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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20327
    작성자 : but&그리움
    추천 : 12
    조회수 : 1027
    IP : 221.157.***.145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06/04/01 21:16:07
    http://todayhumor.com/?lovestory_20327 모바일
    라이터가 맺어준 사랑



      * 라이터가 맺어준 사랑 *






      있지
      선을 볼 때마다 퇴짜를 맞는 총각이 있었어.

      그 총각은 너무나도 착하고 성실했지만
      여자들은 그 총각의 착한 내면을 알지 못 했던 거야

      화려하지 않은
      아니 조금은 부족한 듯한 겉모습에 모두들 돌아서 버렸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총각에게 선자리가 들어온 거야

      내심 ‘이번에도 안 될 걸 나가지 말까 ? ’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매번 자리를 마련해 주는 아주머니께 미안한 맘이 들어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다란 각오로 선을 보러 나갔어.

      그런데

      혹시나 했던 맞선이
      역시나 되어버렸어

      여자는 몇 마디 나누지 않은 채
      약속이 있다며 나가 버린 거야

      남자는

      돌아서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모님과 자신의 절룩거리는 다리를 원망하기 시작했지

      어릴 적 빠른 치료만 있었더라도
      완치될 수 있었던 자신의 다리
      그 다리가 그리 미울 수가 없었어.

      쓸쓸히 커피숍 밖으로 나온 총각은
      잎을 다 떨어뜨린 나뭇가지를 보며
      어쩜 초라한 나의 모습과 이리도 같나 싶어
      나무 기둥에 기대서서 담배를 꺼내 물었는데

      한 번

      두 번

      세 번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이려 해도
      불어오는 바람에 자꾸만 꺼져버리는 거야

      총각은 이제 라이터 불마저 자신을 무시하는 구나 싶어
      라이터를 힘껏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쳐버렸지

      그런데 그때 ...

      때구루루
      그 라이터가 지나가던 한 여자의 발 아래로 굴러간 거야

      여자는


      자신의 발아래에 굴러 온 라이터를 한번 보고
      총각을 한번 보고

      라이터를 한번 보고
      총각을 한번 보고

      총각은

      자신과 라이터를 번갈아가며 보는 여자에게
      갑자기 미안한 맘이 들었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냥 그 여자의 눈빛이 그런 미안한 맘을 가지게 했다나...

      남자는 미안하다는 뜻으로
      가벼운 목례를 하고 돌아서서 가려는데
      여자가 남자를 불렀어.

      ‘ 저기 이거 ’

      여자의 고운 손에 쥐여진 것은
      꽤 비싸 보이는 라이터였어.

      ‘ 이건 바람 불어도 꺼지지 않을거에요 ’

      남자는 이게 꿈인가 싶었지
      늘 여자에게 차이기만 했던 자신에게
      여자가 선물이라며 라이터를 건네니 말이야

      ‘ 괜찮습니다 ’

      남자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 고맙습니다 ’ 가 아닌
      어찌 보면 쌀쌀 맞을 수 있는 ‘ 괜찮습니다 ’

      괜찮다는 말에 여자는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가
      재킷 주머니에 라이터를 넣어주며 말했어.

      ‘ 이 라이터 제게 정말 소중한 거예요
      필요하실 거 같아서 ..
      받아주세요 ‘

      여자는 가을 햇살처럼 싱그런 미소를 남기고
      그렇게 가버렸어 ~

      남자는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주머니 속에 라이터를 넣어준
      그 여자가 머릿속에서 뱅뱅 돌아 다녔지

      ‘ 소중한 라이터라는데 ...
      난 일회용 라이터면 되는데 ... ‘

      남자는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다 주머니 속에서 꺼내보았어
      그런데 라이터에
      조그마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져 있었어.


      ‘ 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 딸 미정 - ’

      순간

      여자의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거라는 말과 함께
      라이터를 돌려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발길을 돌려 아무리 여자를 찾아도 여자는 없었지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여자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어.

      떨어진 낙엽은 쌓여가고
      바람은 더욱 차가워지고

      그리고 겨울

      남자는 여자를 만날 길이 없었어.
      오직 아는 건 여자의 이름 뿐 ...

      오늘도 남자는 라이터를 보면서 기원을 하지 ...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길 ...
      꿈속에 서라도 만날 수 있길 말이야


      (계 속 ..)

      - but&그리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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