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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가 넘은 시간
콜이 없어서 방이동 먹자 골목을 천천히 운행 중이었습니다.
젊은 남자 손님 두 명이 제 택시를 보더니 손을 들어 택시를 세우더군요.
한 명은 조수석에 다른 한 명은 뒷자리에 탑승하고는 서울대입구 역으로 가달라고 했습니다.
택시를 운행하는데 앞자리에 앉으신 손님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기사님은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좀 전까지 뒷자리에 앉은 친구와 술을 마시며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도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라고 하더군요.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행복이라.. 글쎄요.. 요즘 소확행이라고들 하잖아요.
저도 뭔가 대단한 행복보다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소소한 것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냥 아이들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이나,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때,
아니면 일 끝나고 소주 한 잔 할 때 같은 것들이요."
그러자 앞자리의 손님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습니다.
"기사님이 생각하는 행복이 제가 생각하는 행복과 너무 비슷한데요?
방금 아이들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럼 결혼 하시고 자녀분들도 있으신거죠?
확실히 남자는 결혼하면 마음가짐같은 것들이 달라지나요?"
앞자리 손님의 질문에 저는 대답했습니다.
"결혼 전과 결혼 후는 잘 모르겠는데.
아이가 없었을 때와 아이가 생기고 난 이후는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막 책임감 같은 것이 생기고 그러나요?"
"책임감도 당연히 생기고요.
외식을 하려고 하더라도,
내가 먹고 싶은 것 보다는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걸 먹게 되고,
모든 생활이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죠."
"기사님이 말씀하시는 게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행복하고 너무 닮았어요."
"그러면 빨리 결혼을 하셔야겠네요. ㅎㅎ"
"아~ 그런데 쉽지 않아요. 요즘은 더 결혼하기 힘들어진 것 같아요."
그러자 뒷자리의 손님도 맞장구를 치더군요.
"맞아, 결혼 쉽지 않지."
손님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운행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우렁찬 엔진음이 들리더니 페X리와 람보X기니가 제 택시를 추월해서 앞으로 달리더군요.
그 모습을 보던 앞자리 손님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기사님은 혹시 드림카 있으세요?"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포X쉐 911이요."
"방금 지나간 슈퍼카 같은 건 어떠세요?"
"그런 건 너무 부담되고요. 911정도면 한 번 운전해 볼 만 하겠다 싶어요."
"그러면 롤X로이스나 벤X리 같은 건 어떠세요?"
"그런 차는 제가 직접 운전하면 안 되고 뒷자리에 앉아서 가야죠."
신호대기에 서있는 아까 제 차를 추월했던 차들 옆에 제 택시를 나란히 세웠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차체가 제 택시보다 한참 낮더군요.
낮은 차체에 손님들이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와~ 진짜 낮다. 저런 차 안에서 운전하면 어떤 기분일까?"
제가 말했습니다.
"제 차가 SUV거든요.
맨날 SUV만 타다가 택시를 처음 운전했을 때
차가 엄청 낮다고 느꼈는데 그런 기분이지 않을까요?"
그러자 손님들이 말했습니다.
"그럴 수 있겠네요.
유튜브에서 보니까 저런 차들은
운전자가 거의 누워서 운전하더라고요."
"맞아 타고 내릴때도 엄청 불편해 보이더라."
"그래도 갬성에 타는 거니까."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손님들과 저는 다양한 주제로 재미있게 대화를 하며 운행을 했습니다.
출발지인 방이동에서 서울대입구 역까지 꽤 긴 거리임에도 금방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도 오래간만에 유쾌한 손님들과 흥미로운 대화를 나눈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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