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가 아직 안 된 시간 강서구에서 여의도로 가는 콜이 들어왔습니다.

손님 위치에 가보니 젊은 남자분이 택시에 오르더군요.

"오늘 뉴스 보셨어요?"

그 남자 손님이 택시에 오르자마자 저에게 물었습니다.

"뉴스요? 아뇨, 못 봤는데요. 왜 무슨 일 있어요?"

저의 어리둥절한 물음에 손님이 대답했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됐어요. 미친 거 아니예요?"

"예? 계엄령이요? 지금이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손님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

"갑자기 10시 반 쯤에 티비에 나와서 계엄령을 선포했어요.

계엄사령관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시켰고요.

집회나 시위도 금지해서 위반하면 잡아가겠대요."

손님은 저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면서 저에게 속보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혤기 여러대가 국회 상공에 나타났대요. 

그리고 국회에 계엄군이 들이닥쳤대요. 

국회의원들과 몸싸움도 했다는데요."

"진짜 미쳤네요. 서울의 봄인가? 지가 전두환이야?"

저는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손님의 말을 들으면서 운전을 하다가 내비를 보니 손님의 목적지가 국회의사당으로 되어 있더군요.

"그럼 지금 국회에 가시는 거예요? 무슨 일 때문에요?"

저는 손님이 걱정돼서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손님이 대답했습니다.

"제가 조국혁신당 당직자라서요. 지금 모든 당직자들한테 비상소집이 내려와서 가보는 거예요."

"그럼 지금 조국 대표님은 어디에 계세요?"

"국회에 계시죠."

저는 계엄군이 국회로 들이닥쳤다는 소식에 걱정이 돼서 손님에게 물어봤습니다.

"계엄군이 국회에 들어왔다는데 괜찮으실까요?"

"국회의원 과반이 동의하면 계엄을 해제할 수 있대요. 그래서 저희 당 모든 의원들은 국회에 있고요."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동안 손님과 저는 이해할 수 없는 계엄령 선포에 어이없다는 반응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국회 건너편에 손님을 내려다드리고 저는 국회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조국 대표님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길 건너편에서도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였습니다.

유턴을 해서 국회쪽으로 가봤습니다.

출입문을 막고 있는 경찰들과 시민들이 대치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잠시 차를 정차시키고 오유에 접속하려 했지만 인터넷이 먹통이었습니다.

저는 한동안 국회 주변을 맴돌다가 국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차를 했습니다.

그리고 라디오로 뉴스를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계엄을 무효화시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된 저는 다시 택시운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은 계엄령이 선포된 것과는 너무나 무관해보였습니다.

과연 계엄령이 선포된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군인들이 공포감을 조성한다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계엄해제로 이 상황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윤석열을 탄핵시킬 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오늘 대통령실 앞으로 1인 시위를 하러 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