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버릇이 여든을 가는 법이죠.
처음에 길이 든 버릇이 보통 사람의 일생을 함께 합니다.
신경숙씨가 그토록 자주 '표절'문제로 도마에 올랐지만
그녀가 역시 그토록 이 문제에 둔감한 이유는 뭘까요?
한가지 가설을 세워 봅니다.
그녀에게는 그 정도 수준(?)의 CTRL+C, V 는 그녀에게는 표절이 아닌 겁니다.
그녀는 익히 알려진대로 낮에는 공장을 다니며 야간에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대에 진학을 합니다. 그리고 졸업 후 '풍금이 있던 자리'가 대단한 인기를 끌 때까지
두 가지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3년을 꽉채운 라디오 구성작가와 잡지사 기자였죠.
잡지사 기자와 라디오 구성작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두 가지 직업은 늘 글을 씁니다. 그러나
온전히 본인의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어디선가 괜찮은 소재나 문장을 가져다가
DJ의 목소리나 잡지와 방송의 취향에 맞추어서 변형을 시키고 각색을 하는게 일상적입니다.
다른 소설이나 에세이, 신문의 논평도 주석이나 출처없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저작자에게서 '내 글을 방송에서 다루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듣습니다.
20대 후반의 3년을 신경숙이 라디오 구성작가를 했다는 객석의 인터뷰를 읽고서
저는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매일 라디오에 나오는 '오늘의 한마디'나 '감동있는 사연'의
한코너로 읽으면... 꽤나 적절하구나 싶었습니다.
그녀를 "한국 문학의 보이는 권력"이라고 보면 이번 사건은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에 "전직 라디오 구성작가의 소설" 이라는 다른 패러다임과 관점에서 봐야
신경숙의 과거의 행동들과 현재의 함구가 이해가 됩니다.
그녀는 늘 같은 일을 해 왔을 뿐입니다. 그녀로써는 억울 할 수도 있습니다.
왜 20대와 30대 때는 '잘한다 잘한다' 하다가 40대와 50대에는 '표절이다'라고 욕을 할까.
그녀의 비극은 '성공한 라디오 작가'를 넘어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자의반 타의반 되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만일 그녀가 적당한 성공과 유명세를 얻었다면 지금과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나친 성공이 부메랑이 되어 날아 온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