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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20370
    작성자 : 떼구루루
    추천 : 28
    조회수 : 918
    IP : 210.204.***.253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06/04/06 17:39:42
    http://todayhumor.com/?lovestory_20370 모바일
    어머니의 새 지갑
    어머니가 지갑을 바꾸셨다...
    근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연에 뽑혀서 구두 상품권이라도 보내 줄까 싶어서
    가끔 듣는 라디오 프로 "여성시대"에 사연을 남겼다......


    =======================================================================================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김해에서 취업준비를 위해 공부중인 수험생입니다. 
    저와 같은 수험생들이 요즘 정말 많습니다. 어찌 보면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땀 흘리고 있다고 변명을 하고 싶습니다. 

    매일 꼬박꼬박 열심히 방송을 듣는 청취자는 아니지만, 공부하다 가끔 머리가 아프고 지칠 때 두 분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를 들으면 씻은 듯이 나아집니다. 


    며칠 전 어머니의 지갑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 쓰시던 게 얼마나 오래 쓰셨는지 구석구석 실밥이 뜯어지고, 지퍼는 고장이 나서 잘 채워지지도 않았는데, 많이 불편하셨는지 바꾸신 모양입니다. 

    처음엔 그냥 별다른 관심 없이, 
    “아, 지갑을 바꾸셨구나” 라고만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어제 펜과 노트가 필요해서 집 근처에 있는 할인 마트를 갔습니다. 

    쇼핑 바구니에 펜과 노트를 담은 후 이리 저리 구경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발이 편해 보이는 운동화 한 켤레, 건전지 한 묶음, 깜찍한 인형이 달린 핸드폰 줄을 담으며 마트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우연히 잡화 코너를 지나다가 벨트, 가방, 지갑 등이 진열된 것을 보았습니다. 여성용 지갑이 보통 5~6만원 선이었습니다. 
    “할인 마트에서 파는 건데도 꽤나 비싸구나, 백화점에 파는 건 더 비싸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계산대로 나오는데, 계산대 근처에서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특별 균일가, 여성용 지갑 8,000원> 
    거기에서 어머니의 것과 똑같은 허름해 보이는 비닐로 된 빨간 지갑을 발견했습니다. 

    팔천원...... 
    그 순간 한참을 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헤집고 지나갔습니다. 
    내가 쓰고 있는 지갑, 옷, 신발 등의 물건들.... 

    우리는 메이커가 아닌 상품은, 옷도 신발도 장신구도 잘 하고 다니지 않는데, 아니 그보다 한 결 더해서 “명품”, 명품만을 고집하는데, 순간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게 생각되는 것이었습니다. 

    또다시 나의 생각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끔 찾는 3,500원짜리 보리밥 집에서 깔끔한 양복을 입고 식사 후 지갑을 꺼내던 한 신사분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 분의 지갑은 초등학생들이나 쓸 법한 검은색에 파란색이 더해진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지갑이었습니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는 그런 모습으로 살고 계신 것입니다. 시장에서 100원이라도 싸게 사려고 흥정하는 모습,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땀 흘리는 모습, 자식들 입에 맛있는 것 하나라도 더 넣어 주고 싶어하시는 모습... 

    당신의 자식들은 명품, 메이커만 찾아다니고, 아무 거리낌 없이 당신께서 주신 돈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쓰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서, 그렇게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쇼핑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당장 내게 필요치도 않은 물건들.... 
    신발장에 이미 여러 켤레가 있는 운동화. 
    충전지가 있음에도 충전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산 한 묶음의 건전지. 
    이미 2개나 달려 있는 핸드폰 줄 등... 

    다시 발길을 돌려서 그 물건들을 진열대로 돌려놓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계산대로 나갈 때, 그 ‘8,000원 짜리 지갑’이 자꾸 눈에 들어와서 쉽게 그 자리에서 발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작은 다짐을 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무엇이든 아껴 쓰고, 나중에 꼭 첫 월급을 탄다면 어머니께 정말로 예쁘고 좋은 빨간색 지갑을 가장 먼저 선물해 드리겠다고..... 


    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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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4/06 17:55:17  220.83.***.171  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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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6/04/06 18:35:31  61.76.***.218  
    [5] 2006/04/06 19:10:09  61.107.***.193  
    [6] 2006/04/06 21:07:57  211.232.***.65  
    [7] 2006/04/06 23:35:00  218.15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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