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세비야에서 출발하여 산티아고 까지 걷는 44일 은의 길 순례중 일어난 일이다.
갈리시아 지방 입구 쪽 Lubian 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해서 알베르게(순례자숙소)에 짐을 푼 후 근처 바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오늘 어쩌다 함께 걷게 된 이탈리아 남성 순례자 두 명과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던 중 서로의 나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내가 먼저 물었다.
"되게 젊어 보이는데, 둘이 혹시 몇 살이야?"
한 명은 대략 40대 초반쯤으로 보였고, 다른 한 명은 20대 후반정도로 보였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웃으며 물었다.
"나? 몇 살로 보여?"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글쎄... 28? 29? 그 정도?"
"하하! 고마워. 근데 나 40살이야! 그리고 우리 둘이 동갑임!"
충격받았다. 40대에 저 얼굴은 솔직히 사기 아닌가. (다른 한명은 액면가 그대로지만)
그 때 다른 이탈리안이 내게 물었다.
"너는 몇 살인데?"
나 역시 장난스레 맞춰보라고 했다. 둘은 서로 잠깐 고민하더니
"어... 34? 35?"
"응 나도 그 정도로 보여."
라고 했다. 난 잠깐 침묵하다가,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시고
"24."
"...pardon??"
"24."
탁자 위엔 불편한 침묵만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