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길티 크라운은 못 만든 애니는 아니었다.
다만, 수많은 요소들이 90점 정도는 기대할 만한 작품의 요소들을 깎아먹었기 때문이지.
좀 분석해보려고 한다.
1. "우리가 신을 신이라고 하는 것은 전일 근무 가능한 무보수 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의외로 단어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멀어지면 그 단어가 주체가 되는 이야기의 개연성은 떨어지기 마련.
분명 초반부에는 보이드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가능성을 현실화 시킨거라면서
언제부턴가는 당연하다는 듯이 도구로 쓰더니
필요할 때는, 다시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에 깨지면 죽는다고 한다.
보이드는 전일 사용 가능한 무보수 도구가 아니다.
작가나 감독은 이 부분을 좀 더 깊게 다뤘어야한다.
에반게리온이 뜬 것은 세카이 계열의 암울한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속마음을 좀 더 집중해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우리는 Boy meets girl의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현재에 공감할 만한 요소를 더 원한다.
스스로의 본질을 다루는 작품에 더 끌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건 언제가 되었던 스스로를 구성하고 있으니까.
2. 사람들은 의외로 단순하다.
어려운 작품성, 난해한 연출 등등 이런 요소는
직관적으로 난해함을 부여해야한다.
이게 무슨 소리냐.
연출이나 스토리 내부의 떡밥에서 발생하는 난해함은 어디까지나 보는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한다.
에반게리온처럼 난해함의 극을 달리는 작품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당연하다.
연출이 어려워서 해석이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고, 감독의 의도라는 게 불확실하기 때문.
문제는!
길티 크라운은 작품이 담는 메시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연출을 보인 것이 아니라,
스토리라인에 대한 의문점을 너무나도 많이 두었다.
간혹 소설을 읽다보면 느낄 수 있을텐데, 스르륵 읽히다가 갑자기 느리게 읽히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 스토리라인의 개연성을 납득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데, 길티 크라운은 너무나도 자주 그러했다.
보다가 머리에서 이해가 중지된다. 왜? 메시지가 아닌 스토리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하니까.
메시지는 작품 종료 후에 고민해도 충분하다.
애니와 같은 영상 매체는 적어도 스토리 텔링 도중에 끊어지는 느낌이 많이 든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게 아니다.
3. 2쿨의 캐붕
사실 2와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ㅋㅋㅋㅋㅋ 너무나도 쓸말이 많기 때문에 따로 서술.
왜?!?!?!?왜!??!?!?!왜!?!?
이러다가 2쿨 마지막 화가 도달했다.
하하하하하ㅏㅏㅏ 주인공 - 이름도 생각안난다.- 이 흑화하는 진행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근데 문제는 그 흑화를 보고 딱 든 생각이 이거였다.
"한 1,2화 뒤에 누구한테 배신당해서 폐인처럼 되었다가 다시 각성하거나, 수정펀치 맞고 갱생하겠고만."
뻔한 전개가 예상된다는 게 문제다.
2쿨은 생각보다 길다.
게다가 요즘 흑화가 꽤나 일반적인 요소가 되어버린 지금, 작정하고 흑화해서 자기가 모든 악을 뒤집어 쓰는 안티 히어로도 아니고...
1쿨만 봐도 흔하디 흔한 상냥한 주인공인데 말이지...누가 감히 그런 상냥한 주인공이 진심으로 흑화했다고 믿겠어요 앙.
그리고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캐붕들은 그렇다 치는데 - 주인공 친구들이나, 기타 등등
왜 그 뭐 이름이 뭐여 트리톤? 걔는 왜???? 왜???? 이건 진짜 납득할 수가 없었음.
진짜 주인공 엄마가 어쩌고 저쩌고 구구절절 사연 설명하니 그러려니 해줬지만 - 사실 이것도 짜증
왜?????? 왜???? 아니 정말 왜??????????
장의사에서 했던 것들은 주위에서 멋대로 추대한거라고????????
니 눈으로 1쿨 다시 돌려봐라 시키야 동태눈깔이냐!!
4. 그 와중에 진히로인은 대체 왜 존재하는 건지
까놓고 말해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이노리 사랑은 아이돌에 대한 동경 그 이상으로 느껴진 적이 단 한번도 없었음.
왜냐?????
좋아하는 장면을 안보여줬잖아!!!!!!!!!!!!
이노리가 좋아하는 장면도, 이유도 없고, 주인공이 좋아하는 장면도, 이유도 제대로 나온게 있냐!
Boy meets girl의 전형을 보여주면서...ㅎㅎㅎㅎㅎ
누가보면 그 중간에 죽어서 주인공 흑화하게 만든 그 여자애가 여친인줄 알긋네.
5. 더 쓰고 싶은데 내 머리 속의 여백이 너무 좁아 더 못 쓰겠음.
멘탈이 남아나지 않네.
내가 왜 이걸 끝까지 본거지.
솔직히 1쿨에서 너무 지쳐서 2쿨의 미흡한 요소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음.
2쿨이 그래도 1쿨보다 낫느니 어쩌느니 같은 헛생각을 하다가 정신차려보니 1쿨과는 비교도 안되는 멘탈 빠개짐 강림.
으리망르ㅏㅣ으린
6. 솔직히 요새 스토리 개나 주는 애니들보단 나은 게 당연하고
그렇게 어느 정도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고생을 해놓고 이 스토리, 이 연출이 정말 끝이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너무 큼.
이미 죽은 트리톤을 예토전생할 게 아니라, 감히 인간의 수준으로 묵시록을 진행하려 했던 아담과 이브에 대한 상징성이나,
보이드, 인간의 감정, 인간의 힘에 대한 조명을 하는 게 더 나았음. - 보이드가 깨지면 죽는다는 설정은 그 힘을 가진 위험성과 트라우마를 통한 주인공을 극한으로 몰아 넣기에 충분한 요소였음. 이런 좋고 신박한 설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