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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033183
    작성자 : 택시운전수
    추천 : 8
    조회수 : 1452
    IP : 172.70.***.164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24/10/05 11:39:54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33183 모바일
    나의 대학생활 이야기
    신림동에서부터 경기도 남부의 시외지역까지 시외 장거리 콜이 들어왔습니다.

    목적지까지 손님을 모셔다 드리고 나니 심야 할증에 시외 할증까지 붙어

    택시 요금이 3만원 넘게 나왔습니다.

    요즘같이 손님이 없는 시기에 아주 고마운 손님이었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내리신 곳이 제가 다니고 졸업한 대학교 근처더군요.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는데 갑자기 제 대학 시절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시쳇말로 지잡대 출신입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게을리한 대가겠지요.

    그리고 전공한 학과도 굶어죽기 딱 좋은 문과계열의 학과였습니다.

    학교이름과 학과는 창피하니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나마도 처음에는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없어서 재수를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추가 합격되어(합격한 사람들이 등록을 하지 않아 보결로 합격) 겨우 입학하게 된 학교입니다.

    신입생 OT를 갔는데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냥 조용히 학교를 다녔던 제가

    대학에 입학해서는 조금 달라지고 싶었는지 막 나서서 뭔가를 하고 

    동기 여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고 했습니다.

    게다가 남학생이 별로 없는 문과계열의 학과 특성상 저의 이런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확 띄게 되는 결과를 얻게 되었죠.

    그리고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자 저는 어느새 학과 내에서 인싸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매일 술자리에 불려다녔고 주변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었으며

    여러 동아리에서 가입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때 저의 관심을 끈 곳이 있었는데 그 곳은 대학 신문사였습니다.

    흔히 학보사라고 하는 그 곳은 대학생들이 직접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서 교내 신문을 발행하는 곳이었습니다.

    마침 학과에 신문사에 다니는 선배가 있어서 물어보니 
     
    저를 신문사 사무실로 데려가서 선배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입사원서도 작성하고 향후에 있을 필기시험과 면접 일정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신문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이 퍼지자 저희 학과에서 지원자가 많이 생겼습니다.

    평소에는 많아야 대 여섯명의 지원자가 있었는데 제가 지원했던 해에는 저희 학과에서만 8명,

    다른 학과에서 지원한 학생들이 4명, 
     
    총 12명의 학생이 지원을 했더군요.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합격한 학생은 총 8명으로 
     
    저희 학과에서 저를 포함해 4명, 다른 학과 학생 4명이었습니다.

    너무 한 학과에 편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역대 최다 인원이 신문사에 입사를 하게 된 기록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한 학기도 채 지나지 않아 신문사에 남은 인원은 저를 포함해 3명밖에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신문사라는 곳이 생각보다 바쁜 곳이더군요.

    교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나 사건들을 취재해야 하고 

    간혹 있는 외부 행사에도 취재를 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학보사의 특성상 학생운동과도 연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집회나 시위가 있으면 그 곳에 가서 최루탄 연기를 마시며 취재를 하기도 하고

    같이 민중가요를 부르면서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국 대학신문 기자 연합(전대기련)이라는 전국적인 단체가 있어서

    다른 대학의 학보사와 서로 교류를 하거나 연대하여 큰 행사에서 같이 취재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도 한총련 출범식이나 815 범민족대회 등 큰 행사에 선배들을 따라가 취재를 하며

    자연스럽게 학생운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약 1년 여의 시간을 신문사에 매진하며 지내다보니 어느새 학과 활동은 참여하지 않게 되고 

    저는 다시 학과 안에서 아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업에도 소홀하여 2학기에는 학사경고를 맞기도 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니 부모님께서도 제가 신문사일을 하는 것을 반대하셨습니다.

    특히 공무원이셨던 저희 아버지께서는 제가 학생운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셔서

    빨리 군대나 가라고 저를 압박하셨습니다.

    하지만 신문사 활동을 계속 하고 싶었던 저는 난생 처음으로 부모님께 반항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나를 이대로 군대에 보내면 군화끈에 목매달고 죽어버리겠다며 난리를 치는 저의 모습에 경악을 하신 부모님은

    저를 격리정신병동에 강제 입원 시키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학교를 휴학하게 되고 정신병동 입원경력으로 인해 병무청에서 재검을 받아 군 면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한 군 면제는 향후 사회생활을 할 때 일종의 낙인이 될 것 같아서

    저는 다시 병무청에 재검신청을 하여 군대에 가고 싶다고 피력한 결과 
     
    4급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간만에 제 대학시절이 생각나 저의 폭풍같은 대학 1년차 생활에 대해 써봤습니다.

    지금도 학보사 활동과 학생운동을 했던 제 과거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 반항하며 가슴에 못을 밖았던 제 행동에 대해서는 후회하고 있습니다.

    저와는 정치성향이 정반대이신 부모님이시지만 부모님 앞에서는 정치이야기를 자중하며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도 제 정치성향을 아시기에 크게 뭐라고 하시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가끔 정치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저를 의식하시는지 말씀을 아끼시는 모습을 보이실 때도 있습니다.


    출처 96년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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