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 여동생을 교육시키기 위해 오빠가 폭력을 써서
교육을 시켰다는 글이 올라와 있더라구요. 리플중엔 잘했다는 분도 계시고
나중에 트라우마로 남을 거다 라는 분도 계시네요
그 글을 읽다가 문득 우울한 제 어린시절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풀이라도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사실 세상엔 저보다 우울하고 비참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냥 넋두리라고 생각해주세요)
저에게 3살 터울이 있는 형이 하나 있습니다. 어려서 부터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 늘 혼자 놀던 저와는 달리 형은 주위에 항상 친구가 많았습니다. 언제나 밝고 모험 기질도 넘쳐서 가끔 부모님께 혼나긴 했지만 그래도 행복해 보이고 자랑스러운 형이었습니다. 사교성이 좋은 형 덕분에 형 친구들 사이에서 껴서 놀았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절로 미소가 나오는 좋은 추억입니다. 아마 형이 없었더라면 방안에서 만화나 보면서 혼자 놀았을 거에요. 그렇게 재밌고 좋았던 형인데,제 최고의 친구였던 형인데,학교에 입학하고 사춘기에 들어가면서 저희 형제의 관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의 남자아이들이 사춘기로 들어가면 반항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합니다.(티비프로그램에서 봤는데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더라구요. 이런 과정을 통하여 정신적으로 성숙해 나간다고 합니다) 그런 사춘기가 드디어 저희 형에게 찾아왔습니다. 어렸을때 부터 형제끼리 마찰이 생겼을때 마다 자주 싸우긴 했습니다만 제가 일방적으로 맞기 시작한건 형이 중학생이 된 이때부터 였던거 같아요. 물론 처음엔 대들었지만 어느순간 부터인가 더이상 반항 할 수 없고 그냥 몸을 움크리고 조용히 맞는게 가장 적게 맞는 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형으로 부터 시작된 가정폭력은 약 5년 가량 지속 되었습니다.
어떤날은 일주일에 이틀에 한번 꼴로 계속 밣힌 적도 있습니다.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은 항상 10시쯤에나 귀가하셔서 제가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 까지 두려움에 떨었던것 같습니다. 평소에 형이 기분 좋은 날은 상관없지만 제 방에 들어와서 갑자기 욕하면서 제 이름을 크게 부를 때면 그렇게 무서울 수 없었습니다. 그땐 정말 바들바들 떨었어요. 저는 그렇게 형이 대학교 들어갈때 까지 맞으면서 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아까 여동생 관련 리플들을 읽어보니 누가 그러더군요. 형(오빠)입장에서는 동생 교육시키려고 때린것인데 동생놈들은 자기 잘못은 모르고 형(오빠)욕하기 바쁘다. 개념없다.
그 리플을 읽었을때 울컥하는 마음에 이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3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그때 왜 그렇게 제가 맞아야만 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소극적이고 말이 없는 아이입니다. 학교에서 사고는 쳐본적도 없고(형이 군대 간사이 한번 치긴 했지만 그땐 형이 없었으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성적도 우수했습니다. 친구가 별로 없었으니 집-학교-학원 오가는게 전부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형에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늘 폭력으로 돌아왔던것 같습니다. 말을 재수없게 한다고 자기말 안듣는다고 맞았습니다. 지금 기억나는걸 말해보자면 시켰는데 라면 안끓왔다고 맞았고 요리 시켰는데 성의없게 했다고 맞았고 책방에 연체벌금 200원 있는거 형이 대신 내줄꺼에요 라고 말했다고 맞았습니다. 사실에 이거 말고도 많아요.(자기 기분 나쁘게 했다고 맞았던게 대부분)
제가 잘못해서 맞을만 했다고 생각한게 약 20% 나머지는 그냥 화풀이로 맞은거 같아요. "그렇게 계속 맞았다면 차라리 이래도 맞고 저래도 맞을거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았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땐 너무 무서워서 대든다는것은 상상도 할수 없었으니깐요.
그렇게 제 사춘기는 지나갔습니다. 형에게 맞을까봐 그냥 집에서 최대한 조용히 지냈습니다. 부모님은 "형은 사춘기 때문에 속썩였는데 너는 참 얌전히 거져 키웠다" 라고 말씀했던게 기억 납니다. 부모님은 제가 맞고 자란것을 모릅니다. 그
결국 그렇게 살다보니 어린시절 제 유일한 희망은 자살하는거였어요. 높은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항상 제방 베란다 밖으로 뛰어 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했어요. '형때문에 자살해요' 라고 유서를 써놓고 죽는다면 제가 삶은 끝날지 언정 복수가 될거라고 생각했던 어린마음에 항상 그런식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당시 용기가 부족해서 막상 실행에 옮길 수 없었지만 지금도 "그때 정말 뛰어내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그렇게 형의 거친 사춘기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마침내 끝났습니다. 집에서 독립 하는 순간까지 때릴 줄 알았던 형이 더이상 저에게 주먹을 휘두르지 않더군요. 제 힘든 시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둘다 군대 전역하고 어엿한 성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형제에게 우애라든가 대화는 찾아볼수 없습니다. 단편적으로 일상적인 안부뿐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도 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형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합니다. 간혹 가족들끼리 모여서 술을 마실때가 있습니다. 그때 마다 형은 "고등학교때 자기 친구들은 동생이랑 농구도 하고 재밌게 같이 논다는데 000(제이름)은 그런것도 없다고, 난 정말 그때 그 친구들이 부러웠다'라고 모두에게 말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설움이 복받쳐 올라요. 나는 맞았던 기억밖에 없는데 아직도 분노가 치미는데,형은 저랑 농구 같이 못했던게 서운하다고 말해요.
다른 가족들도 넌 도대체 왜 성격이 그모양이냐 라고 생각해요. 맞고 자란건 전데 마음을 풀고 다 지난일로 잊어야 하는것도 저인 셈입니다.
가끔은 형이랑 단둘이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이런 얘기를 한번 해볼까 생각도 합니다. 나 정말 상처 받았고 힘들었다고 왜 어른이 되었는 데 미안하다는 한마디도 안하냐고
그런데 형 입에서 "뭘 그런걸 가지고 쪼잔하게 기억하고 있냐" 또는 "니가 맞을 짓 해서 맞은건데 뭐가 그렇게 억울하냐" 라고 말이 나올까봐 대화조차 시도하기 두렵습니다.
만약 맞을 짓 해서 맞은 거라고 말한다면 아마 제 인생은 목표는 형에게 복수하는 것으로 바뀔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더이상 취업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을거 같아요.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 였습니다. 쓰고나면 후련해 질줄 알았는데 어린 시절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기분만 더 더러워졌네요. 저말고도 힘든 사람들 많은거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 이기적인 인간이라 제상처가 치유되어야 그후에나 다른 사람들의 힘겨움이 눈에 보일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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