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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030241
    작성자 : Re식당노동자
    추천 : 11
    조회수 : 1380
    IP : 14.42.***.101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24/08/16 09:05:27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30241 모바일
    어제 철물점 갔는데 고앵쓰 있었음
    매장 수도꼭지 박살났음.

    일단 박살낸 인간 색출하고 인민재판 했음.

    수도꼭지 박살낸거 가지고 왜 인민재판까지 했는지

    잠깐 썰을 풀어보겠음.

     

    수도꼭지 박살난건 큰 문제는 아니였음 사실.

    박살나라고 있는 소모품이 박살날수도 있지 뭐.

    근데 박살난 수도꼭지가 있던 자리를 보며

     

    "직경이 좀 큰데 이거 사이즈가 따로 있겠지?"

     

    중얼거리며 턱을 쓸어넘기고 있는데

    아주 머~~얼리서 들리는 맑은 목소리.

     

     

    "부장님! 일단 밸브 다시 열어볼게요!"

     

     

    밸브를 왜 열어! 난 다급하게 외마디로 외쳤음.

     

     

    "예!?"

     

     

    쿠릏쿠쿠 콰아아아아아 소리와 함께

     

     

    8e127b7b2ec41634dcda661578e79f7a.jpg

     

     

    진짜 위 짤 처럼 직격으로 물줄기 시원하게 맞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채로 매장안으로 들어와 소리지름.

     

     

     

    "그걸 왜 열어!!!"

     

     

     

    밸브를 연 직원이 멋적어하며 "예 라고 하시길래요..."

     

     

    "그게 말이야!! 상식적으로!! 구멍난 걸 왜 굳이 열어!!

    밸브 안잠가?!"

     

     

    밸브를 열었던 직원은 그러나 닫는 방법은 모르는 것 같았음.

    무슨 스타워즈에 나오는 드로이드 군대도 아니고 뭔 씨.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하도 화를 내서 당황했다고 함)

     

     

    아무튼 밸브를 닫고 뭘 고치는 중에 밸브를 여닫거나 차단기를 올리면

    안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장연설을 조곤조곤하게 해야 했으나

     

    갑자기 피복 벗겨내는 도중에 차단기 올려서 불귀의 객이 될뻔한 사건을

    떠올리니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인민재판을 열어버린 거였음.

     

    뭐 아무튼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했음.

    날씨가 더우니까 옷은 금방 마르겠다 싶었음.

     

     

    "또 밸브 열어 아주? 나 없는동안 또 열어 그냥?"

     

     

    난 철물점으로 가기 위해 문을 나섰는데, 다른 직원이 와서 사뭇

    내게 날카로운 지적을 했음.

     

     

    "철물점은 빨간날은 안열어요. 연 데가 없어요."

     

     

    "내가 그걸 모르겠냐고요!"

     

     

    우리동네에는 공휴일날도 여는 철물점이 있음 ㅇㅇ

     

    다른데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거기는 열음. 아무튼,

    내가 그거 생각도 안하고 나왔겠냐고!

     

     

    아무튼 차에 시동걸고 휴 이제 옷좀 말리면서 가 ㅈ...

     

     

    비오네 싯팔 그것도 아주 많이.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들으며 침울하고 꿉꿉하게 철물점으로 갔는데

    철물점 주인이 "아유 비 많이 오죠. 많이 맞으셨네" 하길래 속으로 생각함.

     

     

    '비 아니에요...'

     

    거대한 철물점 주인은 장비마냥 으허허 웃으면서 수도꼭지를 꺼내줌.

     

    아무튼 물건을 잘 구입하는데 카운터에서 '애옹애용' 하는 소리와 함께

    장판교마냥 카운터에 앉아있던 장비 주인이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형아 볼래요? 쪼기 와쪄요? 형아 뭐 사러 와쬬요? 형아 보러 가자 쭈쭈"

     

    하면서 고양이 출격시킴.

     

     

    애옹애용 하면서 고양이 나오더니 발밑에 발라당.

     

     

    휴 이 잔인무도한 주인장 같으니. 효과적인 타격이였다.

    이런식으로 손님을 홀리는구만.

     

     

    난 황급히 카드를 내밀고 쪼그려 앉아 고양이 등을 쓰다듬음.

     

     

    "형아 수도꼭지 사러와쪄요~ 야옹이도 수도꼭지 뭔지 알아요~?"

     

     

    모든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지며 난 어느새 고양이 등으로 드럼을 치고 있었음.

    고양이가 배도 까줌. 이자식 묘권따윈 없군. 마음껏 쓰다듬어주마.

     

     

    고양이 폭격에 힐링하고 기분좋게 돌아오는 길,

     

     

    '그래 잘 모르면 그럴 수도 있지 다음부터는 좀 부드럽게 말해야겠다.'

     

     

    고양이 테라피로 마음의 평화를 찾은 나는 돌아오자마자 밸브를 연 채

    구멍을 어떻게든 막아보겟다고 본드칠을 하는 직원을 마주했고  고양이테라피는

    개뿔 "야 이 그걸 왜 쳐 막아!!!" 라며 또 사자후를 지름.

     

     

     

    근데 이게 고양이 이야기야 수도꼭지 박살나서 전사할뻔한 이야기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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