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아니라,
제가 음식을 버릴때 죄책감을 정말 잘 느끼는 사람이라..
심지어 다이어트 중에도, 음식은 절대 안남겨요.
물론 사람인지라, 어쩔수없이 남기고, 버리고 할때도 생기지만..
아얘 적게 만든다던가,
음식점을 갈때도 다 먹을 수 있는 양인지 가늠하고 주문합니다.
뭐,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생각한다던지,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한다던지,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구요,,
저희 아빠가 예전에 병원이나 군대같은곳의 잔반을 가져다 처리하는 일을 하셨어요.
가끔씩은 빵공장이나 과자공장에서도 물건을 산더미만큼 가져오셨죠. (정말 산더미..)
예상외로 그런곳에서 버리는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한참이나 남은것들도 꽤 있었죠... ;
(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제 그 회사 제품은 보기만 해도 질리네요ㅋㅋ)
아무튼, 먹다 지치고, 동네주민들 나눠주다 지치면, 그때부터 우리가족들은
그 산더미같은 빵과 과자들을 하나하나 뜯어서 처리하기 시작합니다. (음식물과 일반쓰레기가 섞이면 안되니까 ㅠㅠ)
(포장속에 포장속에 포장같은것좀 그만했으면.. 뜯기 힘들어...)
아무튼,, 그렇게 멀쩡한 음식들을 기계적으로 버리다보면.. 오히려 그런거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점점 죄책감을 쌓아가게 되었던것 같아요.
썩어문드러진 음식을 버리는 것과,
정말 어찌봐도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것은 죄책감의 차원이 달라요..
내가 버린것도 아닌데 말이죠.. 어찌보면 버리는 것을 대행해주는 사람일 뿐인데..
마치 자기가 먹을 고기가 아닌데도, 도축을 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처럼..?
(너무 비약일까요 ㅎㅎ)
(사실 저희아빠가 도축업도 하셔서... 언제는 한번.. 아빠는 지옥갈것같다고 저한테 슬픈눈으로 말씀하신적이 있었어요..)
맞아요 ! 저희집은 도축업도 했죠. (지금은 많이 접은상태)
그래서 저는 어릴적부터 본의아니게 멀쩡한 생명이 고기로 변하는 과정을 많이 보며 자랐어요.
심지어 도축하자마자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낸뒤에 손질을 하는 아빠 옆에서,
바로바로 고기를 받아 구워 먹은 적도 꽤 있어요.
목이 잘린 돼지머리를 보며..
잔인해 보여요?
그런데 그런 경험을 하며 살다보니, 저는,
고기가 너무 소중해요.
음식 버리는 거 정말 싫어하지만, 어쩔수없이 버리게 되는 경우에도, 고기 만큼은 절대 안 버리려고 노력해요.
말똥말똥한 눈을 하고 있던 생명이 눈앞에서 고기가 되는걸 그렇게 많이 봐왔는데,
고기가 어찌 안 소중할 수 있겠어요?
저는 채식주의.. 그런건 할수 없는 이기적인 육식을 좋아하는 인간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한 생명의 죽음이 내 피와 살이 되길 바라지, 쓰레기통에 쳐박히는건 원치 않아요.
한번은 그런 적이 있었어요.
여느때와 다름없이, 아빠는 병원에서 잔반을 가져다 처리하기 전에 쌓아두셨죠.
그 근처에 동네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저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어요.
동네 아저씨들이.. 저희 아빠가 쌓아놓은 잔반통에서 고기를 건져서, 물에 씻은다음..
먹고 있었어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울고 말았어요.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ㅎㅎ..
아저씨들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건 아니에요.
(밥을 못먹을만큼 못사는 아저씨들이 아니었음.. 그냥 평범한 동네 아저씨들)
제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인간이란게 정말.. 거만하구나 !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음식이 없으면 몇달도 못버티고 죽어버리는 주제에 !!
나부터도, 저건 더러운 잔반이라고, 상하지도 않은 음식을, 마치 쓰레기처럼 생각하고 있었구나..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것을 이렇게 하찮게 대해도 될까..
물론 그 이후로, 제가 잔반을 먹거나 그런건 아니에요.. 저도 그냥 이기적이고 거만한 사람중의 한명이기때문에..
다만 잔반을 볼때마다, 더러운 쓰레기가 아니라,
인간의 거만함이 모인 덩어리를 보는 느낌이 들게되었죠. 구역질이 날 정도로..
멀쩡한 음식을 수없이 버리고,
생명이 눈앞에서 고기가 되고,
잔반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면서,
저는 음식을 버릴때 굉장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어요.
저희집 냉장고는 거의 텅텅 비어있고, (버릴까봐 애초에 많이 안 사놓음)
어쩔수 없이 남기고 와야하는 외식보다는
(한정식집 절대안감..)
남기더라도 놔뒀다 먹을 수 있는 배달음식을 선호하고,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상하지만 않았으면,
간혹 쬐끔 이상하다 싶으면, 위장이 약한 남편대신 위장튼튼 탈도 안나는 제가 먹어치우고 !!
양많고 더 싸더라도, 먹어치울 자신없으면, 더 비싸더라도 양적은 식재료를 사고!
밥을 먹을땐 마지막 밥알 한톨까지도 깨끗히 비우며 살고 있어요.
그냥 요즘따라.. 음식을 버리는걸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것 같아서 글을 써봤어요.
맛없으면 버려라, 기분나쁘면 버려라, 불친절하면 버려라,
살뺄거면 버려라, 많으면 버려라, 일단사고 남으면 버려라..
물론 비난할 생각은 없어요.
솔직히 저도, 맛없어서, 기분나빠서, 불친절해서, 살빼려고, 많아서, 일단사고 남아서, 버린적이 많아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죄책감이 계속 저를 혼내요. 그러지 말라고.
그런데 또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한입먹고 버리고, 멀쩡한걸 버리고,..
먹을사람보다 더 많은 음식을 공장에서 찍어내고...
마치 음식이 너무 많아서 주체하지 못하는것같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하나 음식을 소중히 대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좀더 제 생활방식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