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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17. 화요일
독일특파원 타데우스
FIFA를 알아?
축구는 쥐뿔도 모르지만 죽돌기자의 트윗을 보니 축구에 대해 쓰지 않으면 아니 될 것만 같은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준비한 오늘의 국제늬우스 시작해 보자.
딴지 밥 3년이면 죽돌기자도 썩개를 읊는구나. 그래도 브라의 질은… 좀 에헴…
월드컵이 시작됐다.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포츠... 아니 스포츠가 아닌 종교일지도 모른다. 그래, 축구는 종교다. 2002년 시청 앞 광장에서 그 강력했던 심령부흥회를 잊지 못해 아직도 축구만 하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우리 신도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므흣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땐 참 재밌었지 말입니다.(난 군대에 있었다고... ㅜ.ㅜ)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그 분위기가 심상찮다. 한국은 세월호 때문에 월드컵 기간에도 자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 당연 이해가 간다. 브라질에서도 극심한 빈부격차 플러스 낮은 수준의 임금과 복지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데 정부는 경기장 짓는다고 세금을 펑펑 써대니, 한창 축제의 분위기여야 할 브라질이 비판과 냉소로 물들어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러한 월드컵에 대한 불만이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월드컵 관련 소식 중 적어도 세 개 중 하나는 스포츠 뉴스가 아닌 정치적 뉴스로 도배되고 그 스캔들의 수위도 점점 높아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피파가 있다.
피파는 FIFA(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인데 왜 불어로 되어있는 거냐? "페더라씨옹 인떠나쇼날 드 푸뽈 아쏘씨아씨옹"이라 불리는 이 단체를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영어로 풀어보면 파이낸셜 패밀리(FInancal FAmily)의 약자라 한다. 어때 한방에 이해가 가지?
이 파이낸셜 패밀리가 요즘 이래저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실 스포츠에서 저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는 단체들이 욕을 먹는 것은 특이한 일은 아니다. 한국의 대한축구협회, 빙상연맹, 태권도협회 등만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파이낸셜 패밀리 "피파"는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 이들이 축구보다 돈 만지는 재미를 더 중히 여긴 결과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물론 저 가족이 하루 이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점점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피파의 정신은 아무래도 파이낸셜 패밀리의 아빠인 제프 블래터 회장이 가장 잘 표현할 것이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 피파라는 조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블래터 : 우리는 비영리 단체(non profit organization)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변함없이 비영리 단체로 남을 것입니다.
인터뷰이 : 아니 무슨 비영리 단체가 1.4 빌리언 달러(대략 1.4조 원)를 은행에 넣어두나요?
블래터 : 그건 단지 남겨둔 돈(reserve)입니다.
- 제프 블레터의 인터뷰 中 -
얼마 전 그린피스가 환율차이로 몇십 억 손해를 봤다고, 시민들이 기부한 금액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사과하고 욕먹은 거에 비하면 피파는 정말 파이낸셜 패밀리스럽다. 물론 제프 블래터는 현재도 피파에서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다음번 피파 회장 선거에 또 나와 5선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소세지 이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절대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알려고 하지 마라."
일단 월드컵이 열리면 개최국은 경기장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돈에 비해 가져가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 실제로 월드컵과 관련된 중계권, 독점 마케팅 등과 같이 큰 돈이 되는 분야는 피파가 들어와서 알맹이를 쏙쏙 뽑아먹고, 개최국은 보통 향후 '잠재적인 경제유발 효과' 따위로 돈을 벌어야 한다. 왜 그 경제유발 효과 450조의 "쥐20" 같이 말이다. 저 450조 어딨냐? 냄새라도 좀 맡아 보자 쫌!!!
피파가 월드컵을 하며 버는 돈은 대략 20억 불 넣고 40억 불 벌어간다고 한다. 당연히 매번 월드컵마다 이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겠지. 실제로 피파는 매번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 내고 있다. 하지만 많이 벌면 뭐하는가? 세금으로 다 뜯어가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그래서 그런지 파이낸셜 패밀리는 자신들의 수익에 대한 면세를 월드컵 개최지의 조건으로 내걸기 시작했다. 약삭빠르고 머리 좋은 피파의 회계사들은 2007년 남아공에 면세 혜택을 거의 반강제로 관철한 데 이어 앞으로 월드컵 개최를 원하는 나라는 미리 면세 혜택을 약속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고 하니 대단한 ‘호연지기’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축구에 있어 그들의 권력과 영향력은 막대하다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피파는 스폰서 업체에 과도한 이익을 돌려주기로 유명하다. 그들의 스폰서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피파는 한 번 가족이 된 자들의 주머니는 톡톡히 챙겨주는 마피아스러운 꼼꼼함도 가지고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도 예외가 아니다. 브라질은 11년 전부터 모든 축구장에서 술 마시는 행위를 금했었다. 팬들의 과도한 열정이 자칫 술과 함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에서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피파가 경기를 연다는데 그리고 피파의 공식 스폰서는 버드와이져인데, 그 나라의 법 쯤이야 무시해 주는 게 이 강호 축구판의 미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모든 경기장에서 버드와이저는 "Fuck the law!"를 외치며 열심히 술을 팔고 있다. 한 나라의 법보다 FIFA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I´m sorry to say, and maybe I look a bit arrogant, but that´s something we will not negotiate.
I mean, there will be and there must be as part of the law. The fact that we have the right to sell beer.
번역 : 엄~ 미안한 말이지만... 난 팔 거고 넌 사먹을 거야... 그치?
- 버드와이저 관계자 인터뷰 中 -
아무 맥주나 빨리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이쯤에서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쟤들이 썩어봐야 우리 주머니에서 돈 빼가는 거 아닌 이상 뭐 상관없는 일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럴까봐 피파는 각국에서 돈 빼가는 방법도 면밀하게 준비했다. 이 출발점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도 있다. 당시 길거리 응원을 본 피파는 또 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저렇게 길거리에 사람이 모이는데 우리한테 돈 안 내? 라는 순수하고 당연한 논리. 그에 따라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마침내 ‘공공 전시권(Public Viewing Event)’을 고안하여 ‘장외에서 2명 이상이 월드컵 경기를 볼 경우 자신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에 연관된 후원사는 피파에 돈을 내고 피파는 허락하는 기부엔 테이크의 아름다운 구조로 말이다. 여기에 피파의 또 하나의 큰 무기인 개최지 결정권 또한 빠질 수 없다. 물론 구조적으로는 각 나라의 축구 관련 대표들이 공정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개최지를 투표로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뒤에 각국의 외교력과 정치력이 결부되어, 그 결과로 선정된 개최지에서는 환호를 지르는 그러한 모습 말이다. 하지만 얼마 전 선정된 카타르 이야기를 보자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영국 일간지 <선데이 타임즈>를 통해 수면위로 드러난 이번 스캔들은 카타르가 빈 함만(전 카타르 축구협회장)을 통하여 월드컵 개최를 위해 500만 달러(대략 50억 원)의 뇌물을 뿌렸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는 이메일과 은행 거래 내역을 입수했다고 밝히면서 이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당연히 카타르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오리발을 내밀었고 수사도 이루어졌다. 수사는 당연히 공정하고 청렴한 파이낸셜 패밀리가 직접 한다. 왜냐고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런 루머는 원래 다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기 마련 아니겠나! 라고 그들은 얘기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불똥은 멀리멀리 날아 독일의 베켄바우어에게 튀어 버렸다. 피파가 사건의 전모를 밝히겠다며 임명한 미국 변호사가 베켄바우어에게 혹시 당신도 돈을 받았느냐 등등이 쓰여있는 질문지를 보냈다. 베켄바우어는 자연스럽게 이 편지를 쌩깠고 이에 피파는 90일간 베켄바우어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다.
결국, 하고픈 말은 “왜 나만 가꼬 그래!” 입니까?
베켄바우어 하면 어떤 인물인가? 독일에서 ‘축구 황제’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이 노인은 한국으로 치면 차범근 + 정몽준쯤 되는 독일 축구의 상징적 인물이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자 전임 피파 집행위원으로 실력을 행사했고 현재도 바이에른 뮌헨의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물론 그도 파이낸셜 패밀리에 어깨동무를 하고 제프 블래터와 두터운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한가족이라고 믿던 피파가 90일간의 자격정지라니. 원래 가까운 이에게 받은 배신은 더 깊이 파고들고 더 아픈 법 아니겠나. 이 일로 삐치신 아니, 정신이 반쯤 나가신 독일의 축구 황제는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다며 빌트지와 스카이 티비에 나와 자신의 처지를 밝혔다.
"90일 업무정지라는 얘기도 방금 들었어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설명하겠지요. 오늘이 4월 1일인가 해서 달력만 쳐다봤습니다. 이건 만우절 거짓말 같습니다.”
“저한테 독일어로 된 질문지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저도 독일어로 대답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좋습니다. 저는 저의 방식으로 그 질문에 답을 하지요.”
(여기서 그의 방식이라는 것은 언론에 나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변호하겠다는 것이다.)
참 대단한 축구황제 나셨다. 영어라 대답을 못한다는 이 해괴망측한 논리와 자신은 그 문제에 대답할 적임자가 아니라는 변명을 남기고 그의 인터뷰는 끝났다. 왜 “돈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에 가진 돈 전부와 손목을 걸지 못할까 싶다. 아~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말라, 뭐 그런 거 배운 건가? 불리한 질문에 대한 동문서답에는 블래터나 베켄바우어나 몽준이 형이나 다 비슷하지 않나 마 그래 생각하는 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에 돈이 모이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조금씩 해 먹을 수도 있겠지. 근데 뭐든 정도가 있는 것이다. 누가 그들더러 교황처럼 검소하고 깨끗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모든 축구 대회의 유일한 승자는 항상 피파가 된다"라는 비아냥은 듣지 않을 정도로 해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몽준이형 울지 말고 그때 돈 좀 더 쓰지 그랬어.
그럼 우리가 형의 바람처럼 카타르 대신 월드컵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형~’ 형은 서울시장보다 저기가 더 어울려~
어서 흥국이형 손잡고 돌아가~
축구는 축구고 정치는 정치다. 정치가 썩었다고 축구를 미워할 필요도 없겠지만 반대로 축구가 좋다고 그들의 정치를 미화해 줄 필요도 없다. 축구를 보는 순간에는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땀을 봐주고 경기 후에는 썩어 있는 정치집단인 저 파이낸셜 패밀리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봐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브라질인들의 시위를 보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그들은 축구에 반대해서 데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고자 시위를 한다고 한다. 축제를 누구보다 망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브라질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거리에 나온다는데 지구인들이 그냥 바라봐 주기만 하는 것도 힘이 될 것이다. 굳이 고개를 돌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 브라질인들이 축구를 싫어하겠나
사고에 대처하는 독일과 우리의 자세
베켄바우어 이야기가 나온 김에 독일 뉴스를 하나 더 보고 가자.
세월호 사태 이후 전 국민이 반강제적으로 배 구조의 전문가가 다 되어갈 지경이다. 그 이전에는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평형수니 복원력이니 다이빙 벨이니 하는 단어들이 이제는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이렇게 전 국민이 해양구조 전문가가 되어 가니 우리의 고귀한 파란 집에 앉은 공주님이 고심에 고심을 거쳐 “더 이상 해경이 필요 없다”라고 결론을 낸 것 아니겠나. 다 너님들이 잘난 덕에 해경이 없어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엔 산악사고 뉴스를 하나 살펴볼까 한다. 이 독일이란 미개한 나라에서도 얼마 전에 산악사고가 발생했다.
시간순으로 함 따라가 보자.
지난 6월 7일 12시경 3명의 탐험대가 리젠딩(Riesending: <거대한 거>라는 뜻)수직동굴로 진입했다. 독일 남부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이 동굴은 발견된 지 얼마 안 되었고 깊은 곳으로 탐험대가 들어간 것도 2002년부터라고 한다. 따라서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이 남아있기에 이 곳은 탐험가들의 군침을 줄줄 흐르게 만드는 그런 동굴이다. 마치 너님이 미소녀를 쳐다보며 하악 하악 거리듯이 말이다.
52세의 동굴탐험가이자 칼스루헤 응용 물리 센터에서 기술자로 일하는 요한 베스트하우저(Johann Westhauser)씨는 연휴를 맞아 동료들과 동굴탐험을 떠났다. 그는 예전에 이 동굴을 처음 탐사했던 팀의 일원이었으며 이번에 또 찾아갔다고 한다. 이런 동굴 성애자 같으니라고.
헌데 이 동굴이 보통 동굴이 아니다. 무려 깊이만 1Km에 달하는 무쟈게 깊은 동굴이다. 독일에서 가장 깊은 동굴이며 내려가는 길에는 군데군데 아주 좁은 구간도 있고 폭포도 있는 험하고 재미있는 지형이라고 한다. 베스트하우저 팀이 가장 밑바닥까지 들어간 시각인 8일 오전 1시 30분경 그곳에서 베스트하우저는 뜻밖의 사고를 당하고 만다. 천장에서 떨어진 돌에 그가 맞고 의식을 잃게 된 것이다. 얼마간의 의식불명 후 그는 다행히 정신을 차렸지만, 부상의 정도가 심해 이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결국, 동료 중 한 명은 그의 곁을 지키고 다른 동료는 도움을 청하러 밖으로 쉼없이 올라갔다. 동굴 밖으로 나오는 데만 무려 12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사고지점의 깊이를 쉬이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혼자 나온 동료는 즉시 근처의 산장을 찾았고 그곳에서 신고했다.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소방서는 바이에른주의 산악구조대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구조대에 연락했다. 동굴의 깊이가 워낙 깊어서 유럽 전체를 통틀어 저런 곳에서 구조활동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대단히 극소수라고 한다.
빨간 글씨로 써 있는 곳이 사고 지점이다.
사람들은 도대체 저런 곳에 왜 들어갈까?
그곳을 들어가 본 탐험가들이 말한 바로는 일단 그 풍경이 기가 막힌다고 한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동굴, 그게 거기 있어 들어간다고 한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기 위해 말이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스릴이 끝내준다고 한다.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으며 깊은 곳의 고요함은 종일 명상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라고도 한다. 해보지 않은 필자가 쉬이 상상하기 힘든 환경이다. 게다가 그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지구의 깊숙한 곳을 탐험하고 발견하는 느낌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깊은 동굴 안에 들어가는 순간 세상과 모든 연락(전화, 이메일, 전기)이 끊겨 버리니 그 안에 일정 시간 이상 들어가 있으면 자유를 느끼기도 한다나...(트위터 잉여들이 꼭 피해야 할 곳인듯 싶다.) 게다가 그 안에서는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고 옆 사람의 생명에 대한 무한 책임도 느낀다고 한다. 이런저런 바깥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은 꽤 된다고 한다.
아무튼, 사고는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너무도 위험한 상황이다. 지하 1,000m에서 아무런 연락도 안 되는데 사고가 나면 생사여탈권은 말 그대로 저 위에 있는 그분 맘이다. 하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한 노력에는 모든 힘을 쏟아붓는 것이 당연하다. 뇌진탕에 걸린 환자가 1,000m 아래에 갇혀있는 상황, 이를 위해 각지에서 전문가들이 모였다.
6월 8일 일요일 저녁 구조를 위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산악구조대, 소방관, 바이에른주의 적십자, 경찰 그리고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한데 모여 구조계획을 논의하고 역할분담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였다. 현장에서 정확한 진단을 하고 조치를 할 수 있는 의사. 하지만 사고 현장이 워낙 험한 지형이다 보니 유럽을 통틀어 그러한 지대에 들어갈 수 있는 의사는 3명밖에 안 된다고 한다. 각각 독일인, 오스트리아인, 이탈리아인 의사인 이들이 현장에 모두 도착했다고 한다.
뇌진탕 환자이기 때문에 의사가 직접 들어가 환자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처를 한 후에나 환자를 지상으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구조는 그만큼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알려졌다. 자칫 환자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이송을 시작할 경우 환자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한다.
요한 베스트하우저
11일인 수요일에 동굴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한 의사들과 구조대는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밤사이에 경과를 지켜본 후 환자가 안정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고 지상으로 이동시킬 기술팀을 준비시켰다. 다음 날 새벽 다국적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구조팀이 의사들이 요청한 의학 용품들과 구조 용품들을 챙겨 들고 투입되었다. 지하에선 환자의 이동을 위해 치료를 하면서 옮길 수 있는 들것을 의사들이 준비하고 그 작업이 마무리되고 구조대가 도착하자 환자의 이송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군데군데 워낙 좁은 지형이 도사리고 있어서 최신 구조 장비들이 전부 동원되었음에도 중간중간 들것 없이 뇌진탕 환자를 옮겨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먼저 진입했던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의사와 구조대들의 노력으로 이송작업은 예상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동굴 밖 현장의 날씨는 상당히 춥다고 한다. 알프스 산맥에 만년설이 있는 곳도 있으니 그 산맥 중 하나에 자리한 저 동굴 주변의 날씨도 짐작이 간다. 동굴 속도 기온이 낮고 동굴 밖의 산 위도 여름 같지 않게 춥고 비가 내리는 등 작업 여건은 상당히 열악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것들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현재 동굴에 직접 들어가 구조를 진행하는 팀이 여섯 팀에, 구조를 위한 동굴 안팎의 모든 인원은 수백 명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험한 지형 탓에 전문가들은 환자를 밖으로 이동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만 대략 6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환자의 상태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면 이 시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현재는 각 위치에 비박 되어 있는 팀들이 동굴 내부의 상황을 지상으로 전송하면 바이에른주의 산악 구조대에서 구조과정을 언론에 발표하고 있다. 뇌진탕에 걸리긴 했지만, 현재 환자의 상태는 안정되어 있으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며칠 내에 베스트하우저 씨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이 기사를 읽으며 나는 세월호 사고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고 사고와 구조에 관련한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이 없는 그 사건 말이다. 월드컵 기간을 맞이하여 국정 조사를 빨리 끝내려는 여당과 정부 측 입장을 바라보고 있자면 뱃속 저 밑에서부터 욕이 한 바가지 올라오지만 그게 무언가를 해결해 줄 리도 없다.
독일과 한국의 사고에 대처하고 구조하는 것을 비교해 무엇하겠나. 사고의 장소도 규모도 닮은 점도 없는 그런 사건이다. 하지만 한국은 틀렸고 독일인들은 옳은 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구조에 임하는 그 자세이다.
이제까지 언론을 통해 나온 것만 봐도 한국 해경은 애초 소방청에서 보낸 헬기를 돌려보내고, 근처의 대형 바지선 돌려보내고, 해군의 특수요원들 진입 막고, 일반 잠수사들 돌려보내고, 다이빙벨 막고, 최신 유물 발굴선 돌려보내고... 그렇게 다 돌려보내고 오로지 언딘에게만 들어가라고 시킨 해경, 그리고 이제 와 자신들은 인양하러 왔지 구조하러 온 거 아니라는 언딘. 이거 어디까지 어떻게 이해해 줘야 하는 건가 싶다.
동굴로 들어가는 구조대원
주위에 쓸 수 있는 모든 인원 다 불러 모으고 동굴에 들어가 암벽을 탈 수 있는 의사를 유럽 전체에서 모으고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가용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 독일 산악구조대와 말만 하면 거짓말이라고 언론에 의해 다 까발려지는 한국 해경이 겹쳐 보이며 화가 나는 것은 내가 뇌 없는 좌빨이라 그런 거냐? 정말 그런 거냐?
전문가는 한국에도 독일에도 분야별로 넘쳐난다. 그리고 그 프로들 사이에 수준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전문가들을 구조현장에 투입하느냐 투입하지 않느냐 이 차이가 결과의 차이로 드러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단 한 명이라도 살리려는 그 시도, 그것을 하지 않은 한국 해경! 그래서 씁쓸하다.
기사를 찾다 보니 문뜩 구조에 투입된 인원과 장비에 대한 비용과 정산과정이 궁금해졌다. 일전에 물뚝심송 님이 블로그에 쓰신 글에서 세월호 사건 구조과정에서 해경이 모든 장비와 인원을 투입할 수 없는 이유를 해경의 제한된 예산과 관련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한 점도 생각났다.
그렇다면 독일의 이번 사고는 누가 이 구조과정에 사용된 돈을 다 댈까?
그에 대해 필자의 지식이 짧아 정확하게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한 산악관광 전문가이드의 대답을 통해 얼추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얘기로는 우선 구조에 사용된 모든 금액은 사고 당사자 앞으로 일괄적으로 계산된다고 한다. 그를 찾고 구조에 사용된 모든 비용 일체가 말이다. 그 후 모든 비용은 보험사가 넘겨받아 심사를 거쳐 처리한다고 한다.동굴탐험에 관련된 보험은 스위스의 보험사들의 경우 일반 상해보험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동굴탐험은 얼핏 위험할 것 같지만, 실제 사고율은 굉장히 낮아서 일반 상해보험으로 커버가 된다고 한다. 물론 본인의 부주의에 인해 사고가 생겼을 경우 보험사와 복잡한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그리고 다른 사람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사고를 일으킨 사람의 보험으로 처리되거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사고 유발자와 피해자의 보험사끼리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이라고도 한다. 만약 누군가 전혀 보험이 없는 상태로 이러한 사고를 당하게 되었을 경우 구조에 투입된 인원과 장빗값을 스스로 내야하는 아주 조-ㅅ 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그럴 경우 사고를 당한 사람은 법원의 도움을 받아 그 금액을 30년에 걸쳐서 갚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물론 인건비 드럽게 비싼 동네니 30년이라 해도 그리 위안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번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보험 얘기가 나오는 것도 얼핏 들었다. 배에 보험이 얼마가 들어 있었다느니 뭐가 얼마라느니 하는 그런 비루한 얘기들 말이다. 구조에 얼마가 들어가든 장비가 얼마나 비싸든 304명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가벼운 값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 사회가 그들을 잃음으로써 그 가족이 지불해야 했던 모든 비용은 그깟 돈 얼마로 환산할 수 없지 않은가. 정말 누군가 저 위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사람들 구하지 못했다면 제발 끝까지 파헤쳐서 잡아주었으면 싶다. 그게 피해자 가족들이 바라는 진상조사의 한 부분이지 싶다. 그런 것 하라고 뽑아놓은 사람들이 자기 일이라도 잘 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린 그냥 트윗에서 썩개나 치면서 똑바로 감시나 하고 말이다.
세월호 사고가 오늘로 딱 두 달이다. 아직 12명의 희생자는 저 차가운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독일특파원 타데우스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