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6212121215&code=990100 희망식당 ‘하루’ 1호점은 상도역 1번 출구에 있고, 2호점은 상수역 4번 출구에 있다.
서울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나도 헷갈리기 쉬워서 갈 때마다 메모를 꺼내 확인해보곤 한다.
1호점은 일요일, 2호점은 월요일 하루만 문을 연다.
희망식당에 가게를 내준 고마운 주인들은 일주일에 하루 영업을 쉬는 손해를 감수한다.
혹시라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희망식당 ‘하루’는 장기 투쟁 사업장마다 한 명씩 있는 ‘짬장’들이 음식을 만들어주는 식당이다.
수백명 농성자들의 식단을 몇 개월 동안 책임지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음식 전문가가 된 해고노동자들이 셰프가 되어 밥을 해주고, 시민들이 그 밥을 먹고,
그 밥이 다시 해고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돼 돌아가는 식당이다.
1호점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신동기씨가 셰프다.
희망텐트촌에서 2000명분의 밥을 해먹인 실력으로 능숙하게 요리를 하는데 그 맛깔스러움이 특급호텔 주방장을 뺨친다.쌍용차노조 김정우 지부장 부인이 운영하는 실내포장마차를 일요일 하루 빌려 운영한다.
2호점은 콜텍악기 해고노동자 임재춘씨가 셰프다.
기타를 만들던 명장의 솜씨로 그에 못지않은 음식 맛을 낸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식당 ‘춘삼월’이 월요일마다 공간을 내준다. 앳된 얼굴의 대학생부터 초로의 어르신까지, 운동복 차림의 동네 주민부터 건장한 체격의 레슬러까지, 예술가 지망 청소년들부터 한다하는 영화감독이나 만화가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우고 자연스레 합석해 인사를 나눈다. 일손이 모자랄 때는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설거지도 한다.
어느 일요일, 조치원에서 한 여자 손님이 희망식당 1호점을 찾아왔다.
일찌감치 집을 나서 서울로 향했는데, 아뿔싸 지하철 상계역 1번 출구에 가서 희망식당을 찾았다는 것이다. 상계역이라니, 서울에서도 가장 먼 곳이 아닌가. 한참 헤매다 길가 카페에 들어가 물어보았지만 카페 주인이 희망식당을 알 리가 없다.
카페 주인은 인터넷 검색을 해 상도역에 있다고 알려주면서
“그런 식당이 있는 줄 몰랐다. 못 가서 미안하다”고 대신 전해달라며 봉투에 2만원을 넣어서 보냈다는 것이다.
그 여자 손님이 전해준 봉투에 적힌 “나도 ○○노동조합 조합원이었습니다”라는 글을 읽으며
희망식당 일꾼들은 가슴이 떨렸다.
그날 그 조치원 손님은 집에서 가져온 나물, 직접 구운 도자기들을 한 무더기 희망식당에 전해주고 갔다. “남편이 철도 노동자인데 쌍용차 노동자들의 해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희망식당에는 아침 장사길에 나서면서 두부를 한 판씩 전해주고 가는 두부장수 부부와 미나리, 버섯과 상추 등 자신이 직접 기른 채소들과 쌀을 보내주는 사람들의 정성이 이어진다. 제주에서 강정마을의 고등어와 흑돼지 등 좋은 재료들이 이윤 없이 올라오기도 한다.
외환위기 이후 노숙인과 실직자들을 위한 밥차나 희망을 주제로 한 식당들이 더러 생겼다.
똑같이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희망식당 ‘하루’가 이들과 다른 점은 시혜나 봉사, 동정과 연민이 아니라 ‘연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들과 내가 달라서 얼마나 다행인가”가 아니라
“이들의 문제가 곧 내 문제”라고 느끼는 소중한 연대의 마음들이 방명록에 오롯이 남아 있다.
희망식당 손님에게는 강제로 부여되는 숙제가 있다.
도움을 줬다는 자족감이나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으로 끝나지 않도록 블로그, 카페, SNS 등에 간단한 방문기를 쓰고 “해고는 나빠요!”라는 말을 덧붙여야 한다.
손님들 입으로 전해진 이 외침은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는 나비효과의 역할을 훌륭히 감당하고 있다.
보도자료 한 장 없어도 언론사 취재진이 찾아오고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뤄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이 길에 늘어 서는 진풍경을 이루기도 한다.
정해진 밥값은 ‘무한리필 5000원’이지만
기꺼이 더 내고 가는 손님들 덕에 개업 첫날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희망식당의 첫 수익금 600만원이 쌍용차, 재능교육, 콜트콜텍, 코오롱 등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전해지던 날, 어느 누구보다 두 셰프가 기뻐했다. 해고된 노동자가 다른 해고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희망식당 ‘하루’ 3호점이 오는 24일 청주에서 문을 연다. 셰프는 유성기업 해고노동자 김풍년씨다. 파업할 때 날마다 먹었던 주먹밥을 첫 메뉴로 준비했다. 밥을 위해 투쟁하다 스스로 밥이 되어버린 노동자들, 해고당하고 비정규직이 되어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밥 한 끼의 연대가 희망을 만들어간다.
희망은 재벌과 정치인들이 은밀히 만나는 룸살롱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아무리 짓밟아도 사라지지 않는 풀뿌리들이 서로 만나 얽히는 희망식당에서 영글어간다. 문을 연 뒤 열여섯 차례나 개근한 손님도 있고, 유명인들의 호스트 봉사활동 신청도 이어진다. 나도 간신히 다음주 일요일 1호점 호스트 순서를 배정받았다. 그날 메뉴는 월남쌈이다.
여러분, 희망식당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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