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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ewol_21089
    작성자 : 사닥호
    추천 : 10
    조회수 : 979
    IP : 114.202.***.201
    댓글 : 31개
    등록시간 : 2014/04/28 12:03:39
    http://todayhumor.com/?sewol_21089 모바일
    국민 85% “‘세월호급’ 참사 또 일어날 것”
    정부는 결국 침몰한 세월호에서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더 구해내지 못했다. 정부의 무능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국민은 분노와 불신에 휩싸여 있다. 지난 4월24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인양된 주검의 인상착의를 확인하는 모습.



    <한겨레21> 여론조사…74% “정부 발표 믿지 못한다”
    “참사 현장은 ‘재난 영화’인데 정부 대응은 ‘풍자 영화’’
    “공직자들 진도에서 천냥 빚 갚기는커녕 만냥 빚 졌다”

    그날, ‘국가’라는 계약은 파기됐다. 전남 진도에서, 대학생 최진우(24·가명)씨는 눈을 비비고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다시 보았다. 아이의 생사도 알지 못해 피를 토하고 우는 부모와, 그 울음을 듣지 못하는 정부 관료의 틈바구니에서 그도 함께 물었다. “이게 진짜 나라인가.” 세월호 침몰 사고 닷새째를 맞은 지난 4월20일 새벽, 진도대교 위에 그가 알던 ‘대한민국’은 없었다.

     

    총리의 꾸벅꾸벅 졸던 모습 

     

    중간고사를 앞두고 2박3일의 시간을 낸 건 그 나름대로 큰 결심이었다. 공부에 바빠 학생회 활동을 해본 적도, 봉사활동을 나서본 적도 없었다. 생존자 구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노가다라도 하자’는 생각이었다. 진전 없는 구조 소식에, 그가 혼자 무작정 길을 나선 것은 지난 4월19일이다. 이틀 동안 고작 3시간을 자며 일했지만, 서울로 돌아온 그에게 남은 것은 뿌듯함이 아닌 절망감이다.

    4월20일 새벽, 최씨는 청와대로 향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뒤를 따랐다. 어떤 상황인지도 잘 몰랐다. 곧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운 어머니들을 부축하려 했다. 이내 국무총리가 도착하고, 경찰이 행진을 막았다. 가족들은 “우리 자식이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제발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지만 정홍원 총리는 “내가 여기 여러분들의 요청으로 온 이유는…”과 같은 정치의 언어를 뱉어냈다. 총리가 그마저도 이내 포기하고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차로 돌아가는 것을 최씨는 보았다. 2시간여 가족들에 둘러싸인 채 그가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던 모습도 보았다. “한 나라의 2인자가 그런 행동이 말이나 됩니까? 진짜 절망밖에 안 느껴집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는 진도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너무 분노가 차오르고, 아무것도 못했다는 절망감과 무력감 때문에 몇 번이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서울에 도착해서도, 가만히 서 있는 경찰관한테까지 멱살 잡고 욕하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으며 집에 돌아왔다”고 그는 말했다. 처참한 국가의 민낯을 눈앞에서 맞닥뜨린 청년은 5천만 국민이 그러하듯 절망과 분노의 나선 구조 안에서 스스로를 다잡는 중이었다.

    재난 현장은 때로 희망과 연대의 공간이 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레베카 솔닛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몇 개의 재난 현장을 심층 취재한 뒤 출간한 책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서 “재난은 지옥을 통과해 도달하는 낙원”이라고 적었다. 폐허 속에서 비로소 이타주의와 연대의식이 싹트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솔닛의 분석이 아니라도 살신성인한 의인, 자원봉사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재난 공동체’의 희망을 보여주곤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다르다. 감히 희망을 말할 수 없는 심연 속에 갇혀 있다.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은 진도에서 희망 대신 절망과 분노를 느꼈노라고 입을 모은다. 김홍중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이 사고를 일컬어 “건국 이후 가장 처참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너무나 깊고 큰 피해여서 말이나 글로도 아직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꽃들이 무수히 졌기 때문에, 가라앉는 배 안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잘못된 지침을 받고도 침착하게 그를 지켰기 때문에, 가라앉는 아이들을 두고 어른들이 도망쳤기 때문에, 눈앞에서 침몰하는 배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았기 때문에, 그 모든 참극이 생중계되었기 때문에…. 세월호 침몰 사고가 전대미문의 참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난의 실체를 파악해내기도 전에 그 위에 켜켜이 쌓여버린 ‘또 다른 재난’의 영향이 크다.

    “너무 분노가 차오르고, 아무것도 못했다는 절망감과 무력감 때문에 몇 번이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서울에 도착해서도, 가만히 서 있는 경찰관한테까지 멱살 잡고 욕하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으며 집에 돌아왔다.” -최진우씨 

     

    보도되는 말, 보도되지 않는 말

     

    누구보다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가 야기하고 언론이 보조한 또 다른 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다. “우리만 아는 진실 앞에 점점 더 슬퍼집니다.” 지난 4월19일 사촌동생 김빛나라(17)양의 구조를 기다리며 진도 현장을 지킨 한아무개(28)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진전 없는 구조 작업을 기다리기 지쳐서 마지막으로 온전한 시신이라도 한번 안아보려” 크레인 작업을 요청한 가족들에게 정부는 인양만을 고집했다.

    한 가닥 진실을 요구한 가족들 앞에 놓인 건, 언제나 회피 또는 거짓이었다. 가족들의 ‘말’은 보도되지 않았고 정부 관계자들의 ‘말’은 즉각 전파를 탔다. 뉴스에선 “정부가 열심히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도대체 어디에 함정 192척, 항공기 33대, 잠수부 555명이 있는지” 한씨는 보지 못했다. “누구도 어떠한 상황도 믿을 수 없다”고 그는 밝혔다. 기다림 끝에 일부 가족들이 항의하면 기자들은 몸싸움을 편집해 보도했다. 보도가 나가면 ‘선동세력’ ‘미개한 국민’ ‘유족충’… 입에 담지도 못할 짐승의 언어들이, 보호받아야 할 가족들을 할퀴고 지났다.  

    생존 가능한 ‘골든타임’을 날려버린 정부는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들을 가족에게 인도할 때까지도 실수를 거듭했다. “아직 많은 사람이 눈물 훔치며 기다리고 있는 이곳을 떠나면서 솔직히 나는 이제 이 일의 진실이 뭔지 더는 알고 싶지도 않을 만큼 지긋지긋하다.” 한씨는 다시는 함께 웃을 수 없는 동생 김양의 차가운 몸을 거둬 진도체육관을 나서며 돌이켰다.  

    다수의 시민들이 실종자 가족과 견해를 같이한다. <한겨레21>이 설문조사전문기관 ‘두잇서베이’와 함께 3856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의 73.8%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69.2%는 ‘사고와 관련한 언론 보도도 신뢰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74.1%는 ‘사고와 관련한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웰병원 안주연 원장(정신과 전문의)은 “사실 확인이 안 된 채 ‘전원 구조’라는 말이 함부로 나오면서 불신이 팽배했고, 재난 앞에 우왕좌왕하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여실하게 보여주면서 불신이 폭발했다. 기존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투사되면서 ‘우리는 뭘 해도 못하겠다’ 결정지어버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언론을 믿지 못하는 이들은, 직접 진실을 구하고 나선다. “다들 좀비 같다. 이익이 되는 일에만 달려드는. 이곳은 생명 구조의 의지도 진실 보도의 의지도 없다. 절망적이다. 대한민국 조난자들의 현주소는 공동묘지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직장인 조정훈(43)씨가 지난 4월19일 초등학생인 딸을 데리고 진도 팽목항에서 쓴 글이다. 그는 팽목항이 “외계 항구 같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끝없이 진실을 구하고 있었고, 언론과 경찰은 그들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였다. 조씨는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진도의 실상을 알리기로 했다. “정말 올려주실 거예요? 정말 이 사실을 알려주실 거예요?” 아이를 잃은 한 여성이 그에게 고맙다며 울먹였다. 지상파 방송과 중앙일간지를 거부하는 실종자 가족들이 SNS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을 그는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정부의 대응은 한 편의 풍자영화”

     

    생업 때문에 하루 만에 진도에서 돌아왔지만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줄곧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뉴스를 보며 울고 있지만, 참담함 속에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공군 하사관 출신인 그는 “내가 아파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존중하며 지냈던, 애국과 애족의 기준이 무너져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나 많은 공직자들이 (진도에서) 천냥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만냥 빚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부채로 그들의 시스템이 부도가 나는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조차 이번에는 통하지 않는다. 많은 시민들은 ‘소 잃어도 외양간은 안 고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이런 재난이 우리 사회에서 또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4.4%에 지나지 않았고, 84.7%는 ‘그렇다’고 답했다. ‘만약 당신이 재난 상황에 처한다면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64.4%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장인 김보나(30)씨는 “세월호 사고를 지켜보며 정부가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이 겪고 있는 현장은 재난영화인데, “정부의 대응은 한 편의 풍자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때 삼풍백화점 사고와 성수대교 사고를 겪었어요. 어릴 때 일이라 몰랐는데 그때도 이 정도였나 싶어요. 이 나라에는 국민을 위한 시스템이 아예 없다는 걸 새삼 확인했어요.”

    그러니 지하철 지연 운행조차 새삼스런 공포로 다가온다. 대학생 김성준(25)씨는 “과연 이게 나만의 호들갑이겠느냐”고 물었다. 세월호 사고 이튿날인 4월17일 오후 김씨가 서울지하철 1호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남영역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마침 스마트폰으로 세월호 사고 뉴스를 읽고 있었다. 김씨가 말했다. “순간적으로 기다려달라는 말이 소름 끼치더라고요. 아, 기다렸다가 아이들이 죽었다는데 하는 생각이 나면서.” 다행히 사고 열차는 20분 만에 운행이 재개됐지만, 한국 사회의 신뢰 프로세스가 복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막지 못할 재난 뒤엔 감정을 추스를 수 있지만, 막을 수 있었던 재난 뒤엔 분노를 잠재우기 어렵다. 경기도 안산 지역에서 일하는 김영숙(47)씨는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요즘 “무기력증과 우울증과 화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이만한 극한 상황이 앞으로 있을 수 있나요? 이보다 지독한 상황이 생길 것 같아요?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및 간첩 증거 조작), 이런 이슈를 보며 정부가 부도덕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용서될 일이 아니잖아요. 근본적인 부분들이 다 무너져버린 상황이니….”

    “아직 많은 사람이 눈물 훔치며 기다리고 있는 이곳을 떠나면서 솔직히 나는 이제 이 일의 진실이 뭔지 더는 알고 싶지도 않을 만큼 지긋지긋하다.” -한아무개씨

    두 개의 길, 불신과 거부

     

    권경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지금의 국민적 공황 상태에 ‘연속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던 정부, 또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한꺼번에 집약돼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불신의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가 향후 한국 사회의 체제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무너진 신뢰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놓여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이기심이 강화되거나,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대안을 찾거나. 드러난 양상이 어떻든 “두 개의 길 모두 본질은 국가에 대한 불신과 거부”라고 권 소장은 덧붙였다.

    친구를 잃은 아이들마저 ‘정부’와 ‘조국’을 부정한다. “정부가 무능하다. 정부에 화가 난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엔 어른의 흉내가 없었다. 스스로 느끼고 생각해낸 말임이 분명했다. 지난 4월23일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서 만난 이상윤(17)군은 “선장이 도망치는 걸 보고 너무나 슬펐지만 진도에서 라면을 먹던 (서남수) 장관에 대해서도 화가 났다”고 말했다. “안타까워요. 살아 있을 가능성이 많았는데 결국 구조가 안 됐잖아요. (정부가) 능력이 없어요.” 정부가 무엇인지도 죽음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아이들은, 며칠 새 스스로 웃자란 듯 보였다.

    가라앉는 배를 보며 아이들이 배운 것은 ‘어른들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극한 슬픔 앞에서 어른들은 아이만도 못해 보였다. 실종 상태인 친구를 그리며 분향소를 찾은 유서경(17)군과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실종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진도체육관에서 라면을 먹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대표라는 게 어이없어요. 그 사람들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장관은 성적으로 뽑는 게 아니라 인성으로 뽑아야 해요.” 또래의 비극을 공감하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었다. “같은 고등학생이라 더 슬퍼요. 공부만 하다가 죽었다는 게 억울해요.”

    김선업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기성세대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성세대가 역사적으로 성취해온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와 의무는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사고에서 무엇보다 기성세대가 탈출하고, 미래 세대가 규칙을 지키며 희생당한 것이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대 관계에 대한 부분도 반성이 뒤따르게 될 것 같습니다.”

     

    “조국이 우릴 배신했어요”

     

    “조국이 우릴 배신했어요.” 김영창(18)·박은빈(18)군은 꾹꾹 울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정부가 이번 사건에서 서로 미루는 걸 보고 배신감이 들었어요. 와서 몇 마디만 하고 가면 대통령이에요? (참사 현장에서) 오바마는 유가족들한테 직접 다가가고 그러던데 왜 우리 대통령은 그렇게 안 해요?” 두 소년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꼭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사랑하는 친구들아. 물속에서 고통받느라 고생했다. 하늘나라에서만큼은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사랑하는 친구가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어른들은 한 일이 없다. 공부만 하다가 아이들이 떠날 때까지, 어른들은 해준 것이 없다. 침몰하는 배를 구경할 때가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성난 눈으로 이 폐허를 응시해야 한다.  

    엄지원 기자 [email protected]·박현정 기자 [email protected]·안산=전다은 자유기고가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4797.html?_fr=m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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