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쇼크라는 게임의 스토리 정리본입니다.
바이오쇼크를 플레이해보신분이나 안해보신분이나
읽어볼 만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압, 스포싫어하시는 분은 더블클릭해주쎄용
이어지는 글은 픽션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실제 인물이나 단체와는 무관함을 알립니다.
사람들은 심해 깊숙이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지.
하지만 랩쳐는 이 곳이 아니라면 건설할 수 없었어!
- 앤드류 라이언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앤드류 라이언.
그가 소년이었을 때, 소련은 그로부터 가족을 빼앗아갔고 고아가 된
소년은 미국으로 이주했다. 소년은 비즈니스에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 어른이 되었을 때 그는 '라이언 인더스트리'라는 거대기업의
총수이자 세계적인 부호가 되어 있었다. 자본주의의 총아가 된 그는 그 엄청난 재력으로
1946년 북대서양 심해에 그의 꿈의 정수, 해저도시 '랩쳐'를 건설했다.
랩쳐는 그의 이상이 고스란히 투영된 곳이었다.
그의 가족을 앗아간 소련이나 미국과 같은 '정부'가 없는 나라. 경찰도, 군대도, 압제자도 없으며 모든 것은
시장원리의 정점인 '거대한 고리(Great chain)'에 의해 운영되는 체제. 예술가들이 검열을 받지 않고
종교와 같은 반지성적인 행위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는 '개인'들이 게으른 자들에게
비난받지 않는 세상. 무지한 대중은 존재하지 않고 지성과 개성적인 가치관을 소유한 '개인'들의 세계.
덧붙여 해저도시를 풍요롭게 하는 놀라운 과학기술까지.
'이 곳에는 왕도, 신도 없다. 오직 인간 뿐'
- 앤드류 라이언
그가 랩쳐의 건설이념으로 삼은 이 말처럼,
랩쳐는 수천년 동안 세계를 뒤엎은 이데올로기와 억압에서 해방된 '개인'의 유토피아, 그 자체였다.
"랩쳐, 유토피아"
그러나 모든 유토피아들이 그러하듯, 랩쳐 역시 건설과 동시에 파국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라이언의 사상, 즉 랩쳐의 이념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인간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기생충들은 묻지. "우리 몫은?"'
- 앤드류 라이언
라이언은 소련에 의해 가족을 잃었다. 때문에 그는 그를 고아로 만든
개인을 옥죄는 모든 종류의 '정부'와, 그 정부를 존재케하는 무지한 대중들.
그의 말에 따르자면 '기생충'들을 증오하게 되었다.
무능하고 무지하며 따라서 필연적으로 가난한 대중. 눈 앞에 작은 이익만을
좇아 당근을 내미는 압제적인 정부에 정권을 넘겨버리는 대중.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복지'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일궈낸 것을 강탈해가는 대중.
라이언은 랩쳐를 이 '기생충'이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성인과 예술가, 스포츠 선수들이
넘치리라던 랩쳐에도 당연히 빈민과 실업자, 고아들이 생겨났다.
라이언은 당연히 자신의 낙원에 스며들어온 이들을 경멸해마지 않았다.
이런 그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게 랩쳐에 조성된 해저산림공원 '아카디아'다. 라이언은 이 아름다운
공원을 유료화하여, 돈을 내는 사람만이 자연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상에 있었을 때, 숲을 산 적이 있었지... 기생충들이 불평을 하더군.
땅은 신의 소유라고 말이야. 나보고 그곳에 공원을 세우라고 하더군. 왜?
천한 것들이 꾸물거리며 나무 그늘 밑에 모여들어서는 마치 그 곳이 낙원인
척하기 위해서지. 결국 정부에서 그 땅을 국유지로 선포했을 때, 나는 숲에 불을 질렀다..
아카디아의 씨를 뿌린 것은 신이 아니야! 바로 나다.' - 앤드류 라이언
그의 이런 태도는 랩쳐를 양분시켰고 내부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가중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그 남자, 프랭크 폰테인이 나타났다.
폰테인은 랩쳐의 밀수업자였다. 라이언은 외부세계의 기생충들이 랩쳐를 '오염'시키고 종국에는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랩쳐를 철저히 기밀에 부쳤다. (그는 언젠가 KGB와 CIA가 랩쳐를 공격하리라 생각했다.)
따라서 라이언은 랩쳐의 외부교류를 통제하고 자급자족을 이뤄나가길 원했지만, 랩쳐의 대중들은 조금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조개껍질에서 만든 담배와 바닷물을 합성해 만든 보드카로는 만족하지 못 했다.
그들은 여전히 외부에서 향유하던 물건들 - 고급 술, 하바나 시가, 최신 유행가, 성경(밀수품 창고에 산처럼
쌓여있다.)-을 원했고 누군가가 이 것을 공급해주길 원했다. 따라서 랩쳐의 어부들은 몰래 외부와
교류하며 이런 물건들을 '밀수'해 들여왔고 이를 팔아 막대한 이윤을 얻었다. 이 밀수업자들의
대장이 바로 프랭크 폰테인이었다.
'밀수업자들, 지상과의 어떤 접촉도 랩쳐를 우리가 멀리했던 기생충들에게 노출시키게 한다.
몇 명의 목을 베는 것은 우리의 이상을 향한 작은 대가이다.'
- 앤드류 라이언
물론 라이언은 랩쳐를 '오염'시키는 폰테인을 증오해마지 않았고 그를 잡아넣기 위해 갖가지 수를
동원했다. 그 중 한 가지가 경비책임자인 설리반(랩쳐에는 건설이념에 따라 경찰과 같은 치안기구가 없다.)
을 시켜 밀수의 증거를 포착하는 것이었는데, 어협에 있는 설리반의 사무실에는
그에 관한 증거물들이 문자 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러나 밀수로 랩쳐의 실력자가 된 폰테인은 이런 위협을 번번히 빠져나갔고 라이언의
폰테인에 대한 집착은 더욱 깊어져갔다. 이런 두 사람의 갈등은 파국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랩쳐, 아담"
겉보기에는 평온을 유지하던 랩쳐에 충격을 가져온 건 심해에서 발견된 신물질, 아담이었다.
과학자 테넌바움 박사는 어느날 손에 장애를 가지고 있던 어부가 갑자기 치유된 것을 발견한다.
그 원인을 탐색하던 테넌바움 박사는 그 어부가 전날 심해에 사는 '바다민달팽이(Seaslug)'에 물렸던 사실에
착안, 이를 연구한 끝에 기적의 신물질, '아담(Adam)'을 발견한다.
바다민달팽이가 체내에서 생산해내는 '아담'은 말그대로 기적이었다.
기존의 정상 세포를 불완전한 줄기세포로 변환하는
아담은 그 활용에 따라 수명연장, 초능력의 부여,
신체의 개조까지 말그대로 인간을 찰흙처럼 주무를 수 있는 경이로운 물질이었다.
테넌바움 박사는 '아담'을 더 연구하기 위해 랩쳐의 연구소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들은 당연히
이런 허황된 발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구비 부족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그때, 테넌바움 박사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바로 밀수업자 대장인 프랭크 폰테인이었다.
폰테인의 막대한 지원으로 테넌바움 박사는 아담의 연구를 완성하고, 이를 통해
체계화된 신체변형체 '플라스미드'의 개발에 성공한다. 아담에 의한 유전자 변형을 정형화한
'플라스미드'는 주사 한 방으로 염력, 발화능력같은 초능력을 부여하거나, 신체를 메스 하나 대지 않고
성형할 수 있는 약품이다. 당연히 이를 상용화한 폰테인과 그의 사업체 '폰테인 미래산업'은 떼돈을 벌기
시작했고, 플라스미드는 랩쳐 내에서 골목 자판기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 된다.
그러나 플라스미드의 수요가 급증하고, 플라스미드의 부작용(후에 설명)으로 인해 원료인 아담의
확보량은 바닥에 치닫기 시작한다. 바다민달팽이에서 채취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폭증하는 수요에 대처하기란 역부족이었고 테넌바움 박사는 새로운 아담 채취법을 개발하게 된다.
바로 '리틀 시스터'의 탄생이었다.
리틀 시스터란, 어린 아이의 내장에 바다민달팽이를 기생시키는 방식으로 이를 시술하면 아담의
생산량은 기존의 수십배로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숙주가 된 아이는 아담의 부작용으로 인격변화와
신체변화를 겪게되어 말 그대로 괴물로 변하게 된다. 어느 정신나간 부모가 아이를
이렇게 만들고 싶겠는가? 때문에 폰테인은 어린 아이들을 확보, 관리하기 위해
'리틀 시스터 여자 고아원'을 창설하고, 연고가 없는 고아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왜 여아들만 받느냐하니, 폰테인 왈 '남자화장실 값은 굳잖나.')
"랩쳐, 파국"
한편 라이언은 플라스미드로 랩쳐의 부호이자 실권자가 된 폰테인을 견제하기 위해 점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설리반을 통한 수사는 강도를 점점 더해나갔고,
설리반은 용의자들을 고문하고 심지어는 살해하는 일까지 서슴치않게 된다.
폰테인과 '폰테인 미래산업'은 점점 궁지에 몰렸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폰테인은 랩쳐에서 가장 막강한 세력을 아군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바로 '기생충'들이었다.
'이 얼마나 착한 사람들인가, 나는 그 얼간이들에게 스프 한 접시와 집을 주었고 그들은 내게 목숨을
맡겼다. 내가 이 곳을 손에 넣었을 때, 누가 군대를 필요로 하겠는가.'
- 프랭크 폰테인
폰테인은 '폰테인의 구빈원'을 설립하고 빈민들에게 집과 음식을 주었다.
랩쳐의 냉혹한 경쟁체제에 고통받던 대중들은 폰테인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폰테인은 이들을 통해 라이언을 뛰어넘어 랩쳐를 지배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때, 사태에 변화를 줄 요소가 등장한다. 바로 아담의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담은 평범한 세포를 줄기세포로 바꾸는 물질이다. 그러나 이 것은 매우 불완전하여 여러가지 예기치못한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 실명,환시,환청,광기,신체변형 등 수많은 부작용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아담에 대한 끔찍한 금단증상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증상의 치유법은 더 많은 아담을 계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이었다. 사실상, 이런 부작용에는 치료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부작용 끝에 차차 사람들은 더이상 인간이 아닌, 오직 아담만을 찾아다니는 끔찍한 모습의
초능력 괴물 '스플라이서'로 변화하게 된다.
하지만 라이언도, 폰테인도 처음에는 이들을 심각하게 생각치 않았다.
라이언은 시장원리 즉 '거대한 고리'가 이런 부작용들을 자연히 해결해주리라 생각했고
폰테인에게는 그저 주기적으로 아담을 사주는 고객일 뿐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스플라이서
들을 군대로 삼아 상대를 제거할 생각까지 하게 된다.
결국 운명의 날이 찾아왔다. 1958년 12월 9일, 라이언의 무리들은 폰테인을 습격해, 총격전 끝에
폰테인을 제거하고 '폰테인 미래사업'을 국유화한다.
랩쳐의 사상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는 랩쳐 전체에서 지탄을 받았다.
폰테인을 추종하던 빈민들은 물론이거니와, 라이언의 사상을 추종하던 랩쳐 의회에서조차
라이언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인내심을 상실한 라이언은 경비책임자
설리반을 통해 반대파들을 무차별 제거해나갔다.
이런 행위는 라이언 본인이 제창한 랩쳐의 기본 이념 '개인의 존중'이라는 사상을
그 라이언 본인 스스로 무너뜨리는 짓이었던 것이다.
"랩쳐, 리틀 시스터"
플라스미드 산업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 라이언은 사업 초기 폰테인에게 동업제의를 받았었는데, 이를
거절한 후 나중에 폰테인이 대성공을 거두자 이를 갈고 있었다. 그런 라이언이 이런 유망한 사업을
사장시킬 리 없었다. 그는 '리틀 원더러스'라는 독자적인 리틀 시스터 관리기관을 만들고,
부작용을 알면서도 되려 사업을 확장해나가기 시작한다.
자연히 아담은 다시 품귀에 시달렸고, 또 한 명의 천재가 해법을 제시했다.
리 수총 박사(중국인임)는 리틀시스터들이 시체에서 아담을 추출하게 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고
반복학습으로 그녀들을 세뇌시켜 '아담 뽑는 기계'로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랩쳐에는 이미 아담을 찾아다니는 스플라이서들이 만연해 있었고 이들에게 아담 덩어리이자 방어수단이 없는
어린아이, 리틀 시스터는 군침 도는 먹이였다.
당연히 시체를 찾아 아담을 뽑는 일은 위험부담이 너무 높았다.
때문에 리 수총 박사는 리틀 시스터를 수호할 괴물, '빅대디'를 만들어낸다.
'바이오쇼크'의 마스코트와 같은 빅대디와 리틀 시스터지만, 실상은 그런 낭만적인 유대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빅대디는 인간 장기와 플라스미드를 끼워맞춘 괴물이고,
자아도 없이 '리틀 시스터를 보호하라'라는 사실만이 주입되었을 뿐이다.
때문에 그들은 창조주인 수총 박사가 리틀 시스터에게 손찌검을 하자 망설임없이 그를 죽여버린다.
리틀 시스터들 역시 마찬가지로, 엄마와 빅대디 중 빅대디를 고르면 과자가 나오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인공적으로 유대감을 조성시킨 것에 불과하다.
차후 설명하겠지만 이들의 관계는 바이오쇼크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랩쳐, 멸망"
한편, 죽은 줄만 알았던 폰테인은 살아 있었다. 간신히 목숨만 건진 그는 '아틀라스'로 이름을 바꾸고
'폰테인의 구빈원'을 중심으로 다시금 '기생충'들을 규합하기 시작한다.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정치세력으로 변신한 그들은 랩쳐에 밑바닥에서부터 라이언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반면, 라이언은 이미 이성도 인내심도 바닥이 난 상태였다.
라이언을 비판하는 자들은 더이상 랩쳐에서 살아남지 못 했다. 라이언을 비난하는 노래를 쓴
작곡가, 시인들은 경비책임자 설리반에게 무참히 살해당했고,
계속되는 살인에 회의를 느끼던 설리반도 어느 순간 행적이 묘연해졌다.
이런 시국에 라이언이 점점 방자해지는 아틀라스와 '기생충'들을 가만히 두고 볼리가 없었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거리에는 시체가 썩어가고, 남자도 여자도 그 구역을 둘러싸듯 줄세워졌다. 플라스미드를
받기 위해... 폭주를 막는 일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이곳 랩쳐에서는 군비 경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것은 더욱 강력한 총이나 폭탄을 제조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육체를 더욱 인간답지 않게, 더욱 괴물같이 만든다는 뜻이다.' - 빌 맥도노
유토피아 랩쳐에서 전쟁이 터졌다. 말그대로 죽고 죽이는 전쟁 말이다. 육지에서의 전쟁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무기가 총이나 폭탄이 아니라, 플라스미드였다는 것이다. 머릿수에서 밀리는
라이언은 폰테인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의 무리들에게 플라스미드를 무한정 공급했고, 이들은 엄청난
초능력을 갖춘 괴물로 변해갔다. 폰테인 역시 이에 대항해 플라스미드를 살포하기 시작했고, 랩쳐는
점차 괴물들이 넘쳐나는 생지옥이 되어갔다. 플라스미드는 더이상 상품이 아니라 군수물자였고, 라이언은
아담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아이들을 '국가를 위해' 강제 징집해 리틀 시스터로 만들었다. 이 때부터
자신이 딸이 리틀 시스터가 된 것을 보고 슬픔에 빠진 부모가 동반자살하거나, 아예 징집을 피해 일가족이
동반자살하는 등의 참상이 랩쳐 전역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 참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라이언 암살단'이 만들어졌다. 의회 의원 맥도노, 발전소
기술자 키르부즈, 딸을 강제징집당한 신발 디자이너 안데르스도터 등 라이언의 측근들로 구성된 암살단은
라이언을 죽이기 위해 폭탄을 터트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은 사전에 발각되어 이들은 모조리
참살되고 만다.
전쟁은 1년 가까이 계속 되었고, 빠른 속도로 랩쳐를 폐허로 만들었다. 랩쳐 전역에서는
매일같이 스플라이서들의 전투가 벌어졌고,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괴물로 변해갔다.
리틀시스터들은 죽어 널부러진 시체들에게서 부지런히 아담을 채취했고, 빅대디가 폐허가
된 도시를 활보했다. 이 끔찍한 전쟁을 끝낸 것은 또다시 수총 박사의 발명이었다.
수총 박사는 특수한 호르몬을 통해 스플라이서들의 '자유의지'를 통제하는 법을 개발했고,
라이언은 랩쳐의 모든 스플라이서들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전쟁은 하루 아침에 끝났고, 아틀라스와 그 잔당은 지하로 숨어들어갔다.
1959년 12월 31일, 전쟁은 끝났다.
랩쳐가 되살아 나고 있다. 설마 랩쳐가 다시 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가? 상점들의 문은
다시 열리고, 학교에서는 젊은이들의 사상이 모여 노래로 들리겠지?
나의 도시는 살아날 거야! 나의 도시는 번영할 거다! - 앤드류 라이언
하지만 전쟁이 끝났을 때, 라이언은 그가 그 전까지 인식하지 못 했던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했다.
랩쳐에는 더이상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랩쳐는 아담의 미친 괴물들이 장악했고 자유의지를 잃은 그들은 이제 라이언의 꼭두각시였다.
위대한 고리는 끊어졌고, 라이언은 이제 그가 그토록 혐오하는 '큰 정부'의 화신이 되었다.
'개인의 존중'이라는 랩쳐의 사상은 찌꺼기만이 남았다.
랩쳐는 이제 죽음과 광기만이 지배하는 거대한 묘지로 전락했다.
랩쳐는 이렇게 멸망했다.
"랩쳐, 라이언과 폰테인"
1950년대는 상당히 흥미로운 시대다. 전후 복구가 불러운 끝이 없을 것 같은 풍요, 베이비 붐,
활짝 꽃 핀 문화와 예술,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으로 상징되는 첨단과학,
이와 더불어 50년대를 뒤덮은 냉전과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대립, 개인주의의 대두와 새로운
사조들의 등장 등 50년대는 2차대전 이후 세계가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결정해야 했던 시기였다. 바이오쇼크는 바로 이 시대를 배경으로 작은 도시, 랩쳐의 흥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바이오쇼크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두 캐릭터, 앤드류 라이언과 프랭크 폰테인이다.
앤드류 라이언은 상당히 직설적인 캐릭터이다. 소련에게 가족을 잃은 그는 미국에서 자본가로
대성했다. 그는 공산주의만이 아닌, 인간을 억압하고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종류의 체제와, 규율과,
도덕을 거부한다. 그는 모든 것을 시장의 원리, 곧 인간 개개인의 이성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내 이름은 앤드류 라이언이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하겠다.
한 인간이 흘린 땀의 결실은 그의 것인가?
'아니다' 워싱턴에서 말한다. 그 것은 빈민들을 위한 것이다.
'아니다' 바티칸에서 말한다. 그 것은 신의 것이다.
'아니다' 모스크바에서 말한다. 그 것은 모두의 것이다.
나는 이 대답들을 거부한다.'
- 앤드류 라이언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이런 체제들이 존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인간이 아닌
'기생충'들이다. '기생충'들은 무능하고 무지하다. 그들에게는 가치관도 철학도 없다.
그들은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몫을 요구한다.
때문에 그들은 권력자들이 내미는 작고 헛된 이득들, 복지나 인권, 분배같은 당근에 휘둘리고
집단에 개인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시킨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의지와 가치관이 존중받고, 완전한
'개인'이 존재하기 위해서, 이들의 제거는 필수불가결이다.
때문에 그는 랩쳐를 건설했다.
기생충이 배제된 이 작은 사회에서 라이언은 그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
외부로부터 고립된 이 곳은 그의 사상에 동조하는 자들로 채워진 이상세계였다.
그 곳에는 정부도, 경찰도, 법도 없다. 모든 것은 랩쳐 사상의 정수이자
시장논리의 정점이라 할 '거대한 고리'에 의해 조정된다.
랩쳐의 모든 인간은 이 고리의 일부이고, 고리의 일원이라는 데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들은 이 고리 안에서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유로이 경쟁해나간다. 외부에서와
달리 이런 경쟁은 비난받을 이유도, 그 이득을 빈민들과 분배해야 할 이유도 없다. 경쟁은
'거대한 고리'의 일원으로서의 본분이자 고리를 이루는 기둥이다. 랩쳐의 시민들은 경쟁을 통해
개인으로서 완성되어 나가고, 완성된 개인에게 정부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이상적인 이론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고리' 이론은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전제해야만 이루어
질 수 있다. 바로 '인간에 대한 믿음' 이다.
'나는 라이언을 믿었다. 랩쳐를 믿었다. 하지만 곤란에 직면했을 때, 라이언은 랩쳐를
믿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고리를 믿지 않았다. 그가 믿었던 것은 권력이었던 것이다.
자, 이제 랩쳐는 파멸했다.'
- 아냐 안데스도터
거래를 할 때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이 무엇일까?
상품? 대금? 위임장?
아니다.
그 것은 바로, 거래를 하는 상대방과, 거래를 하는 자신에 대한 신뢰이다.
상대방에 대한 신용이 없다면 그 것은 이미 거래는 아니다. 사기다.
신뢰가 없다면 거래는 이루어 질 수 없다.
상대가 나의 재산과 생명을 존중한다는 신뢰가 없다면 경쟁은 더이상 경쟁이 아니며
거래는 더 이상 거래가 아니다. 전쟁이 경쟁이 아니고, 사채가 거래가 아닌 것과 같은 이유다.
내가 시장을 존중하는 데, 시장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자연히 붕괴하게 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라이언은 결코 랩쳐의 주민들을 믿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랩쳐는
언제 기생충들에게 오염될 지 모르는 불안한 천국이었고, 주민들은 기생충의 알을 속에 지닌 위험분자였다.
인간의 이성에 의지하는 '거대한 고리'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체재가 유지
될 수 있을까? 이런 기둥이 빠진 낙원에서, 폰테인이 등장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라이언이 직설적이라면, 폰테인은 단순한 인물이다.
폰테인은 폭력과 권모술수로 랩쳐의 불법적인 시장을 장악했다.
그는 랩쳐의 모순을 파고들어 엄청난 거금을 벌어들였고, 곧 랩쳐에서 라이언을 위협하는
자본가로 성장한다. 그의 밀수품과 플라스미드는 라이언에게 있어 시장을 교란시키는
위험이었고 둘은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폰테인은
고아원과 구빈원을 짓고 빈민들, 기생충들을 규합한다.
'너희가 쓰러졌을 때 라이언이 돌아봐줄 것 같아? 아니지, 폰테인 님이야.
폰테인 님이 다 해 주실거야!'
- 아폴로 광장, 대중집회
그는 기생충들에게 '분배'와 '복지'라는 입에 발린 약속을 했고 기생충들은 이를 믿고
라이언에 대립하는 정치세력을 만들었다.
폰테인에게는 물론 어떠한 정치적 신념도, 빈민들에 대한 구원 의지도 없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라이언이 가지고 있는 랩쳐의 '유전자 제어 키'로 상징되는
절대권력이었고 헛된 약속에 조종받는 군중은 그의 투쟁을 훌륭히 수행해나갔다. '자기 몫'을 위해 움직이는
기생충들과 이를 뒤에서 조종하는 정치가 아틀라스는 라이언이 경멸해마지 않았던 육지에서의
'큰 정부'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따라서 이 둘 사이의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 누가 이기느냐의 싸움이 아닌 누가 몰살되느냐의 싸움이었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라이언의 이상사회는 철저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짐승을 잡으려면 짐승이
되어야한다는 말처럼, 폰테인의 '큰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라이언의 사상 역시 붕괴했다.
그는 권력을 위해 사람을 죽였고, 돈을 위해 플라스미드 사업을 확장했으며
승리를 위해 자신이 만든 이념을 배신했다.
'개인'이란 말은 랩쳐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전쟁을 위해 여자 아이들을 징집하고 사람들을
이성이 없는 괴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호르몬 요법으로 사람들의 자유의지마저
상실되고나서야, 전쟁은 끝났다.
그리고 전쟁이 끝났을 때, 라이언의 이상은 이루어졌다. 랩쳐에는 이제 단 한 가지 목적만이 존재한다.
'더,더,더,더,더,더 많은 아담.'
남녀노소 모두 괴물이 된 랩쳐에서는 모두가 아담을 갈구했다.
'약육강식'이라는 논리 하에서, 모두가 경쟁했다.
거기에는 이성도 도덕도 신념도 배려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개인만이 있을 뿐.
라이언의 '거대한 고리'는 이제서야 완성되었다. 가장 완벽한 형태로,
때문에 라이언은 주인공과 대면했을 때, 이렇게 말한다.
' 나를 죽여줘.'
"랩쳐, 빅대디"
바이오쇼크에서 리틀 시스터는 많은 역할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아담의 생산과 채집만이 아니다. 왜 하필 제작자는
그런 리틀 시스터들을 어린 여자아이로 정했을까?
그 이유는 랩쳐의 권력자들이 아이들에 대해 어떤 관점을 지녔는 지를
본다면 잘 알 수 있다.
' 왜 아이들은 그렇게 많이 먹고,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는가?
인간의 성장과정은 너무나도 길며 비생산적이다. 하지만
플라스미드라면 더이상 임신과 같은 과정은 필요치 않는다.'
- 리 수총 박사
라이언의 기생충 이론에 따르자면, 아이라는 존재는 기생충의 대표
라고 할 만하다. 그들은 지성도 없고, 가치관도 없으며 스스로 무언가를
생산할 능력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요구한다.
때문에 랩쳐의 권력자들은 아이들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돈을 위해, 국가를 위해 아이들을 끌어모아 괴물로 만들었고
시체에서 아담을 채취하는 위험한 작업에 동원했다.
많은 리틀 시스터들이 이 과정에서 스플라이서들에게, 혹은 인간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사실상 랩쳐는 아이들이 채취하는 아담으로 운영되었지만, 아무도 이를 신경쓰지
않았다. 랩쳐 주민들에게 있어 아이들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에게 유일한 아군은 어른들이 아닌, 이성이 없는 살인기계 빅대디 뿐이다.
주인공의 존재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주인공도 인간이 아니다. 그는 폰테인이 라이언의 약점을 잡을 생각으로 꾸민 계략의 산물이었다.
창녀를 이용해 라이언의 수정란을 채취한 후, 이 것을 급속성장시켜 만들어낸 성인의 모습으로 만든
인조인간에 불과하다. 그의 부모, 고향, 추억은 모두 조작된 것이며 심지어 랩쳐로 오게 된 사고조차
세뇌에 걸린 주인공이 스스로 비행기를 공중납치하여 추락시킨 것이다. 랩쳐에 온 이후에도 주인공은
폰테인의 세뇌에 따라 움직이는 충직한 살인기계에 불과했다. 주인공 역시 빅대디와 다를 것이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주인공이 라이언을 제거하자 폰테인은 즉시 용무가 끝난 '살인기계'를 폐기처분했다.
그런 그를 구한 것이 바로 리틀 시스터들이었다.
아이들에게 구조된 주인공은 이제 빅대디의 복장을 입고 아이들의 수호자가 된다. 빅대디로 변한 주인공은
리틀 시스터들을 보호하며 폰테인을 향해 나아간다. 랩쳐를 부수고,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은 약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실현시키기 위해
하지만 이미 폰테인은 다량의 아담을 주사하여 손도 못 댈 괴물로 변했고,
분투하던 주인공도 결국은 패해 쓰러진다.
폰테인이 주인공을 끝장내려던 찰나, 리틀 시스터들은 숨어있던 환기구에서 몰려나와 폰테인을 습격한다.
아이들은 시체에 사용하던 아담 채취기로 폰테인을 난도질하고,
그는 자신의 '돈줄'이었던 아이들에게 아담을 모조리 채취당한 처참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게 된다.
랩쳐는 졌고, 리틀 시스터와 빅대디가 승리했다.
"랩쳐, 현실"
'인간과 기생충의 차이가 뭔지 아나?
인간이 이루어내면 기생충들은 묻는다. '내 몫은 어디 있지?'
인간이 이루어내면 기생충들은 말한다. '이웃 생각은 안 해요?'
인간이 발명해내면 기생충들은 말한다. '조심해. 그렇지 않으면 신에게 천벌받을 거야.'
- 앤드류 라이언
현재, 세계는 50년대와는 다른 또 하나의 기로에 서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담론에서부터
무한경쟁, 사교육비 문제, 의료보험 개혁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이 논쟁들의 결론은 하나로 모아진다.
'약자들을 죽여야하나, 살려야 하나' 이다.
라이언은 말한다. 기생충들은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그들을 먹이기 위해 우리의 몫을 할애하야하고, 그들에게 권리를
주기 위해 우리의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이 것은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와 재산권,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이다.
폰테인은 말한다. 저 얼간이들을 봐라 . 당장의 스프 한 그릇에,
결코 오지 않을 분배와 복지의 희망에 눈이 멀어 협잡꾼들에게
권력을 갖다 바친다. 말그대로 국민은 개새끼다.
아니, 개만도 못 한 존재이다.
이 게임에서, 리틀 시스터는 랩쳐의 모든 '기생충'들, 즉 약자를 상징하는 존재이다.
랩쳐는 사회를 위한다며 이들에게서 인성과 미래를 빼았았다.
랩쳐는 이들에게 시체, 즉 경쟁에서 패배한 낙오자들에게 아담을, 마지막 존엄까지 채취하라 강요한다.
랩쳐는 이들이 목숨을 걸고, 인성도 미래도 버리고 채취하는 아담으로 움직이지만
일반인들은 그들을 몬스터, 아니면 걸어다니는 아담 덩어리로 밖에 여기지도 않는다.
현실도 다르지 않다.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중노동을 감수하고, 가장 소득이 적은 계층이지만
가장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것은 바로 이 '기생충'들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 자신조차도. 모두가 이들을 죽이라고 하거나, 혹은 이용하려들 뿐이다.
이런 현실은 게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빅대디를 죽이고 리틀 시스터를 사로잡으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리틀 시스터를 구할 것이냐, 죽일 것이냐?
'죽인다'를 선택한다면 플레이어는 리틀 시스터의 배를 갈라 다량의 아담을 얻을 수 있다.
'구한다'를 선택한다면 리틀 시스터를 치유할 수 있지만, 아담은 소량 밖에 얻지 못 한다.
게임 내에 등장한, 이제는 아담을 갈구하는 괴물로 전락한 스플라이서들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리틀 시스터의 배를 가를 것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이념, '거대한 고리'가 시키는 대로 말이다. 짐
승의 세계 랩쳐에서 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이라면,
빅대디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리틀시스터가 사회의 약자를 상징한다면, 주인공과 빅대디는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을 상징한다.
주인공과 빅대디는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다. 빅대디는 신체 부분과 장기를 끼워맞춘 프랑켄슈타인이고,
주인공은 수정란을 급속성장시킨 인조인간이다. 그들에게는 사고의 자유도, 행동의 자유도 없다.
이성이 박탈된 빅대디는 오로지 '리틀 시스터를 보호한다'라는 일념으로 움직이는 괴물이고, 주인공은
폰테인의 세뇌 때문에 말 한마디에 사람도 죽이는 슬픈 생물이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우리들은 사회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조금씩
타협을 한다. 학교를 가고, 군대를 가고, 직장을 갖는다. 사회의 여러 가치관들을 학습하고,
행동에 옮긴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회에서 살기 위한 인간상으로 스스로를 개조하고 이윽고 그 것이
자신이라 믿는다. 그 목적은 하나다.
리틀 시스터와 같은 기생충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 노력 끝에 만들어진 모습이 랩쳐의 하수인 빅대디와 주인공이다.
게임 상에서 빅대디는 아이들의 충직한 보호자이지만 결국은 라이언과 폰테인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주인공은 선택에 따라 아이들을 구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을 남김 없이 죽이고 스플라이서의 제왕이 되어 세계정복에 나설 수도 있다.
빅대디와 주인공은 그러한 경계에 선 인간을 상징하고 있다. 아담에 눈이 먼 스플라이서가 될지,
아이들의 수호자가 될 지의 경계 말이다.
"기회"
게임 속에서, 빅대디와 리틀 시스터는 승리했다. 오랜 힘겨운 싸움 끝에
거대한 랩쳐는 이들에게 무릎을 끓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크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랩쳐가 새로운 유토피아로서 부활한 것도 아니었고, 리틀
시스터들에게 뭔가 경제적 보상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빅대디는 랩쳐가
리틀 시스터들에게서 빼앗아간 소중한 것 하나를 그들에게 돌려주었을 뿐이다.
기회
교육을 받을 기회
사랑을 선택할 기회
살아갈 기회
그들이 '기생충'이라서, '괴물'이라서 빼앗겼던 것들을
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을 빅대디는 되찾아주었다.
하지만 사회는 우리에게 스플라이서가 되라고 한다. 우리보다
약자와 경쟁해서 그들이 가진 아담을 뺏으라고 한다. 나같이 무능하고
머리 나쁜 인간은 억울해하면서도 학원도 나가고 계절학기도 나가면서
무딘 플라스미드를 갈고 닦을 수 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랩쳐를 무너뜨릴 힘은 없다. 리틀시스터들에게 기회를 돌려줄 힘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부디 자그마한 여유만은 남겨주길 바란다.
길에서 빅대디를 잃어버린 리틀 시스터를 만난다면, 모른척 눈 감고 넘아갈 수 있는 여유말이다.
-출처
http://sarammugur.egloos.com/page/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