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미국 보스턴 대학교에서 사회학박사 학위를 얻은 김광기의 저서 <정신차려 대한민국>에서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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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까지 나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미국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가들이 우리보다 훨씬 전문 지식을 가진 전문 정치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진정한 엘리트라고 보았던 미국 정치인들의 진면모를 보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금권정치요, 세습정치였다.
한 예로 2008년 12월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공석이 된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직을 놓고 돈을 받고 그 자리를 팔려고 한 일리노이 주지사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나는 미국에 있을 때, 이 소식을 뉴스로 듣고는 기가 막혔다. 그리고 미국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본 결과,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일리노이 주지사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연방 상원의원의 사망 시에 주지사가 그 자리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일리노이 주에 있기 때문이다. 그 권한을 일리노이 주지사가 돈을 받고 팔려 했던 것이다. 물론 돈을 주고 사려 했던 이들은 돈이 아주 많은 부자들이다. 그런데 연방 상원의원이 어떤 자리인가 하면 워싱턴 DC에 나가 일을 보는 연방국가 국회의 국회의원이다. 단순한 일리노이 주 의회 의원이 아니다. 따라서 이 연방 상원의원에서 대통령 후보도 나오고 대통령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자리를 국민이 뽑는 것도 아니요, 일개 주지사가 임명할 수 있으며, 그 사이에 야로와 비리가 오고간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은 이런 일이 그동안 일리노이 주에서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주지사의 연방 상원의원 임명권이 단지 일리노이 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뉴욕 주 등 다른 몇 개 주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런 관행이 정계에 입문하는 이들과 그를 뽑아주는 이들 사이에 뇌물 수수 등의 부패가 만연하게 하는 주원인이 된다.
결국 미국 정계의 많은 직함들, 예를 들어 상하원 의원직이나 행정부의 고위 관리나 대통령 등 고위 관직을 차지하려면 돈을 많이 가진 자들, 특히 그런 자들로 구성된 부유한 가문이 유리하다. 결국 그런 이유로 미국의 상하원 의원직은 모두 돈 있는 가문의 세습직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이 부통령에 당선되면서 공석이 된 그의 자리인 델라웨어 주 연방 상원의원은 그의 아들이 물려받았고, 내무부 장관인 켄 살라자르의 콜로라도 주 연방 상원의원직은 그의 동생이 차지했다. 빌 클린턴 시절 부통령을 했던 엘 고어의 아버지는 테네시 주 연방 상원의원이었고, 1988년 대선에서 승리한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도 코네티컷 주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다. 그의 아들인 조지 부시 2세도 대통령을 지냈으며, 이것도 모자라 그의 막내아들인 또 다른 부시도 대통령을 할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더구나 미국 정치에는 또다른 병폐가 있다. 그것은 아무리 국제 정세나 외국 상황에 문외한인 사람도, 대통령 선거 캠프에 돈을 내면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상으로 관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니콜 아방이란 사람은 원래 음반 제작자였다. 그녀는 오바마 선거 캠프에 돈을 기부한 대가로 바하마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받았다. 그런데 그녀는 약 2년의 재임기간 중 거의 대부분을 근무지인 바하마가 아닌 미국에서 보내는 바람에 외교 업무를 등한시 해 국무부 감사를 받던 중, 2011년 말에 사임했다. 그러나 그녀는 대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곧장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 합류해 정치자금 모금에 앞장서고 있다.
2012년 2월 중순에도 오바마와 함께 저녁 만찬을 하는 대선 후원금을 내는 이벤트에 유명 영화 배우인 조지 클루니와 짐 벨루시, 그리고 현재 LA 시장이 참석했는데 여기서도 니콜 아방은 이 모임을 주선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대통령과 한 끼 식사를 할 때 드는 비용은 3만 5800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4300만원이었다고 한다. 돈도 돈이지만 이런 사람을 미국 대사로 낙하산 인사를 하고도 모자라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바로 대선캠프에 합류시켜 돈 끌어모으는데 일익을 담당하게 하다니,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방 외에도 대통령 캠프에 돈을 낸 대가로 신시아 스토로움은 룩셈부르크 대사로 임명되었다. 그녀는 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위압적이고 공격적인 태도 때문에 국무부 감사를 받던 중 2011년 초에 사임했다. 또한 하워드 거트만은 오바마의 대선 때, 50만 달러를 기부한 대가로 벨기에 대사로 임명되었는데, 유대인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혼쭐이 났다. 비슷하게 기부를 한 또 다른 기부자는 스위스 대사에 임명되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 미국의 정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아무리 국제 정세에 무식하다고 해도 대통령 선거에 돈만 많이 내면 어떤 고위직에도 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장사나 하던 사람이 전문적인 외교관의 풍모를 지녔을까? 놀라운 점은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사의 수가 총 170개 대사직 중 약 3분의 1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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