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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리즈 물입니다.
아래는 그 링크입니다.
3편 공주님께 술 한잔 올립니다.
1편과 2편은 인터넷 익스플로어로 보실 경우 테그가 뜨는 오류가 있습니다. 수정하려 했으나, 어째선지 오유가 제 말을 들어주지 않네요.
머리숙여 사죄드리며 크롬등 인익 외의 브라우저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8
어느새 나는 방앗간앞에 도달해있었다. 안쪽에서는 희미하게 불빛이 반짝였다. 조용한 말소리와, 무언가 타닥거리며 타는듯한 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그 문 앞의 경비병처럼 보이는 두 마리는 땅을 나무 작대기로 직직 그으며 무언갈 토론하고 있는 듯 했다. 땅따먹기라도 하는 걸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난 뿔을 휘둘렀고,
그들은 순식간에 방앗간 안으로 처박혔다.
동시에 방앗간 안에서 일대 소란이 벌어진 듯 와글와글한 소리가 고요했던 사과나무 숲을 울렸다. 물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스마트 쿠키! 스마트 쿠키!”
난 그대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결코 바라지 않았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다. 스마트 쿠키는 멀쩡히 살아 내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한심하단 눈초리로 날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뭐.”
“사, 살아계셨습니까?”
“그럼 죽어서 네 눈앞에 나타났겠냐.”
“하,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고 자시고, 넌 어떻게 그렇게 생각이,”
“스마트 쿠키!”
나는 그대로 스마트 쿠키에게 달려가,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의 몸이 잠시 동안 움찔움찔 거리더니, 그 반응이 멈췄다.
“스마트 쿠키, 난, 난, 당신을, 존경합니다.”
아니었다.
“걱정했습니다.”
아니었다.
“정말로, 정말로,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진심이었다. 나는 그녀를 껴안고 한동안 나를 쏟아내듯 울음을 토해냈다.
화창한 봄날의 들길에서, 스마트 쿠키는 흥얼거리며 앞서나가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뒤를 빌어먹게 무거운 마차를 끌며 따라가고 있었다.
“제 뿔 신기하지 않나요? 당신 말이 맞았어요. 전 어스포니의 자식입니다. 저의 부모님은 두분다 어스포니셨죠. 전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이고요.”
“알고 있었다.”
“암요, 알고 계셨, 뭐라고요?”
“알고 있었다고. 푸딩헤드가 자네를 내 호위무사로 추천하면서 일러줬거든.”
“그, 그럼, 제가 뿔이 있단 걸 처음부터 알고 계셨단 말입니까?”
“그러면, 안들킬거라 생각했나.”
스마트 쿠키는 참 한심한 놈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멍청아. 생각을 해봐라. 그렇게 투구 벗기를 죽기보다 싫어하고 묘하게 투구 모양은 뿔처럼 솟아있는데, 한번쯤은 의심하지.”
“그렇지만, 날개를 달고 뿔을 단 포니가 있을 리가,”
“두 현주 저하를 생각해봐라.”
“아.”
이리도 한심할 수가. 애초에 저 어스포니는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그러면 처음부터 얘기를 해 주셨으면...!”
“재미없잖아.”
“아, 악!”
난 한동안 훌륭한 간질 증상을 흉내 냈고, 그동안 스마트 쿠키는 한참을 앞서나갔다.
“가, 같이 가요!”
“네가 빨리 오면 된다.”
“으으, 망할.”
나는 서둘러 그녀를 따라갔다. 내 등 뒤의 술통이 계속해 출렁이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요, 도대체 어떻게 그 녀석들을 설득해낸 겁니까?”
“그래, 왜 안 묻나 했지. 애플 사이다, 저번에 네가 말했었지. 저 포니들만 음식을 독식하는 건 억울하고 불공평한 짓이라고. 기억나나?”
“네, 기억나는 듯합니다. 그리고 합하께선,”
“스마트 쿠키. 그 버릇 못 고치겠나.”
“아, 스마트 쿠키 당신께선 저 포니들도 억울할 거라고 하셨지요.”
“그래, 기억하나보군. 이야기 하나 들어보겠나.”
난 그냥 어깨를 으쓱였고, 스마트 쿠키는 미소 지었다.
“어느 땅에 갑자기 나라가 건국됐다고 치자. 이름은, 그래. 이퀘스트리아가 괜찮겠군.”
“이퀘스트리아? 설마,”
“쉿. 이야기 도중에 끼어드는 건 실례지. 하여튼 그 땅에는 원주민들이 있었어. 평범하게 농사짓고 잘 먹고 잘 살던 포니들이 말이야. 근데 갑자기 어느 망할 놈들이 이 땅은 우리의 것이다, 우리의 나라다. 너희는 우리나라의 국민이다, 라고 하면서 세금을 내라고 생떼를 부리는 거야. 원주민들은 당연히 반발했지.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고, 졌다. 이퀘스트리아란 망할 나라는 생각보다 강했거든.
그리고 이퀘스트리아는 승리한 쪽으로서 패배한 원주민들에게 양심적인 세금을 물린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7할의 식량이 바로 그것이지. 정말 인도적이지 않나? 먹고 살기 위해서 이 포니들은 정말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고, 답을 찾아냈다. 사과를 술로 만드는 거야.“
“술로요?”
“그래. 술. 자네는 모르겠지만 사이다는 상당히 영양가가 높거든.”
이름이 사이다인 포니로서 저런 소릴 들으면 상당히 기분이 묘해진다.
“왜 달리 사이다를 흐르는 사과라고 부르겠나. 액체로 만드니 보관도 싶고, 법에도 저촉되지 않으니 원주민들은 잔뜩 사이다를 만들었고 곧 이퀘스트리아는 제제에 들어갔다. 식량난이라는 명목 하에 금주령을 내려버린거지. 그들은 분노했고, 힘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은 밀주를 만들기 시작한 거야. 뭐, 뻔 하디 뻔 한 이야기지.”
여태껏 그들을 욕해온 나는 온 얼굴이 달아오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런 더러운 짓을, 후세가,”
“이퀘스트리아의 역사에는 당연히 이 이야기가 적히지 않을 거다. 모든 관계인도 입을 다물테고 나도 네가 어디에 이 이야기를 적든 부인하겠지. 저들이 이 이야기를 기록해두면 그 후손들이 스스로 그 이야기를 삭제할 테고. ...... 애플 사이다. 뭘 얘기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난 그저 네가 저들을 더럽고 치사한 놈들로만 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한 거다. 이해하겠지?”
나는 그녀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그녀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구름이 해를 잡아먹었고, 부서져내리던 햇빛들이 사그라들었다. 햇빛을 받던 나뭇잎들은 잠시 허공을 떠돌다 땅에 떨어졌고 개미들은 열심히 그 나뭇잎 위를 기어가며 곤충의 시체를 옮겼다. 새들은 하늘을 날았다. 주위의 몇몇 부러진 가지들을 모아 나무 위에 새 집을 쌓았고, 그 위에는 새로운 새들이 삶을 펼쳐갈 것이다. 산딸기가 빼꼼이 씀바귀들 사이로 수줍은 얼굴을 보였고, 곧 살쾡이가 산딸기를 잔뜩 뜯어갔다.
구름은 다시 해를 토해냈고, 그녀도 말을 토해냈다.
“그래서, 사이다를 가져가는 거야.”
“네?”
“현주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사이다를 만들었다고 하면, 이퀘스트리아도 할 말이 없잖아.”
“하지만, 현주 저하는 아직 어리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먹어 치워야지. 나도 건국공신이잖아? 현주랑 비슷한 취급 받을 만한 정도는 되거든. 푸딩헤드 총리대신도 같이 불러서 술판 벌일 생각인데, 올래?”
나는 미소 지었다.
“당연히 갑니다.”
“좋아. ...어?”
“왜요?”
“저, 저거, 드래곤아냐?”
스마트 쿠키는 하늘을 가리키며 흥분했고 나도 그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거대한 에메랄드빛 드래곤이 날개로 구름을 찢으며 활공하고 있었다.
“히야, 멋지군요.”
“그렇네. 근데 오늘은 용족 대이동의 날도 아닌데 왠 드래곤이지?”
“아무렴 어떻습니까. 보기 좋잖아요.”
“킥, 그렇네.”
나와 스마트 쿠키는 한담을 나눴고, 그 위로는 에메랄드빛 드래곤이 햇빛을 출렁이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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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은 날 만큼은 약속을 지켜야할것 같았습니다.
여지껏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편은 디스코드와 셀레스티아 공주, 혹은 포니 대전쟁, 또는 어린 크리살리스. 이렇게 세편 정도가 구상되어있어요.
부디 다음에 다시 만나길 빌며, 우리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