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아이폰 6S 가격을 보니 앞으로도 한동안 휴대폰 바꿀 가망이 없으므로 음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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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쓰는 폰은 2011년 겨울에 산 아이폰 4S 화이트임. 매우매우 험하게 다룸에도 전혀 깨지거나 박살날 생각은 없어보임. 실수로 2층에서 창밖으로 던ㅈ.. 떨어뜨린 적도 있지만 매우매우 멀쩡하게
..아스팔트에 안착함.
내구성이 매우 착함.
전화기가 전화가 안되는 점은 안착함.
카톡이 10개 이상 쌓이면 튕기는 것도 안착함.
그리고 이 착한 녀석에게는 가슴아픈 이별의 기억이 있슴.
때는 12년 초여름이었음.
갓 신입생으로 입학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동아리 MT를 떠남.
인천의 을왕리로 꿀렁이는 빨간버스를 타고 도착하여 짐을 풀던 나는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됨. 동기들과 번호를 교환하려던 때에, 휴대폰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임. 전화를 걸어도 신호는 가지만 묵묵부답이었음.
기억을 되짚어보니, 마지막으로 녀석을 목격한 것은 우릴 펜션까지 실어다 준 빨간버스의 좌석이었고, 버스의 번호를 알아냄. 당장 펜션앞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가 버스노선도를 보니 2정거장 후가 종점이었음. 폰을 빌려 정류장 표지판에 쓰여있던 번호로 전화를 거니, 해당 번호에는 회사 A, B의 버스가 다니고 있었고, 우리가 내렸던 시간 전후로 지나간 버스는 A회사의 버스 단 한대 뿐이었음.
사실 MT를 가기에는 아직 추웠던 날씨라 버스에는 거의 우리 동아리 사람들과 마을주민 1~3명정도가 전부였고, 높은 확률로 내 버스가 차고지까지 무사히 배송되었다고 생각을 하여 버스회사에 전화를 해 보았는데.. 해당 버스에서는 발견된 분실물이 없다고 하심..
결국 그날 혼자 세상을 잃은 슬픔에 취하고 아직은 익숙치 않은 참이슬의 향에 취해 쓸쓸히 잠듦. (아직 오유를 하지 않았던 그때가 생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
그렇게 날이 밝고 유레카를 외치며 그 버스에 CCTV가 달려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됨. 내 자신이 너무너무 자랑스러웠음.
당장 동기의 휴대폰을 빌려 버스회사로 전화를 걸어 CCTV를 보존해 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함. 그때까지만 해도 내 핸드폰이 차고지로 가기전에 용의자 A에 의해 습득되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음. 그런데 해당버스 담당 운전기사라는 분이 프라이버시상 개인적 목적으로는 CCTV열람이 불가능하며 4일 후에는 자동으로 삭제된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으심.
사건발생 + 1Day)
20살의 나는 아직 세상을 아름답고 공권력은 약자의 편이라는 생각에 MT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동네 파출소로 달려가 "경찰아저씨 저 핸드폰 잃어버렸어여ㅠㅠ"라고 하소연하기 시작함. 아저씨는 매우 당황해 하시며 잃어버리는 위치를 묻고는 잃어버린 지역인 을왕리 파출소로 가라고 안내해주심.
+ 2day)
그래서 다음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을왈리로 지하철과 버스를 수차례 갈아타고 돌아감. 그리고 그 길에 임대폰으로 114에 확인한 결과, 이상하게도 내 휴대폰의 마지막 수신지는 A회사 차고지 길건너의 이마트였고 오차범위는 500M였음.. 어쨌든 을왈리 파출소에 찾아간 나는 이 지역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으니 도와달라고 말했지만... 을왕리 파출소는 분실사건은 주소지에서 접수해야 한다며 동네 파출소로 돌려보내셨고 순진한 나는 "감사합니다!"하고 배꼽인사까지 하며 다시 먼 길을 돌아 동네 파출소로 감. 그러는 와중에 임대폰으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CCTV를 보존 해 달라고 요청하니 공공의 목적으로만 공개가 가능하며 보존기간은 대통령이 와도 늘릴 수 없다고 함. 이때부터 누가봐도 버스회사A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음.
어제 울며 온 애가 또 찾아오니 동네 파출소 경찰아저씨께서는 더더욱 당황함. 을왕리 파출소와 한참을 연락을 하더니 역시 그쪽 관할이 맞다며 다시 가보라고 함.
이때부터 슬슬 빡이 치기 시작했으나 우선 CCTV부터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네 파출소 아저씨에게 사정을 했지만, 버스회사또한 이곳 관할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함. 버스회사에 다시 전화를 걸어 경찰협조를 구하고 있는 중이니 CCTV를 보존해달라고 했으나 직접 경찰관이 입회한 경우에만 보존과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이 바뀜.
+3day)
결국. 다시 을왕리로 돌아옴. 이날부터 난 바다가 싫어지기 시작함. 파출소에 도착하자마자 피곤에 절은 눈으로 CCTV를 확보해 줄 것부터 요구했으나, 버스의 노선이 을왕리에만 걸쳐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인천 중부 경찰서로 가야한다고 돌려보내려 함. 이미 뚜껑이 반쯤 열려 달그락거리던 나는 동네 파출소와 중부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최종적으로 어디에서 해결할 것인지 확실히 정해서 다시 알려달라고 하였고,
결국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인천 중부 경찰서로 향함.
경찰서정도 급으로 가니, 본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대기실에서 방문목적도 쓰고, 고소장..?(진술서였나..) 도 작성하라고 하여 사건의 경위를 소상히 기록하고 습득자를 찾을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를 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음. 그리고 약 1시간동안의 대기 끝에 형사님을 만나게 됨.
형사님과 나눴던 대화는 대략 아래와 같음
(만나자마자)"학생 그거 못찾아."
"형사님 제가 위치를 확인해보니까 마지막 수신위치가 버스회사 차고지 부근이고 CCTV만 확인하면 거기에서 챙겨두었는지.."
"못찾는다고."
라고 하고는 울리는 전화를 받으며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한참 후에야 다시 돌아오심.
"학생..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나도 예전에 휴대폰 잃어버린적이 있는데, 확인해보니까 어디있었는지 알아? 몽골에 있었어. 그러니까 학생도 그냥 포기해."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이 말은 4년이 지난 지금도 곱씹어보면 열불이 터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경찰이 재산을 잃은 국민을 바빠서 지켜주지 못한다는게..
끝끝내 내가 포기를 하지 않자 내 인내심을 무너뜨린 말이 형사님의 입에서 나옴
"그러면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지 학생이 증거 모아서 와봐. 그러면 아저씨가 어떻게 해볼게"
어이가 없었음. 증거를 모으고 범인을 특정할 수 있으면 내가 형사하지 경찰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오기가 생겨 알았다고 대답을 해 버리고..
경찰서를 나서자마자 집으로 달려와 당일에 버스를 탔던 시간과 내렸던 시간, 장소를 파악하고, 그날의 버스 운행표를 첨부함. 그리고 다시 버스회사에 걸어 그날 그시간에 지나간 버스가 A회사의 0000번 버스였다는 것을 확인하여 상담사 이름과 함께 적고, 노선표를 보면 2정거장 후가 종점이었다는 것, 당시 정황상 그 사이에 그 자리에 누군가 앉았을 확률이 매우 적다는 점, 114에 확인한 결과 마지막 수신지가 A버스회사 차고지 근처이며 CCTV보존 요청을 계속 회피하는 것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그것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점 등을 A4용지 5장 정도의 분량으로 정리해 다음날 중부 경찰서로 찾아감
+4day)
중부 경찰서로 다시 찾아가니 담당 형사가 바뀌어 있었음. 앳되보이는 얼굴로 미루어 보아 귀찮아질 것 같으니 막내에게 미룬 것 같아서 더 화가 남. 어제 형사에게 했던 말을 다시 처음부터 설명하고 가져온 인쇄물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왜 내가 A회사에 휴대폰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하자,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냐고 나에게 되려 묻기에 그동안 버스회사, 기사님과 통화하며 어느정도 확신이 들었기에 그냥 기사님 번호를 넘겨주며 경찰임을 밝히고 CCTV를 확보해달란 말을 해 달라고만 함. 형사님은 생각보다 작은 요구에 흔쾌히 동의하시고, 기사님에게 전화를 걺. 기사에게 보존을 하겠다는 대답을 들은 뒤 또 어떻게 해 주길 바라냐길래 수고하셨다고, 감사하다고만 하고 경찰서를 나옴.
그런데, 경찰서 문을 채 나서기도 전에 임대폰이 울림. 번호를 보니 기사님이었음
"여보세요?"
"네 A버스회사 기사 000입니다."
"예.."
"아 알고보니 제가 그날 분실 휴대전화를 습득했는데 서랍에 넣어두고는 깜빡했네요"
이날 난 이 세상을 믿지 않기로 함.
"그래서요?"
라고 썰렁하게 대답하자 일이 너무 커진 것 같은데 자기 실수였고, CCTV확인할 것 없이 어서 휴대폰을 되찾아가라는 말을 함. 며칠째 휴대폰을 잃어버린 스트레스에 경찰서투어를 다닌 나는 이미 화가 날만큼 난 상태였기에 이미 경찰에 접수가 끝난 일이며 이 이후는 내 알바 아니란 식으로 말을 함. 분명 어린 학생이 경찰에 신고까지는 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거나, 경찰이 이런식으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일걸 알고 경찰을 들먹이며 시간을 끈 것 같았음.
다음날 인천의 버스 차고지까지 가서 휴대폰을 받으러 왔다고 하니 기사 대기실 구석에서 한 아저씨가 쭈뼛쭈뼛나와 손에 휴대폰을 쥐어주시며
"젊은 학생이 그렇게 정신머리 없이 물건 흘리고 다니면 못써!"라고 하심..
더이상 화낼 힘도 없던 나는 점유이탈물횡령으로 고소할 것이니 곧 연락이 갈 것이라고 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대기실을 나옴.
그러자 아저씨가 달려나와 온갖 집안사정부터 시작해서 어릴적 가정환경이야기까지 꺼내며 잘못했다며 고개를 연신 숙이시는데... 마음이 약해져서 알겠다고 이젠 됐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와 몇시간을 내리 잠만 잠
그리고 4년이 흐른 지금 그때 잃어버리고 그냥 새폰 살걸 하고 후회하고 있음. 전화가 안되는 전화기라니.. 카톡이 튕기는 스마트폰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