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올림픽 배구 MVP ‘세계가 깜짝’

8게임 207득점 단연 1위… 사상 첫 수상

한국 여자배구를 올림픽 4강으로 견인한 김연경(24)이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에서 해당 종목 MVP에 선정된 것은 김연경이 처음이다. 이로써 2011∼2012 시즌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에서 페네르바체 유니버설에 첫 우승컵을 안기며 대회 MVP 및 득점왕을 차지했던 김연경(24)은 올림픽 득점왕과 MVP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MVP는 득점 이외에도 리시브, 디그 등 비득점 부문과 팀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회조직위원회가 선정한다.

예선 5경기와 8강∼3·4위전까지 8게임에서 총 207득점을 올린 김연경은 미국의 주포 데스티니 후커(161득점)를 40점 이상 차이를 벌리며 여유 있게 득점왕에 올랐다.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에서도 1위 후커(37.93%), 2위 시모나 지올리(이탈리아·37.78%)에 이어 3위(35.57%)에 오르며 순도 높은 결정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서브 에이스 7위, 리시브 성공률 9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력한 서브와 안정된 리시브, 블로킹까지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다.

세계 랭킹 15위에 불과한 한국 여자배구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최고 성적인 4위에 오른 것은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 책임지면서 경기당 25.9득점을 올려준 김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규모 배구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MVP를 수상한 것은 1973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에서 조혜정(현 대한배구협회 이사)이 선정된 이후 39년 만이며 올림픽에서는 사상 최초의 쾌거다. 특히 4위 팀에서 MVP가 선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남자부 MVP로는 결승에서 러시아에 2-3으로 역전패한 브라질의 무릴루 엔드리스가 선정됐다.

13일 대표팀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연경은 "한 달간 응원 많이 해줘서 고맙고, 메달 따지 못했는데도 이렇게 크게 환영해 주셔서 또 고맙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득점왕과 함께 MVP로 선정된 소감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공격수로 인정받은 건 정말 기쁜 일이다. 하지만 우리 팀이 메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36년 만에 오른 4강이었는데 일본에 지고 말았다"며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일본전은 앞으로도 계속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연경은 "당분간 배구 생각하지 않고 놀고 싶다"며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도 먹고 푹 쉬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그러나 김연경은 원 소속팀 흥국생명과 자유계약 신분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으며 원만하게 타결되지 않으면 법정 공방까지 벌일지도 모른다. 김연경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인스포코리아는 올림픽 직전인 지난 7월16일 "김연경이 터키 페네르바체와 2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으나 흥국생명이 원 소속 구단의 승인이 없는 계약은 무효라며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윤 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