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의 나의 모습은 만신창이다. 겉으로는 강한 척하려고 꽤나 애쓰지만 상처들을 마음속에 묻고 산다.
성적은 가면 갈수록 안 나오고 안 나오는 성적 때문에 의욕도 점점 상실한다. 평상시에도 꾸준히 하는 공부라는 것이 없으며 시험기간이 되면 그제야 이것저것 해보려다 집중도 못하고 시험 망치고 또 속상하고 의욕 잃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점점 이건 아닌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닌가 하고 지각(知覺)의 지각(遲刻)에 대해 무능력하게 아무런 대처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나 자신을 항상 학대하고 있다. 때론 나에게 스스로가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며 난 왜 저렇게 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또 스스로를 학대한다. 그러면서도 뭔가를 하겠다는 의욕은 들지 않아서 멍하니 컴퓨터 앞에서 웹서핑 따위를 하며 황금 같은 주말을 보내고 있다. 패배주의자가 된 느낌이다. 자신감 역시 점점 없어지고 있고, 모든 것이 허(虛)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런 나에게 영향을 주고 싶어 화술, 자기계발에 관한 도서를 몇 권 샀지만 그 책들 또한 책장에 꽂혀있을 뿐이다. 지난주에 샀던 3권의 책 중에서 아직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갈수록 나태해지고 무기력한 나 자신이 정말 한심스럽다. 할 건 많다 할 건 많다 생각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학교 숙제도 내내 놀다가 야밤에 숙제를 시작해서 엉성하게 하고 다음날은 수업 시간에 졸고 하루 종일 머리 아프다. 예전부터 쭉 알고 있었지만 고칠 수 없었다. 아니, 고칠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니 이제는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시도할 용기조차 나지 않게 한다. 집에서는 부모님의 개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만을 자꾸 가져오고 있으니 부모님 둘 다 속상하고 의욕도 조금씩.. 없어져가는 느낌이 든다. 또 다른 한편엔 엄마가 날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맘이 있지만 그러기엔 내가 만들어 가고 있는 내 것들이 너무나 졸작이다. 시험 계획도 겨우 일주일쯤 전에 엄마한테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징징대고 최선의 방법을 받았지만 소화를 하지 못하는 나. 점점 나는 위축돼가고 있는 것 같다. 키도 반에서 제일 작고 내 자신에서 못난 점만을 자꾸 발견하게 된다. 마치, 여드름 없는 피부를 위해 얼굴의 여드름을 짜기 위해 얼굴을 뻘겋게 상처투성이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과 같다. 실제로도 나는 자주 그래서 괜히 안건드려도 될 것을 건드렸다 더 보기 안 좋아 지는 일이 많은데, 난 내 얼굴뿐만이 아니라 내 마음에도 그런 짓을 하고 있다. 현재의 나를 묘사하자면 패배주의에 빠진 채 나오기 위해 지푸라기를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
17년간의 삶을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그런대로 살아왔다. 중학교 때 역시 시험기간에만 공부했지 그 외엔 항상 놀았다. 고등학교에서도 여전히 그런 태도를 지니고 있는 녀석이 어떻게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겠는가. 난 나의 이런 계획 없이 사는 태도가 너무나 싫다. 하지만, 실은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조차도 모르고 어설프게 세워놔도 계획을 세운 당일에도 그 계획을 지키지 않는 의지 박약아의 절정이다.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할 줄 알고 자신의 지성과 능력을 키워가면서 상대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하고 존경까지 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친구 중에 그런 녀석이 있는데, 난 항상 그 친구의 옆에서 부러워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 친구와 나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꿈의 여부'에 있다. 난 부끄럽게도 아직도 꿈이 없다. 목표가 없는 것이다. 목적지, 장래희망, 아무 것도 없이 되는대로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길 뿐이다. 그래서 난 이런 핑계를 대곤 했다. "부럽구나. 꿈이 있다니 난 꿈이 없어서 의욕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겠어." 결국 그 친구에게 그런 핑계나 대고 있냐며 혼났지만 여전히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3
요샌 마음의 상처가 커져서 인지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드나보다. 그래서인지 중3때부터 좋아하던 친구와 사귀며 사랑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요새 그 친구에게 막 친하게도 지내려고도 하고 영화도 같이 보고 했지만 그럴수록 난 내 맘을 죄었다. 스스로에게 '넌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냐, 아니면 단지 그녀의 육체를 사랑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을 하며 과연 내가 진정 사랑이란 걸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괜히 사랑인 줄 알고 설렜다가 서로 아픔을 주는 일은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괜히 나 때문에 상대가 상처를 받게 되는 일은 정말 싫은 일이지만, 더욱 싫은 것은 내가 받게 될 충격과 상처이다. 또 한편에선 성적에 관한 압박 때문에 이성교제 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의 억제와 억압이 있고 또 내가 그 모든 걸 어기면서까지 이성교제 등을 할 위인이 되지 못한 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사귀더라도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 같아 아쉽기도 하면서도, 어딘가 에서는 바라고 있는 이런 감정들이 충돌한다. 그런데 웃긴 것은 정작 그 상대는 나에게 별로 호감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머릿속에서 괜히 북 치고 장구 치고 김칫국 마시고 소설 쓰고있는 것이다.
#4
나에겐 은근한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친구들이 어떤 문제를 물어보면 모를 수도 있는 건데 난 그것을 꼭 내가 알아서 알려줘야 한다는 그런 느낌이 막 든다.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쉽게 답이 나오는 것을 나한테 물어보면 질질 끌다가 미적지근한 대답을 듣는 경우가 몇몇 있었다. 그럴 때면 괜히 내가 미안해지고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이지만 왜 그렇게 느껴왔는지. 그것이 나도 궁금하다.
#5
내가 중2정도에 나에게 진단한 병이 있었다. '상상병' 상상병이 무엇이냐 하면, 상상 속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해결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뭣 하러 병이라고 까지 칭했냐 하면, 그 상상 속에서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역겨웠기 때문이었다. 피가 난무하는 폭력을 상상한다던지. 사람들이 자기들도 그럴 때가 있다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할 때가 있는데, 난 내 안에 감춰져 있는 이런 인간 특유의 잔인성이 너무나 싫었다. 그리고 권력자의 앞에선 아무런 말도 못하고 뒤에서 그저 친한 친구들과 뒷담화를 하는 내 모습은 정말 구렸다. 눈앞에서 아주 치사하고 불공평하고 조용한 폭력이 이루어지는 가운데에서도 눈 감고, 무시할 뿐이었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내가 싫다.
#6
글을 써보면서,
두서없이 떠오른 생각들을 휘갈겨 놓아서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나를 글을 통해 고백하고 심경들을 조금 솔직하게 풀었다는 점에서 난 이 활동에 아주 만족한다.
PS. 리플좀 많이 달아주세요.
그리고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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