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지난 31일 오전 9시 서울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전동차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희뿌연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서 출근길 승객 15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같은 날 오후 7시경 부산에서는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 부경대 역에서 장산 방면으로 가던 전동차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퇴근길 시민들이 소동을 빚기도 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참사 등 대형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이 구설수에 올랐지만, 이제는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은 고사하고 정작 안전불감증에 걸린 정부기관 때문에 국민들이 떨 판이다.
지하철 안전문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화재다. 한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단 한번의 방화가 약 200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130여명의 부상자를 남겼던 지난 2003년 2월의 대구에서의 악몽.
이 사고는 지하철 화재가 얼마나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지 너무 절실한 깨달음을 주었고, 그만큼 소방안전과 화재예방, 시설 등의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평생 숙제로 던져 주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다는 ‘스크린도어(platform screen door)’가 화재시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지하철 추락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서울메트로는 서울지역 12곳에 스크린도어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스크린도어는 지하철도나 경전철 승강장에 고정벽과 가동문을 설치해 차량의 전동차 출입문과 연동하여 개폐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자살, 열차풍으로 인한 추락사고를 비롯해 열차접촉 방지, 승강장 실내공기 정화, 냉난방 시 열 손실방지, 광고 이윤 창출 등 다양한 이점을 고려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동차 안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구지하철 참사처럼 전동차가 정지해버린 경우, 1차 적으로 전동차 도어를 수동개폐 해야 하며, 또 막힌 스크린도어를 수동으로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하철 사고시 이중의 대형 참사 유발 장벽을 설치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화염은 물론 유독가스 배출, 정전 등으로 생명의 위험이 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이러한 작업이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것.
더구나 스크린도어가 화염 등에 의해 센서가 망가지거나 여러 가지 이상이 발생해 정상적으로 개폐되지 않을 경우 더욱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사당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동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자동문 옆에 있는 고정문을 손으로 밀어 쉽게 열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하며 “근무자 입장에서 볼 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고,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 전부터 장점을 극대화 하기 위한 취지로 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과하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역에서 탑승하거나 하차하는 시민들이 비상시 탈출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31일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사당역, 강남역, 삼성역 3개역 주변에서 총 1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화재시 스크린도어 비상탈출법을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91명이 “전혀모른다”고 대답했으며, 단 9명 만이 “스크린도어에 써있는 문구를 본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매스컴이나 지하철광고, 전동차 방송 등에서 스크린도어 비상탈출법을 안내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가”에 대한 대답에는 단 한명도 답변하지 못해서 큰 충격을 자아냈다.
K역 관계자는 “스크린도어 각 출입구마다 비상시탈출방법을 스티커로 붙여놓았다”며 “한 달에 한번 돌아오는 ‘안전의 날’에 비상시 대피훈련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출입구마다 붙어있는 스티커는 너무 작게 붙어있어 시선을 끌지 못할 뿐 아니라 주위의 현란한 광고판들에 묻혀 위험성을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안전의 날 대피훈련은 스크린도어가 시공되기 이전부터 실시된 의례적 절차일 뿐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설문에 참여한 김영훈(36, 회사원)씨는 “물론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설치 자체가 어쩔 수 없다면 기계적 관리 이외에도 국민들에게 비상탈출법을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영(27, 대학원생)씨는 “상품광고하나도 유명모델을 써가면서 홍보하면서, 정작 국민의 안전을 위한 홍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며 “공익광고나 지하철 내 방송 등을 통해서라도 비상탈출법을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메디컬투데이(www.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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