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대학생 교육대책위 학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이명박 당선인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들에게 연행되고 있다.
ⓒ 유성호
▲ 전국 대학생 교육대책위 학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이명박 당선인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들에게 연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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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들어 있는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대학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던 대학생들이 대거 경찰에 연행됐다. 지금까지 인수위 앞에서 집회나 기자회견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경찰 병력이 투입돼 강제 연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 병력 300여명이 연행에 반발하는 대학생 40여명을 강제로 경찰 버스에 태우는 과정에서 팔다리를 들고 옷을 심하게 잡아당기는 등 과잉진압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일부 여학생들을 제외하고 27명의 참석자들을 종로경찰서로 연행했다.
학생들 "인수위원 기다렸을 뿐"... 경찰 "기자회견 아니라 불법집회"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이하 교대위)는 18일 오후 2시 '2008 등록금 동결,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를 열었다.
이들은 대학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전달하고 관계된 인수위원 등을 만나기 위해 인수위를 찾았다. 이 단체는 전국 100여개 국·공립 및 사립 대학생으로 구성된 단체다.
교대위는 "올해 확정된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6~9%로, 이에 따라 등록금이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대학이 크게 늘었다"며 "각 대학들이 민주적 절차나 합리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결정한다"고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방안을 규탄했다.
교대위는 지난 15일에도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 등과 함께 인수위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전반을 가로지르는 원리는 '시장논리'이고,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시장화한 학교"라며 "결국 소수의 돈 있는 자들만을 위한 교육일 뿐"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교대위 소속 대학생 40여명은 등록금 인상에 대한 차기 정부의 대답을 듣기 위해 이 날 다시 인수위를 찾은 것.
이날 연행된 한 여학생은 경찰 버스에 탄 채로 창밖을 향해 "등록금 좀 내려달라는데 왜 연행해 가느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는 "등록금으로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죽을 지경"이라며 "인수위는 이같은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4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고, 신고가 필요한 집회가 아니었다"며 "기자회견을 마치고 의견서를 전달하려고 인수위원장 등 관계자들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경찰이 강제로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비명 이어지는 거리엔 학생들 신발이 나뒹굴고
▲ 전국 대학생 교육대책위 학생이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이명박 당선인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연행된 가운데 경찰차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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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경찰이 대학생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강하게 항변하는 남학생들에게는 경찰 5~6명이 팔과 다리를 나눠서 든 채로 경찰 버스에 집어넣었다. 모자가 달린 상의를 입고 있던 한 남학생은 경찰이 모자를 심하게 잡아당기면서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연행되는 학생들은 "등록금 깎아달라는데, 왜 잡아가두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학생들의 안경과 신발 등이 벗겨져 인도에 나뒹굴기도 했다.
경찰 20여명이 팔짱을 낀 채 경찰 버스 앞에 두 줄로 서서 연행되는 학생들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인간벽'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건너편 인도에 100여명의 경찰이 방패를 든 채 대기 중이었다.
대학생들과 경찰이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여학생들의 비명 소리도 이어졌다. 여학생들의 경우 여성 경찰들이 3~4명으로 조를 짜서 한 사람씩 강제 연행했다. 눈물을 보이며 불안해하던 일부 여학생들은 연행하지 않았다.
연행된 학생들은 경찰 버스 두 대에 나눠서 종로경찰서로 이송됐다. 30여분만의 진압 이후 인도에는 찢어진 손팻말과 전단지 등이 나뒹굴었다.
대학생들의 항변에도 경찰의 입장은 강경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아니라 불법 집회였다"며 강제 연행의 배경을 밝혔다. 경찰은 즉각 대열을 정비해 인수위에 진입하는 자가용들의 출입을 재개했다.
이민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