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사랑니
새벽에 비가 왔나보다.
"악!!악!!!엄마...엄마...흑흑...”
여진은 거의 울다시피하며 길을 걷고있다.
"으~~짜증나,정말 미치겠네..아악!!!”
그녀는 길위의 뭔가를 찾듯이 유심히 바라보며 차마 걷는다고 하기엔
거의 서있듯,서있다고 하기엔 걷는 듯 그렇게 길을 가고있다.
그녀의 다리는 얼핏보기에도 후둘후둘 떨리고 있었으며 얼굴은 거의
공포로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있다.
그러면서 여진은 뭔가를 찾다 발견을하면 그 자리에서 거의 꼼짝도
못하고 괴성을 꽥꽥지르다가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고 용기를 되찾으면
한발한발 내딛으며 앞으로 전진하고있다.
필시 다른 이들의 눈에는 그녀가 미친사람처럼 보일것이 틀림없다.
"어떡해...짜증나..흑흑...”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앞에 보이는 건물을 바라본다.
그녀의 전공하는과가 있는 공학관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진은 생각한다.
여기까지와서 그냥 돌아갈수도 없다.
그렇다고 공학관까지 가기에는 너무나도 험난하고 멀기만한 거리였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다짐한다.
'바로 코앞이다.힘내자!유여진!!!’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고 발을 한발 앞으로 내딘다.
"악!!!”
하지만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아예 울음을 터트린다.
"엄마!!엄마!!나 어떡해...”
그녀는 울음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아예 멈추어 버린다.
"여진아!!”
반가운 목소리다.저쪽에서 현수가 달려오고 있다.
"현수야!!!”
여진은 이산가족상봉이라도 한 듯 현수를 애타게 부른다.
"으이구,이 바보야.내가 너 이럴줄 알고 너 찾아 다녔지..
지금 뭐하는거야?”
현수는 그녀를 살짝 흘겨본다.
여진은 그래도 흘겨보는 그가 마냥 반갑기만하다.
"현수야,나좀 데려다줘...”
"네가 애냐?내가 못살아!!”
말을 마친 현수는 곧바로 여진에게 등을 보인다.
그러자,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업힌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흘끔흘끔 그들을 쳐다본다.
"내가 못살아,정말 창피해서 이 학교를 그만두던가 해야지..
다 큰 애를 업고 다니고...”
"미안해..현수야.그리고 고마워...”
"시끄러!!!큭큭..어떻게 다 큰애가 지렁이를 무서워하냐?
길을 못 걸어 갈 정도로...”
현수는 그녀를 핀잔 주면서도 살짝 미소를진다.
공학관에 도착한 현수는 여진을 내려놓고 자신의 과 건물로 향한다.
"고마워.이따 수업끝나고 보자!”
여진은 얼른 공학관으로 들어간다.
.
.
.
.
.
여진은 유달리 지렁이를 싫어한다.
아니 무서워한다.
길을가다 지렁이를보면 순간적으로 식은땀이나고 발끝부터 저려오기
시작하여 그것은 다리로 점차 옮겨지고 허리까지도 아플정도로 몸에 이상한 변화가 온다.
그녀가 이렇게 지렁이를 싫어하게 된 동기는 아마도 어렸을적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장난을 좋아하고 곤충을 보면 호기심을 이기지못해 몸을 뜯어보거나 해부를 해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와 친구들은 지렁이 한 마리를 발견한다.
환대도 두껍고 아주 커다란 지렁이였다.
"와!!이 지렁이봐.정말크다..”
여진의 발견과 동시에 놀라는 말에 친구들이 달려온다.
"와!!이거 정말크다”
"와~~~정말이네”
모여든 친구들은 으레 그랫듯이 지렁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지렁이는 꿈틀거리며 이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더욱더 신이난다.
지렁이의 끝을 나뭇가지로 꾹꾹 누르던 혜인이 말한다.
"어?이게뭐야?얘들아 지렁이 안에서 왜 흙이 나오냐?”
"어?그러게..지렁이는 몸안에 흙밖에 없나봐..신기하다”
친구들은 신기한 듯 지렁이를 더욱더 꾹꾹 눌러본다.
요동을치던 지렁이가 점차 활기를 잃어간다.
"어?벌써 죽었나?”
신나게 누르던 혜인이 안타깝다는 듯 말한다.
그때 동우가 말한다.
"우리 형이 그러는데, 이렇게 커다란 지렁이는 죽으면 그냥 두면 안된데...”
"그럼 어떻게 해?죽으면 그냥 죽는거 아니야?”
동우의 말에 여진이 묻는다.
동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단한걸 혼자 안다는 듯 대답한다.
"어~형이 그러는데.이렇게 큰 지렁이는 죽으면 하늘로 올라가서
용이된데..그래서 자기를 죽인 사람에게 찾아가 원수를 갚는데..“
"정말?그럼 어떡해?”
혜인이 겁먹은 표정으로 묻은다.
여진도 동시에 겁먹은 표정이 된다.
동우가 말을 잇는다.
"그래서 큰 지렁이를 죽이면 여기 이부분있지?”
아이들은 동우가 가리키는 곳을 들여다본다.
그곳은 환대였다.
아이들은 그곳이 환대라는걸 나중에 학교에 들어가서야 알게 되었다.
"이부분을 자른다음에 죽인 사람들이 이곳에 침을 뱉어야한데...
그래야 지렁이가 그냥 죽고 용이 되지 않는데...“
"아~그렇구나.”
동우의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기로 한다.
지렁이는 정말 죽었나보다.
짓이겨진 앞뒤로 모래를 내뿜은채 꼼짝하지 않고있다.
동우가 환대를 나뭇가지로 자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지렁이가 약하게 꿈틀댄다.
"어?지렁이 아직 안죽었나봐!!”
여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괜찮아,어차피 죽을꺼야.”
동우가 대답하며 하던일을 계속한다.
지렁이는 금새 환대가 잘라져 두동강이 난다.
"자!얘들아,나 먼저 침 뱉을께,퉷!.”
동우가 먼저 자신있게 지렁이의 환대 부분에 침을 뱉는다.
그 순간이었다.
미미하게 움직이던 지렁이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지렁이는 지금까지 조용하게 있던건 장난이었다는 듯 그렇게 마구잡이로
요동을친다.
지렁이가 요동치는 모습은 지금 갓 잡아올린 장어를 기절도 시키지
않은채 껍질을 벗기는 것 보다 훨씬 더 신나게 요동을 친다.
"꺄아~~~~!!!!!”
여진과 혜인이 동시에 비명을 지른다.
동우도 깜짝놀라 뒤로 콰당하고 넘어진다.
지렁이는 이에 질세라 더욱더 거세게 몸부림을 친다.
흡사 자신의 환대에 묻은 동우의 침을 떼어내기라도 하듯 마구마구
요동을 친다.
아이들의 눈에는 그런 지렁이의 모습이 너무도 충격적이었고 너무나도
무서웠다.
"으아악~~~!!!”
괴성을 지르며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도망을 간다.
집에 돌아온 여진은 그날 밤 악몽을 꿔야만했다.
커다란 수족관에 여진이 빠져버렸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지렁이가
수족관을 꽉 채우고있다.
너무 놀라 수족관을 빠져나오려하자 그럴수록 지렁이들은 여진을
잡을것처럼 마구 몸부림을 쳐대며 그녀의 온몸을 감싼다.
밑바닥이 보이지도 않는 커다란 수족관을 그녀는 계속해서 가라앉는다.
가라앉지 않으려 미끌미끌한 지렁이를 손으로 잡는다.
요동을치며 지렁이들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다.
수족관을 꽉꽉 메운 지렁이들이 그녀의 눈,코,입,귀등으로 물밀 듯이
기어들어온다.
그렇게 끝없는 수족관 밑으로..밑으로.. 가라앉으며 모든 구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지렁이를 맞이해야했다.
.
.
.
.
.
"현수야!!우리 맥주한잔하자.”
"맥주?좋지.”
수업이 끝난 여진과 현수는 호프집으로 향한다.
맥주가 나오자 둘은 힘차게 잔을 부딪치며 맥주를 마신다.
"아!!이시려!!”
"왜그래?”
시원한 맥주를 목으로 넘기던 여진이 얼굴을 찡그리며 잔을 내려놓자
현수가 묻는다.
그녀는 한쪽 턱을 손으로 감싸며 말하다.
"이상해.현수야 너 내가 얼마나 이가 튼튼하고 좋은지 알지?”
"그럼 알지”
여진의 말에 한모금 더 맥주를 넘기며 현수가 대답한다.
"근데 요즘에 이렇게 가끔 이가 시려.”
"썩은거 아니야?”
"글쎄...모르겠어.”
"한번 병원에 가봐,네가 아무리 이를 열심히 잘 닦아도 완벽하게
닦는건 무리야.”
"그래야 할 것 같아.이렇게 가끔 이가 너무 시려서 아무것도 못
먹을때도 있어.”
말을 마친 그들은 다시 한번 잔을 부딪쳐 맥주를 마신다.
여진은 또한번 얼굴을 찌푸린다.
"여진아,너 지렁이 무서워하는거 어떡하냐?하루이틀도 아니고...
비올때랑 비온뒤는 항상 그러니 걱정이 태산이다.
항상 내가 옆에 붙어다니며 업어줄수도 없고...“
"그러게 말이야...현수 너한테 고맙고 너무너무 미안해...”
다시한번 맥주를 마신 여진이 말을 잇는다.
"이 세상에서 지렁이가 없어졌음 좋겠어.완전히...정말 필요도 없는
지렁이..제발좀 없어져 줬으면 좋겠어...“
그녀의 얼굴이 자뭇 심각해진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erial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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