 화강암. 비행기 접착제로 붙인
작고 재밌게 생긴 운모 조각품. 윤을 내고 앤디가 '천년된 샌드위치' 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모양으로 커팅한 여러가지 퇴적 역암.---수 십년, 수 세기 동안 쌓여 만들어진 다
양한 물질의 층들이다.
새것을 놓을 자리가 필요해지면 때로 그 돌들이나 조각품들을 치웠다. 내가 제일 많이 받았
다고 생각하는데 ---짝이 맞는 소매 단추처럼 생긴 돌들을 세어보니 5개였다. 위에서 말한
운모 조각품은 조심스럽게 세공해서 투창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고 두 개의 퇴적
역암은 부드럽게 윤을 낸 단면에 모든 층이 보이도록 한 것이다. 아직도 그것들을 가지고
있는데 자주 내려놓고는 사람이 시간과 그것을 이용할 의사만 있다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무슨 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생각에 잠긴다.
이렇게 적어도 외부적으론 변함이 없었다. 만약 노튼이 자신의 말처럼 지독하게 앤디를 파
멸시키고자 했다면 그 결과를 보기 위해선 표면의 아래를 살펴보아야만 했으리라. 만약 그
가 앤디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아보았다면 그 충돌 이후 4년간은 꽤나 만족했을 것이었다.
그는 앤디에게 칵테일 파티에 와있는 것처럼 돌아다닌다고 말했었다. 나같으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 뜻은 알고 있다. 그 말은 이미 말한 보이지 않는 외투처럼 자유를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이라든지 어떻게 그가 수인의 정신 상태로 떨어지지 않았는지 하는 것
을 회상케 한다. 그의 눈은 결코 흐릿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하루 일과가 끝나고 또하
나의 끝없는 밤을 보내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때 보이는 ---어깨를 꾸부정하게 하
고 터벅터벅 걷는 그런 걸음걸이는 그와 거리가 멀었다. 앤디는 어깨를 꼿꼿이 하고 경쾌하
게 걸어가는데 그것은 마치 맛대가리 없는 질척한 야채 덩어리나 울퉁불퉁한 으깬 감자, 죄
수들이 대개 신비의 고기라고 부르는 한두 조각의 연골질과 지방 덩어리대신에, 집에서 만
든 훌륭한 요리가, 벽에 걸린 라켈 웰치의 포스터 대신에, 멋진 여자가 기다리고 있는 가정
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4년 동안 다른 사람과 똑같지는 않을 망정, 말이 없고 내성적이며 뭔가 생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기뻐한 것은 노튼 소장이었겠지
만... 그것은 적어도 잠시뿐이었다.
그의 우울증은 1967년 월드 시리즈 무렵 사라졌다. 그 해는 꿈같은 해였고 레드 싹스가 라
스베이가스 도박사들의 예견인 9위가 아니라 페넌트 레이스 우승을 한 해였다. 그랬을 때
--- 그 팀이 아메리칸 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 전 교도소가 광란의 도가니였다. 데드 싹스
가 살아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은 어리석은 감정들이었다. 비틀
즈 광이었던 사람들이 그 광기를 설명하는 것 이상으로 그 감정을 설명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레드 싹스가 마지막 분전을 할 때 소내의 모든 라디오의 다이얼은 그
경기에 맞추어졌다.싹스팀이 막판에 2점 뒤지자 우울함이 감돌았으며 리코 페트로셀리가 결
정적인 내야 플라이를 처리하자 폭동과도 같은 환호가 일었다. 그리고 론 버그가 시리즈 7
번째 게임에서 두들겨 맞아 완벽한 결실의 꿈이 깨지고 말자 다시 우울함이 찾아왔다. 그것
은 아마도 노튼을 한없이 기쁘게 했을 것이다. 개새끼. 자기 감옥이 온통 비탄에 잠겨 있어
야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앤디는 다시 우울증에 빠지지 않았다. 어쨋든 그리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고 아마 그
게 이유였을 거였다. 그렇지만 그는 활력의 물줄기를 붙잡은 것 같았으며 시리즈 마지막 경
기 후에도 그것은 다시 가늘어져 사라지는 일이 없었다.벽장에서 그 보이지 않는 외투를 꺼
내 다시금 입었던 것이다.
월드 시리즈가 끝나고 2주일쯤 지난 10월 말의 어느 아름다운 가을날을 기억한다. 운동장에
사람이 가득차서 '한 주일을 걸어서 없애'고 ---프리스비를 주고 받거나 축구공을 차고 혹
은 물물 거래를 하고--- 있었기에 일요일임이 틀림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면회실의 기다란
책상 앞에 앉아 간수들의 감시하에 친척과의 대화나 흡연을 하거나 진지하게 거짓말을 늘어
놓고, 아니면 검열을 거친 소포를 받거나 하고 있었다.
앤디는 인디언 식으로 벽에 기대 앉아 양 손에 조그만 돌을 하나씩 쥐고 부딪히고 있었다.
얼굴은 햇볕을 향해 들려 있었다. 늦가을치고 놀랍도록 따뜻하고 기분 좋은 햇볕이었다.
" 안녕하세요? 레드 형." 그가 불렀다. " 이리 와서 좀 앉아요."
가서 앉았다.
" 이거 드릴까요? "묻고는 일전에 말한 '천년 된 샌드위치' 잘 연마된 것 두 개 중 하나를
건넸다.
" 응." 난 말했다. " 거 예쁜데, 고맙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화제를 딴데로 돌렸다. " 내년에 형한테 큰 기념일이 하나 돌아오죠?
나는 끄덕였다. 내년이면 복역 30주년이 된다. 인생의 60%를 쇼생크 주립 교도소에서 보낸
셈이다.
" 여기서 나가게 될 것 같은가요? "
" 그럼. 허연 턱수염이 길게 자라고 노망이들어 2층에서 공기돌 놀이를 하게 되면 나가겠
지."
그는 미소짓고는 눈을 감고 태양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 기분이 좋군요."
" 그 빌어먹을 겨울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걸 알면 언제나 그런 기분이 들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 여기서 나가면요," 앤디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 사시 사철 따뜻한 곳으로 갈 겁니다." 차
분히 자신에 찬 그 목소리를 들으니 복역할 기간이 한달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생
각될 정도였다. " 형은 제가 어디로 갈 건지 아세요?"
" 그야 모르지."
" 지화타네죠." 혀를 부드럽게 굴려 음악처럼 들리게 이 낱말을 발음했다." 남부 멕시코에
있죠. 플라야 아즐과 멕시코 고속도로 37번에서 20마일쯤 떨어진 조그만 곳입니다. 태평양의
아카폴코에서 북서쪽으로 100마일쯤 됩니다. 멕시코 사람들이 태평양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
는지 아세요? "
모른다고 했다.
" 사람들은 태평양은 과거를 묻지 않는다고들 말합니다. 그 곳이 제가 여생을 마치고 싶은
곳입니다. 과거를 묻지 않는 따뜻한 곳 말입니다. "
말을 건네면서 그는 자갈을 한 웅큼 집어 들었다; 그리곤 하나씩 던지면서 오래지 않아 눈
의 발 밑에 깔리게 될 야구장의 내야로 튀어 굴러 들어가는 것을 지켜 보았다.
" 지화타네죠에다가요,전 자그마한 호텔을 장만할 겁니다. 해변을 따라 오두막을 6개쯤 짓고
요,고속 도로 변 영업도 생각해서 훨씬 안쪽에도 6개 더 지어야죠. 손님들을 위해 낚시배를
담당할 사람도 하나 써야지요. 씨즌 중 최대어를 잡은 사람에게 줄 트로피도 준비하구요,로
비에는 우승자의 사진을 걸어야죠. 가족들이 오는 데가 아니고 1급이나 2급정도의 신혼여행
지로 만들 겁니다. "
" 그런데 어디서 그 동화같은 호텔을 살 돈이 나나? " 나는 물었다. " 주식을 팔아서?"
그는 날 보며 웃었다. " 아주 틀리진 않군요. 형은 가끔씩 날 놀라게 한다니까요. "
" 도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
" 곤란이 닥칠 때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는 겁니다." 앤디는 성냥을 두 손으로
감싸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 레드 형, 진귀한 그림과 조각, 훌륭한 골동품으로 가득찬 집
이 한 채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리고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이 그리로 다가오고 있다는 뉴
스를 주인이 들었다고 해 보지요. 한 종류의 사람은 단지 최선을 희망할 뿐입니다. 허리케인
은 방향을 바꿀 것이다,이렇게 자신에게 말하죠. 생각이 제대로 박힌 허리케인이라면 이 렘
브란트 그림들,드가의 말 그림 2점, 그랜트 우드와 벤통의 작품들을 감히 휩쓸어갈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하나님도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가 된다 해도 보험에 들어
있다. 이게 한 유형의 인간입니다. 또 한 유형의 사람은 허리케인이 자기 집 정면으로 들이
닥칠 경우를 가정합니다. 기상청에서 태풍의 진로가 막 바뀌었다고 알려도 이 사람은 태풍
이 자기 집을 정통으로 휩쓸어버리기 위해 다시 진로를 바꿀 거라고 가정합니다. 이 두번째
유형의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한에서만 최선을 희망하는데 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죠."
나도 담배불을 붙였다. " 그럼 자넨 뜻밖의 일에 대비했다는 말인가? "
" 예, 전 허리케인에 대비했지요. 얼마나 강력한 놈인지 알고 있었지요. 시간이 많지 않았지
만 그 한도에서 일을 했어요. 친구가 하나 있는데요---아마 제 편이었던 유일한 사람이었을
건데---포틀랜드의 투자 회사에서 근무했죠. 6년 전에 죽었읍니다."
" 안됐네."
" 그래요." 앤디는 꽁초를 던졌다. " 린다와 전 1만 4천달라쯤 있었는데요. 큰 돈은 아니었지
만 젠장, 우린 젊었지요. 우린 자신들 보다 앞서 인생을 다 살아버린 셈입니다." 그는 얼굴
을 약간 찡그렸다가, 웃었다. " 바람이 불자 전 저의 렘브란트 작품들을 허리케인의 길목으
로부터 끌어내기 시작했죠. 주식을 팔고 착한 소년처럼 자본 이득세를 냈습니다. 전부 공개
했어요. 한 푼도 안 떼어먹고 말이죠."
" 놈들이 자네 재산을 동결하지 않았나? "
" 레드 형, 저는 살인죄로 기소된 거지 죽은 건 아니란 말입니다! 아무도 죄 없는 사람의 재
산을 동결할 수는 없지요.---천만 다행입니다. 그 때는 놈들이 감히 저를 기소하기 얼마 전
이었지요. 친구 짐하고 전 시간이 좀 있었읍니다. 모든 것을 그렇게 헐값에 팔아치워서 꽤
모았지요. 하지만 그때 주식 시장에서 손해 좀 보는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이 생긴 겁니
다."
" 그랬을 테지."
" 제가 쇼생크로 올 때 그건 안전했읍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이 담벼락 바깥에는 말이죠,
레드 형, 살아있는 사람이 한번도 직접 대면한 적이 없는 사나이가 있거든요. 그 사람은 사
회 보장 카드도 있고 메인 주 운전 면허증도 있어요. 출생 증명서도 있죠. 이름은 피터 스티
븐스라구 하죠. 멋진 익명이지요? 예? "
" 그게 누구야? "나는 물었다. 그의 대답을 거의 확신했지만 믿기지 않았다.
" 접니다."
" 형사들이 괴롭히는 동안 가짜 신분증을 만들 시간이 있었다는 말인가? " 나는 말했다. "
아니면 공판 전에 그 일을 다 끝냈다는 말----"
" 아닙니다. 제 친구 짐이 가짜 증명서를 만든 사람입니다. 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
에 착수해서는 1950년 봄 무렵에 그 주요한 신분증들을 손에 넣게 된 거죠."
" 꽤 친했나 보군." 내 자신이 얼마만큼 그의 말을 신뢰했는지 확실치 않다.---조금은 믿었
는지, 많은 부분을 믿었는지, 아니면 전혀 믿지 않았는지. 하지만 날은 따뜻했고 태양이 있
었고 엄청나게 흥미있는 이야기였다. " 그렇게 가짜 증명을 만드는 건 100% 불법인데 말이
야."
" 친했죠." 앤디는 말했다. " 우리는 전쟁터에 같이 있었읍니다. 프랑스, 독일, 그리고 직업도
같았죠. 좋은 친구였어요. 그도 불법인 줄 알았지만 이 나라에선 가짜 신분을 만들기란 식은
죽 먹기일 뿐더러 들킬 염려도 없다는 것도 알았죠.그는 제 돈을 갖다가 ---제 돈은 세금을
다 냈기 때문에 국세청에서도 그렇게 관심이 없었지요.--- 피터 스티븐스를 위해 투자했읍
니다. 1950년과 51년에요. 그게 지금은 우수리는 빼고 37만 달라에 달하게 됐죠."
나의 아랫턱이 턱 하고 가슴에 닿았을 때 앤디는 웃음지었다.
" 사람들이 1950년 무렵부터 투자해 놓았더라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아쉬워하는 그런 종목들
을 생각해보세요. 그런 2-3종목에 피터 스티븐스가 투자했던 겁니다. 사실 이러구 있지만
않았다면 지금쯤은 재산을 한 7-8백만 달라는 모았을 겁니다. 롤스 로이스를 굴리거나...휴
대용 라디오만한 궤양이 생겼을런지도 모르죠."
그의 손이 흙 속으로 들어가서 돌을 체질하기 시작했다. 우아하게 끊임없이 움직였다.
" 이것이 최선을 희망하면서 최악에 대비하는 거죠.--- 꼭 들어맞죠. 가명은 제 재산을 고
스란히 지키기 위한 겁니다. 이건 마치 허리케인의 진로로부터 그림들을 끌어내는 거와 같
습니다... 하지만 그 허리케인이 이렇게 오래 계속될 수 있으리라곤 몰랐어요."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나 다음으로 오래된 이 조그맣고 마른 인간이 신
용사기술을 포함해서 노튼 소장이 그 불쌍한 인생의 나머지 동안 벌어들일 액수보다 더 큰
돈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해하려구 노력했던 것 같다.
" 자네가 변호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그건 농담이 아니었군 그래." 마침내 입을 열
었다. " 그만한 돈이면 클레어런스 더로나 아니면 요새 그런 사람으로 쳐주는 변호사를 구
할 수 있었네. 왜 그렇게 하지 않았나? 앤디.여기서 로케트처럼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그는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자기와 부인이 자신들보다 먼저 인생을 다 살아버렸다고 말했
을 때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와 같았다. " 아닙니다."그가 말했다.
" 실력있는 변호사라면 윌리암이란 꼬마를 놈이 원하건 말건 캐쉬맨에서 빼내 왔을 텐데."
나는 무아지경에 빠졌다. " 자넨 새로 재판을 받고 사립 탐정을 고용해서 블래취란 놈을 찾
을 수도 있었어, 게다가 노튼 녀석까지 날려버리고 말이야. 왜 그렇게 하지 않았나? 응? "
" 왜냐하면 전 제 자신보다 똑똑하기 때문이죠. 만약 제가 여기 앉아서 피터 스티븐스의 돈
에 손을 대려 했다면 그 돈을 한푼도 남김없이 잃었을 거예요. 친구 짐이 일을 처리해 줄
수 있었는데 죽어버렸죠. 이제 문제를 아시겠죠? "
그제야 알았다. 그 돈이 앤디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차
라리 나았다. 어느 정도는 그랬다. 그리고 그 투자된 종목이 갑자기 하락한다면 앤디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투자 종목을 주시하는 일, 즉 매일같이 프레스 헤럴드 지의 주식과 채
권 란을 살펴보는 일이 전부일 터였다. 몸이 쇠약해지지 않는다해도 고달픈 인생이 될 것이
었다.
" 제가 상황을 말씀드리지요, 레드 형. ?스턴 읍에 커다란 목초지가 있거든요. ?스턴이 어디
있는지 아시죠? "
안다고 말했다. 스카보로 다음에 있었다.
" 좋아요. 그 특별한 목초지 북쪽 끝에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 나오는 암벽이 있거든요. 그
암벽 밑부분 어딘가에 메인의 목초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광석이 한개 있어요. 흑요석입니다.
1947년까지 제가 사무실에서 문진으로 썼던 거예요. 제 친구 짐이 그 암벽에 갖다 놨죠. 그
밑에 열쇠가 있어요. 그걸로 카스코은행 포틀란드 지점의 안전 보관함을 열죠."
"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 짐이 죽었을 때 국세청에서 그의 안전 보관함
을 전부 열어봤을 게 아닌가? 물론 유언 집행인과 함께 말이지."
앤디는 웃더니 내 옆머리를 툭 쳤다. " 확실히 나쁜 머리는 아녜요. 마쉬멜로우 이상의 뭔가
가 있어요. 우리는 제가 복역 중에 짐이 죽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습니다. 보관함은
피터 스티븐스 이름으로 되어있고 1년에 한번씩 유언집행자인 법률회사가 카스코 은행에 수
표를 보내서 그 사용료를 지불하게 돼 있어요. 피터 스티븐은 밖으로 나가길 기다리며 보관
함 안에 있지요. 출생 증명서, 사회 보장 카드,운전 면허증 말입니다. 면허증은 짐이 6년 전
에 죽었기 때문에 시효가 6년 지났죠. 그거는 5달라 요금만 내면 완벽하게 갱신할 수 있어
요. 주식 증명서, 면세 채권, 그리고 18장쯤 되는 장당 1만 달라씩 하는 소지인 증권, 이런
것도 안에 있구요."
나는 휘파람소리를 냈다.
" 피터 스티븐스는 포틀란드 카스코 은행의 안전 보관함에 갇혀있고 앤디 듀프레인은 쇼생
크의 안전 보관함에 갇혀 있지요." 그가 말했다. " 비슷비슷하죠.그리고 상자와 돈과 새 인
생을 열어 줄 열쇠가 ?스턴 풀밭의 검은 돌덩이 밑에 있읍니다. 이얘긴 많이 했으니까 레드
형, 딴 이야길 해드리지요. 그래요 전 한 20년 동안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스턴에 건설 공
사가 있나 신문을 살펴 왔어요.그곳에 고속도로가 통과한다든지 지역병원을 새로 세운다거
나 쇼핑센터를 짓는다는 기사를 조만간 읽게 되리라는 생각이 떠난 적이 없었지요. 그러면
새 인생은 10피트의 콘크리트 밑에 파묻히거나 거대한 흙더미와 함께 늪지대 어딘가에 빠져
버리고 말테지요. "
나는 불쑥 말을 꺼냈다. " 빌어먹을 , 앤디, 그렇다면 , 그게 다 사실이라면 자넨 어떻게 해
서 미쳐버리지 않을 수 있었나? "
그는 미소지었다. " 아직까지는요, 서쪽 지역은 조용했어요."
" 하지만 여러해가 걸릴 건데....나갈랴면..."
" 그렇겠죠. 하지만 주 정부나 노튼 소장이 생각하는 것처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저도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구요. 전 지화타네죠와 그 작은 호텔을 생각해 왔읍니다. 그게 새
로운 인생에서 원하는 전붑니다,레드 형, 게다가 지나친 소원은 아닌것 같은데요.전 글렌 웅
틴을 죽이지 않았고 부인을 죽이지도 않았어요.그 호텔은..... 지나친 소원은 아닙니다. 수영
을 하고 피부를 그을리고 창문을 연 방이나 탁 트인 곳에서 자 보는 것.....이런 것들이 지나
친 소원이랄 순 없는것 아닙니까? "
그는 돌들을 집어던졌다.
" 있쟎아요, 레드 형." 그는 불쑥 지나가는 말로 얘기했다. " 그런 곳에서도 ... 물건을 입수
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있어야 될것 같은데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내 마음 속의 가장 큰 장애는 초소에서 무장한 간수들이
내려다 보는 가운데 이 좁고 지저분한 운동장에서 꿈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 난 할 수 없네." 나는 입을 열었다. " 바깥에서는 할 수없어. 지금 나는 이른바
교도소의 인간일뿐이네. 여기서야 내가 자네에게 물건을 구해주는 사람이네만 바깥에선 다
른 사람이 해줄 수 있겠지. 바깥에서 자네가 포스터나 락 해머,아니면 술병 속에 든 모형 보
트를 구할라 치면 그 빌어먹을 전화 번호부를 이용하면 되쟎나? 여기선 내가 그 빌어먹을
전화 번호부 랄수 있겠지. 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를 텐데, 뭐."
" 형은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어요." 그가 말했다. " 형은 스스로를 교육했고 스스로를 만
든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은 아니예요."
" 젠장 난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단 말이야."
" 압니다." 그가 말했다. " 하지만 종이 쪼가리가 사람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그리고 감옥이
사람을 파멸시키는 것도 아니죠."
" 난 바깥에선 못 하네, 앤디. 내가 알아."
그는 일어났다. "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라고 앤디는 심상하게 말했고 그때 안쪽에서 호각
소리가 울렸다. 그리곤 한 자유인이 다른 자유인에게 어떤 제안을 한 것인양 천천히 걸어갔
다. 잠시동안 그것은 나로 하여금 자유감을 느끼게 하는데 충분했다. 앤디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나로 하여금 잠시동안 우리들이 완고한 가석방 위원 새끼들과 앤디가 지금 있는 곳
에 있는 게 좋다던 그 시편을 노래하는 소장 놈의 손 끝에 매달린 복역수라는 사실을 잊게
할 수 있었다. 결국 앤디는 세금 문제를 처리 할 수 있는 애완 강아지이니 얼마나 경이적인
동물이냐! 놈은 그렇게 생각했을 터였다.
하지만 내 방에 밤이 찾아오자 나는 다시 죄수로 되돌아 갔다. 그 모든 생각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느껴졌으며 마음 속에 그린 푸른 물결과 하얀 해변은 터무니없다기 보다 잔인스러운
것으로 느껴졌다.---그것은 낚시 바늘처럼 머리 속을 긁어댔다. 그렇다. 나는 앤디가 하는
식으로 그 보이지 않는 외투를 걸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날 밤 잠이 들어서는 들판 한가운
데 있는 거대한 검은 바위가 꿈에 나타났다; 대장간의 커다란 모루 모양이었다. 나는 그 밑
의 열쇠를 손에 넣으려고 바위를 움직이려 애를 쓰고 있었다. 꼼짝도 않했다; 젠장 너무 컸
던 것이다.
그리고 뒤쪽에서는 경찰견의 짖는 소리가 점점 가까와지는 걸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탈옥이라는 문제에 이른 것 같았다.
확실히 우리의 행복한 작은 가족에서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머리가 좀 돌아간다
면 이 곳 쇼생크에서 월담할 생각은 집어치워야 한다. 서치라이트가 밤새도록 교도소의 삼
면을 둘러싼 공지와 한쪽면의 냄새나는 습지대를 가로질러 길고 하얀 손가락을 뻗친다. 가
끔씩 월담하는 놈들도 있지만 거의다 서치라이트가 적발해낸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6번
고속도로나 99번 고속도로에서 차를 얻어 타려다 붙들린다. 시골 길을 가로질러 가려해도
농부들이 발견해서 전화로 교도소에 그 위치를 일러준다. 월담하는 죄수들은 우둔한 놈들이
다. 쇼생크는 교회법이 지배하는 도시는 아니지만 회색 파자마를 입고 시골 마을을 가로질
러 가는 사나이는 결혼 케익위의 바퀴벌레처럼 눈에 띄는 것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볼때 가장 멋지게 해낸 친구들은 ---아마도 가장 기묘하게, 아니, 그렇
게 기묘한 건 아닐지 모르지만--- 순간적인 충동을로 탈옥한 친구들이다. 그들중 몇몇은 침
대보가 가득한 손수레 속에 숨어서 빠져나갔다; 흰색의 죄수 샌드위치맨이라고 부를 수 있
겠다.내가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는 그런 일이 많았지만 그 헛점은 거의 폐쇠되었다.
노튼 소장의 그 유명한 인사이드 아웃 사업은 그 나름의 탈주자를 만들어냈다. 하이픈의 왼
쪽보다 오른쪽에 놓여 있는 그 무엇을 더 좋아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었다. 이것 역시 대부
분 무심결에 발생하는 일이었다. 간수 하나는 트럭에서 물 한컵 마시고 둘은 보스턴 패이트
리어트가 몇 야드를 전진 내지 패스했는지 입씨름을 하고 있을 때 블루 베리 갈퀴를 던져버
리고 숲속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1969년에 인사이드 아웃 반원들은 사바투스에서 감자를 캤다. 11월 3일이었는데 작업이 거
의 끝나고 있었다. 헨리 퓨라는 간수가 ---그 친구는 이제 우리의 행복한 작은 가족의 일원
이 아니다.---감자 트럭 뒷 범퍼에 앉아서 총을 무릎에 놓고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그 때
아름다운(이렇게 들었지만 때로 이런 말들은 과장이다.) 텐 포인트 사슴 한마리가 쌀쌀한 이
른 오후의 안개 속에서 걸어나왔다고 한다. 퓨는 자기 거실에 그 박제를 걸면 어떨까 머리
속에 그리면서 그 뒤를 붸았고 그러는 사이 그가 담당한 세명의 죄수가 그냥 걸어 가버렸
다. 두명은 리스본 폴즈 핀볼 게임장에서 체포했고 다른 한명은 오늘날까지 못찾았다.
그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시드 네두 사건일 것이다. 1958년으로 되돌아가는데
나는 그것을 뛰어넘을 탈옥 사건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드는 토요일의 야구 시합을 위
하여 구장에 줄을 긋고 있었는데 3시에 안에서 간수들의 근무 교대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
다. 주차장은 운동장 윗쪽의 전기로 작동되는 정문 건너편에 있었다. 3시에 문이 열리고 근
무하러 들어오는 간수들과 끝내고 나가는 간수들이 섞였다. 많은 사람들이 등을 툭 치기도
하고 허튼 소리를 지껄이고 볼링시합 점수를 비교하거나 인종과 관련있는 낡아빠진 농담들
을 하면서 말이다.
시드는 그냥 줄그리는 기계를 굴리면서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으며 남은 것은 운동장의
홈 플레이트에서 6번 도로 끝에 있는 도랑까지 난 3인치 두께의 베이스 라인과 거기서 석회
석더미에 뒤집힌 채로 발견된 기계였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묻지 말라. 죄수복을
입은 6피트 2인치 인간이 석회 가루를 뒤로 풀풀 남기며 걸어간 것이다. 내 추측은 이렇다.
그날이 금요일 오후였기에 나가는 간수들은 나가는데 기뻣고 들어오는 간수들은 들어오는데
우울했던 거다. 기쁜 간수들은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면서 우울한 간수들은 자기 발끝만 쳐
다보면서 걸음을 옮긴 것이고 노회한 시드 네두는 그 틈새를 슬쩍 빠져 나간 것이다.
내가 아는 바로는 시드는 아직 안 잡혔다. 여러해를 두고 앤디와 나는 시드의 대탈주에 꽤
나 웃어댔고 보상금을 노린 항공기 납치사건에서 한 명이 항공기 뒷문으로 낙하산 탈출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앤디는 그 D.B.쿠퍼 란 놈의 본명이 시드 네두일 거라고 장담을
하는 것이었다.
" 아마도 그 친구 행운의 상징으로 선 긋는 석회가루 한 웅큼 넣어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 앤디는 말했다. " 그 새끼 정말 운좋은 새끼예요."
하지만 시드 네두의 경우나 사바투스 감자밭에서 깨끗하게 도망친 그 친구와 같은 경우는
에이레 식 싹쓸이 놀음의 교도소식 성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순전히 여섯개의 서로
다른 행운이 동시에 합쳐진 사건이라는 점이다. 앤디처럼 융통성없는 친구는 90년이 가도
그 비슷한 틈도 못 얻을 것이었다.
아마도 독자는 앞서 언급된 세탁소 욕실 담당자였던 헨리 바쿠스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1922년 쇼생크에 와서 31년후 소내 양호실에서 죽었다. 탈옥과 탈옥 기도 사례의 수집이 취
미였는데 아마 그건 자신이 모험을 할만치 배짱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백가지는 되는
탈옥기도를 얘기해 줄수 있었는데 모두 어처구니 없는 것들이고 모두 한번 이상은 쇼생크에
서 시도된 것들이었다. 나는 비버 모리슨의 얘기가 제일 재밌는데 그는 번호판 공장 지하실
에서 잡동사니들로 글라이더를 만들려고 했었다. 그 계획은 1900년 경에 나온 '현대 소년의
오락과 모험' 이란 책에서 착상된 것이었다. 비버는 발각되지 않고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이건 얘기일 뿐이지도 모른다) 지하실에는 그 빌어먹을 물건을 가지고 밖으로 나갈만큼 큰
문이 없다는 걸 발견하고 말았을 뿐이었다. 이 이야기에 배꼽을 잡고 웃을 테지만 그는 10
개나 20개 쯤은 그만큼 우스운 일들을 알고 있었다.
쇼생크의 탈옥사건을 말할 때면 헨리는 조목 조목 출전을 밝혀 가면서 이야기했다. 언젠가
는 복역하는 동안 자기가 아는 것만 400건 이상의 탈출기도가 있었다고 말했었다. 독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냥 읽어나가기 전에 이점을 진짜 잠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400건 이상의
탈출 기도! 헨리 바쿠스가 쇼생크에서 그것들을 수집하는 동안 매년 12.9건이 발생한 셈이
다. 가히 월례 탈출 클럽이라 할만 하지 않은가? 물론 대개의 것들은 꽤나 시시한 것들이고
종국에는 간수가 슬슬 도망치는 그 불쌍한 놈의 팔을 붙들고 으르렁거리게 마련이다. "너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 이 똥구멍같은 새꺄! "
헨리는 그중에서 한 60건 정도를 중요한 것으로 꼽고 있다며 내가 쇼생크에 들어오기 전해
인 1937년의 탈옥 사건을 그 가운데에 포함시켰다. 당시 행정부 건물이 건설중이었으며 14
명의 죄수들이 건설 장비를 이용해서 허술하게 잠긴 창고를 부수고 나갔다. 남부 메인 전체
가 이들 14명의 '거친 범죄자' 들로 패닉현상에 빠졌지만 탈옥수 대부분은 몹시 겁에 질려
있었으며 거대한 트럭에 달린 헤드라이트에 압도되어 꼼짝 못하는 토끼처럼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몰랐다. 14명중 누구도 도망치지 못했다. 2명은 사살되었고.---경찰이나 교도소 요원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에 의해서---누구도 도망치지 못했다.
내가 이곳에 왔을 때인 1938년부터 앤디가 지화타네조를 말했던 10월의 그날 사이에 몇이나
탈옥을 했을까? 나와 헨리의 정보를 종합하면 10명쯤 된다. 완전히 탈옥에 성공한 사람이
10명이다. 독자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난 그 10명중에 최소한 절반은 쇼생크같은 수준 낮
은 연구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들은 수인화되었기 때문이다. 자유
를 빼앗기고 감옥에서 살도록 교육받게 되면 다차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는
것 같다. 앞에서 말했듯이 죽이러 달려오는 트럭의 불빛 앞에 얼어붙고 마는 토끼와 흡사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갓 출감한 죄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어리석은 도둑질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왜? 그렇게 하면 안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세계로 말이다.
앤디는 그렇지 않지만 나는 그렇다. 태평양을 본다는 생각은 좋지만 실제 거기에 있게 되면
무서워서 죽을 것만 같다.
어쨋든 멕시코와 피터 스티븐스에 관한 대화가 있었던 그날 ... 그날부터 나는 앤디가 밖으
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음을 믿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잘 해내기를 신에게 기원
하지만 결코 성공하는 쪽으로 돈을 걸지는 않을 것이었다. 알고 있듯이 노튼 소장은 특히
엄중하게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노튼에게 앤디는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었다; 동업자라고도
할수 있을 것이다. 또 그는 두뇌와 심장을 갖고 있지만 노튼은 전자는 이용하고 후자는 파
괴하려 마음먹고 있었던 것이다.
바깥 세상에 정직한 정치가가 있듯이---매수된 채로 있을 수 있는 --- 교도소에도 정직한
간수가 있다. 성격 판단을 제대로 하고 뿌릴 만한 돈이 있다면 틈을 만들기 위해 잠시 딴
곳을 보는 척해 주도록 매수할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고 말하지 않겠다. 하
지만 앤디는 그런일을 할 수 없었다. 말했듯이 노튼 소장이 그를 감시하고 있었으며 앤디나
다른 간수들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노튼 소장이 명단을 확인하는 한 아무도 앤디를 인사이드 아웃 반원으로 추천하지 않았다.
그래서 앤디는 시드 네두 타입의 무심결의 탈출을 시도할수 있는 부류가 못되었다.
내가 그였다면 열쇠 생각에 끊임없이 고통받을 것이었다. 밤에 2시간이나 제대로 자도 다행
일 거였다. ?스턴은 쇼생크에서 30마일도 안된다. 그렇게 가깝고도 멀었다.
여전히 그의 최선의 방법은 변호사를 사서 재심을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노튼 소장의 손아
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말이다. 토미 윌리암스는 그 즐거운 귀휴프로그램만으로도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난 꼭 그렇게만 보지 않았다. 노련한 미시시피 변호사라면 그
의 입을 열게 할수 있을지 몰랐고... 그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몰랐다. 윌리암스
는 앤디를 무척 좋아했으니까. 종종 앤디에게 이런 점을 말했지만 그는 먼곳을 향해 미소지
을 뿐이었으며 자기도 그문제를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었다.
분명 그는 다른 여러가지 방법들도 생각하고 있었다.
1975년 앤디는 쇼생크를 탈출했다. 다시 체포되지 않았으며 그럴 거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나는 멕시코 지화타네조에 피터 스티븐스라는 사나이가 내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올
해 서기 1976년 조그만 새 호텔을 운영하면서 말이다.
이제부터 내가 아는 것과 내가 생각한 바를 말하겠다; 그게 내가 할수 있는 전부이다. 그렇
지 않은가?
1975년 3월 12일 일요일만 빼고 매일 아침 그렇듯이 6시 반에 5번 구역의 감방 문이 열렸
다. 일요일만 빼고 매일 그렇듯이 각 방의 죄수들이 복도로 걸어나와 두 줄로 섰고 뒤로는
감방 문이 세게 닫혔다. 그들은 그 구역의 정문으로 걸어갔는데 거기서 아래 식당으로 보내
져 오트밀, 계란 범벅, 기름기 많은 베이컨으로 아침 식사를 들기 전에 2명의 간수에게 점호
를 받게 된다.
구역 정문의 점호까지는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었다. 27명이 있어야 했다. 하지
만 26명이었다. 간수장에게 연락을 한 뒤에야 5번 구역 죄수들은 아침을 먹으러 갈 수 있었
다.
리차드 고너라는 못돼먹은 간수장과 데이브 벅스라는 칠칠치 못한 부하 하나가 즉시 5번 구
역으로 내려갔다. 고너는 감방 문을 열고 벅스와 함께 총을 꺼내 들고 몽둥이로 창살을 드
르륵 긁으면서 복도를 내려갔다. 이런 경우는 보통 죄수가 간밤에 병이 나서 아침에 감방밖
으로 나올 수 없는 경우이다. 드물게는 죽거나...자살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자도 시체도 없었다. 도대체 아무것도 없었다. 5번 구역에는 한쪽에 7개
씩 14개의 감방이 있었는데 모두 잘 정돈돼 있었고---쇼생크에서는 감방을 지저분하게 하
면 면회 제한의 벌을 받는다.---모두 텅 비어 있었다.
고너는 처음 수를 잘못 세었든지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 5번 구역 죄수들은 식사
가 끝난 뒤 작업에 들어가는 대신 각자의 감방으로 되돌아 갔다. 행복한 마음이 되어 농을
지껄이면서. 일상적인 일의 파격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었다.
감방 문이 열렸고; 죄수들이 안으로 들어갔고; 다시 문이 닫혔다. 어떤 익살꾼이 소리쳤다. "
변호사를 사겠어, 나 변호사를 살 테야. 너희들 여기서 공포 분위기 조성하쟎아! "
벅스가; " 닥쳐! 닥치지 않으면 두둘겨 맞는다! "
익살꾼이; " 난 네 마누라를 두둘길 테다.버키! "
고너가; " 전부 입닥치지 못하겠어? 하루 종일 그 안에 쳐박아 둘까 부다..."
둘은 수를 세면서 걸어갔다. 그러나 멀리갈 필요가 없었다.
" 이 방 임자가 누구야? " 고너는 오른편의 야간조 간수에게 물었다.
" 앤디 듀프레인 입니다." 오른편에서 대답했고 그것이 전부였다. 그때 모든 일과가 정지되
었다. 애드벌룬이 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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