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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양재동에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그 회사는10층이 넘고 꽤 큰 건물에
있대요. 큰 길 하나 건너면 큰 산이 있는 건물에 두 층을 세를 내서 쓰고있답니다.
전에는 묘지였던 자리에 건물을 세워서 그런지 그 건물이 음기가 세다는 말을 사람들
이 자주 했다고 합니다. (여자 사원들 기가 쎄다고 그런 말로 자신들을 위로하곤 했다
더군요..)
그 회사는 일이 별로 많지 않아 주말에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대요. 그런데 매 주말마
다 한명씩 돌아가며 당직을 세운답니다.. (언니가 굉장히 불만이 많아요..)
지난 1월에 일요일에 언니가 당직을 서게 돼서 빈 사무실을 지키며 컴퓨터나 하던 중
다섯시 쯤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대요.. 그 때 언니가 생리중이었는데 생리대를 따
로 들고 가기가 귀찮아 생리대가 들어있는 핸드백째로 그냥 들고 화장실로 갔대요.
매일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던 곳이 너무 조용하니까 복도를 걸어가면서도 겁도 좀 나
고 하더랍니다. 겨울이라 다섯신데도 컴컴하고.. 나가며 보니 옆 사무실에 남자 한
명 빼놓곤 아무도 출근 안했더랍니다.
약간 음산한 기분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세칸 모두 빈걸 확인하고 그중 가운데 칸에 들
어앉아 볼일도 보며 심심해서 전화기로 겜을 하고 있었대요.. 핸드백은 문윗쪽에 붙
은 고리에 걸어두고..
그런데 거의 모든 회사 화장실이 그렇듯이 화장실 입구 문은 꽤 묵직한 쇠 문이여서
한번 여닫으면 그 소리가 안 들릴수가 없잖아요? 들어올 때도 아무도 없었겠다, 누가
들어오는 소리도 안났겠다.. 맘을 놓고 겜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언니 칸 문 아래
로 하얗고 이쁜 손 하나가 쑥 들어오더랍니다!
언니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그 손을 보니 그냥 평범한 여자 손이 더듬더듬 바닥
을 훑으며 뭔가를 찾고 있더래요.. 당황은 했지만 처음 몇초간은 누가 뭘 떨어뜨려서
손을 집어 넣었나보다 생각했대요.
한숨 돌린 언니가 '여기 사람 있어요' 하고 소리를 내려는데 뭔가 이상하더랍니다. 들
어오는 소리가 안난게 이상한건 물론이고 아무 말도 없이 손이 점점 쑥쑥 깊이 들어오
는데 그 한 겨울에 일요일이라 화장실은 굉장히 썰렁했는데 그 팔은 팔꿈치까지 그냥
맨팔이더래요.. 그리고 뭣보다도 손의 각도가 좀 이상하더래요.
보통 사람이 꿇어앉아서 손을 화장실 문 아래로 들이밀면 손목은 좀 꺾여서 팔이 위
로 가야 하잖아요.. 그 손은 마치 바닥에 누워서 손을 집어넣은것처럼 팔뚝이 바닥에
붙어있더래요. 그리고 그 각도에서 팔이 양 옆으로만 휘휘 젓는게 아니라 앞 뒤로도
들어왔다 나갔다 하더래요.. 도저히 설혹 누군가가 화장실 바닥에 누워서(?) 팔을 집
어넣었다 하더라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각도며 움직임이더랍니다.
이게 사람 팔이 아니라고 판단한 언니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발을
(무서워서 문짝에는 못대고) 양쪽 벽에 올려 붙이고 그 손을 보고 있었는데 좀 있다
가 한 30센치 옆에서 손이 하나가 더 들어오더래요.. 손 크기나 모양은 비슷한데.. 아
까 들어온 손하고 똑같은 방향 손이더래요. (예를들면 왼손 두 개.)
두 손이 양 옆 앞 뒤로 더듬더듬하다가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궁합이 잘 안 맞
는것이 두 사람의 팔 같더래요.. 그 중 한 팔은 거의 어깨까지 다 들어와서 저쪽 뒤
에 쓰레기통까지 손이 닿더래요..
그 경악스런 공포의 순간에도 언니가 너무너무 다행으로 생각한 것은 그 손들이 전혀
들어올려지지는 않고 바닥만 샅샅이 더듬더듬 훑더랍니다.
언니는 그 와중에 팬티도 못 올리고 두 다리와 팔은 양쪽 벽에 붙이고 소리를 고래고
래 지르고 있었구요.
한 1분쯤 지나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옆 사무실 남자가 무슨일이냐고 큰 소리로 물으
며 화장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더랍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바닥의 손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싹 밖으로 빠져 나가더니 그 1초도
안되는 사이에 문에 걸어놓은 핸드백이 움직이길래 언니가 눈을 들어 보니 문 위로 손
이 들어와 핸드백 끈을 들어 핸드백을 떨어뜨리고 밖으로 사라지더래요!
뛰어들어온 남자는 핸드백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하
고.. 언니는 하도 정신없이 소리를 질러서 목이 완전히 쉬고.. 그자리에서 오바이트
를 해버렸대요.. 난리도 아니었대요. 그날 있었던 일로 한동안 그 건물이 떠들썩했
고..반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그 언니는 화장실에 관한 모든게 무섭고 항상 발을 바
닥에서 좀 띄워놓고 볼일을 보는 버릇이 생겼대요. 회사에서도 한 층 아래 화장실을
쓰구요.
언니는 아직까지도 그 손들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진짜로 본거라고 우리들한테 강조를
하더라구요.. 언니가 백번 양보해 그 손들이 헛것을 본거라고 해도.. 핸드백은 어떻
게 그 위에서 떨어진건지는 이해가 안간다구요.
....
진짜 무섭네요. 그손들은 과연 무엇을 찾으려고 했던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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