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쓴 점 우선 양해를 구합니다.
저는 책게를 종종 눈팅하기 좋아하는 유저입니다.
병신 백일장 1회와 2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고
이번에 열리기로 한 등신 백일장 또한 흥미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등신 백일장의 준비과정을 지켜보며
이벤트 방향성에 대해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몇 가지 비판과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등신 백일장을 준비하시는 운영진 분들께 질문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등신 백일장의 목적이 그냥 즐겁게 웃으며 다 같이 하루 즐기는 축제로서의 의미에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까
아니면 책게에 숨어 있는 아마추어 글쟁이님들이 쓴 좋은 글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글쓰기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부분에도 의미를 두고 있으신 겁니까?
만약 하루 동안의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도 상관 없다면 이 글은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다만 2번째의 목적도 중요하다고 여기신다면 제가 지금부터 할 '쓴소리'를
단순한 비난이라고만 여기지 마시고 관심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베오베에 백일장에 대한 준비과정이 뭔가 순탄치 않다는 글을 읽으며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벤트는 회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유발하고 권위가 높아지기 마련인데
어째서 책게의 백일장 이벤트는 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는가?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딱 한가지만 이유를 꼽자면
'출품된 컨텐츠의 질적 하락' 이라고 냉정하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백일장의 흥행 여부는 얼마나 좋은글이 얼마나 많이 올라오느냐 하는 부분에 달려 있을 겁니다.
1회와 2회 수상작들을 다시 읽어 보세요.
작가분들에게 죄송한 이야기지만 훌륭한 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글들이 트로피를 휩쓸었습니다.
1회에 2회 모두요. 그렇다면 책게에 글 잘쓰시는 분들이 없느냐? 그건 아닐겁니다.
위 작품들 처럼 출품되었던 글 중에 발상이나 문장력, 구성이 훌륭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묻혀버린 글들이 다수 있으니까요.
그럼 왜 좋은 글들이 관심을 받지 못했는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이 운영진에게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병신백일장이라는 이벤트 제목과 홍보 방향
1회와 2회 참여자들의 글을 대부분 찾아 읽어봤습니다.
제목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누가 더 웃긴가? 누가누가 더 황당한가?'
단순히 발상만 기발하거나 다소 정치색이 강한, 자극적 글들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병신, 등신이라는 제목을 통해 글쓰기 초심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 같이 함께하는 웃음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 자체는 좋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진짜 병신이나 등신을 뽑기 위한 이벤트는 아니지 않습니까?
동인지 만들기처럼 우리끼리 재밌고 끝나는게 아니라 e북으로 발간한다는 계획까지 하고 계시던데
냉정히 말해 대중 앞에 내놓기 많이 부족한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등신백일장이 거칠고 투박한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에는 눈부신 광채를 품고 있는 '원석'을 찾아내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공감하는 이벤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홍보 방향성 자체가 병신, 등신 같은 단어 선택으로 유머나 개그가 강조된 뉘앙스 때문에
진지한 통찰이나 감수성 풍부한 좋은 글들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받는것 같아서 너무 아쉽습니다.
애니게시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작소 이벤트와 비교를 해보세요.
운영진의 운영 방향성이 명확하니 당연히 이벤트 결과물의 질적 차이가 발생합니다.
두 글 모두 정치적 문제에 대한 생각을 쓴 글이지만 완성도는 천양지차입니다.
둘째, 당선작 선정 방법
현재의 홍보 방향과 선정 방법이면 이번 3회차 등신 백일장도
얼마나 백치미 있고 병신력 넘치는가 하는 기준으로 당선작이 선정될 확률이 높습니다.
민주적 정당성에 걸맞는 다수결에 의한 방식도 좋지만
문화 예술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위원회' 방식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가이드 라인만 말씀드리면, 책게에서 많이 활동하시고 어느 정도 글솜씨 좋은 분들 중에 지원자를 3~5人 정도 받아서
그분들이 토론후 당선작을 선정하는 거죠. 신춘문예 같은 저술활동이 아니더라도
영화제라든가 미술작품 같은 경우도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토론을 거친 작품을 당선시켜 컨텐츠의 질을 높이고
많은 투표를 받은 작품에는 따로 인기상 같은 상을 마련해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다면
2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 영화 동호인 사이트인 DVD프라임에서 연말에 동호인들만의 시상식을 하는데
이런 위원회 방식이 채택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서 링크 드립니다.
2회 병신백일장 1등 당선작을 한번 읽어 보세요.
책 게시판에서 가장 날선 비판을 가해왔던 '귀여니' 작가의 글을 연상시킵니다.
당선된 분들이 결코 글솜씨가 부족해서 저렇게 쓰시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운영진이 제시한 방향이 '병신' 이니 저렇게 쓰신 거겠지요.
책게에 숨어 있는 글장인들의 훌륭한 솜씨가 많이 올라온다면 좋겠지만
이런식으로 운영된다면 누가 동기부여를 가지고 출품을 하겠습니까?
글쟁이 분들에게 나와는 상관 없는 이벤트라는 편견이 생겨버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책게가 지금처럼 진중한 생각과 섬세한 감성 그리고 웃음이 어우러진 게시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이벤트의 방향성은 솔직히 책게의 분위기를 고려했을때 너무 생경해요.
그리고 백일장 이벤트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기 보다
10회, 20회 거듭해서 흥미와 권위를 모두 가진 이벤트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책게 백일장 당선작들이 오유 밖 세상사람들에게도 회자되고 작가분들은 실제로 등단도 하시고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질 좋은 컨텐츠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봐요.
좋은 컨텐츠는 -> 사람들 주목을 끔 -> 나도 한번 써볼까? -> 게시판 활성화에 따른 또 다른 좋은 컨텐츠 등장
이런 선순환을 이끌어 낼겁니다.
당장 이번 백일장부터는 쉽지 않겠지만 이제 변화를 모색해 볼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책게를 아끼는 유저로서 감정적으로 글이 흘러버렸네요.
더운 여름에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고생하시는 운영진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좀 더 수고하셔서 이번 백일장 크게 흥행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