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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외가는 진천입니다.
어릴 적 외가에 갔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버스 터미널이 있는 읍내에서부터 외할아버지 댁까지
택시를 타고 비포장 시골길을 한참 달려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의 택시는 초록색 포니 택시였죠.
영화 "택시운전사"에 나왔던 바로 그 택시입니다.
외갓집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 울음소리입니다.
그리고 쪽 진 머리로 항상 부엌에만 계시던 외할머니와
허허 웃으시며 우리를 맞아주셨던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납니다.
외할머니께서는 말씀이 별로 없으셨습니다.
저도 아주 어릴 때라 외할머니와 대화를 했던 기억도 없습니다.
다만 외갓집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놀다가 부엌으로 들어가면
가마솥에서 긁어낸 누룽지를 한 움큼 쥐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외가집에서 무슨 굿 같은 걸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집 마당에 차양을 펼치고 동네사람들이 모두 모여
잔치처럼 상을 펴놓고 밥을 먹고 술도 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술마시고 노느라 정신이 없는데
외할머니만 하얀 소복을 입고 굿을 하느라 차린 상 앞에서
무릎을 꿇으시고 치성을 드리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외할머니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니느라 저희 집에 며칠 와 계신 적이 있는데
그 때의 외할머니는 작고 왜소한 모습이셨습니다.
옆에서 부축해주지 않으면 걷기도 힘드신 모습을 본 것이
외할머니에 대한 저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로는 진천에 있는 외갓집에 더이상 가지 않았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서울에 있는 외삼촌이 모시기로 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들램이 얼마 전에 자기 친구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 집에 다녀왔다며
우리는 왜 시골에 할머니 집이 없냐고 묻길래
아빠 어렸을 적에는 시골에 할머니 집이 있었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러다가 불현듯 시골 외갓집에 대한 기억이 나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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