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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20299
    작성자 : 무법천지
    추천 : 12
    조회수 : 241
    IP : 203.229.***.212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06/02/22 06:33:24
    http://todayhumor.com/?sisa_20299 모바일
    감동적이긴 하지만, 극복해야할 과제[펌질]
    [네이트 글을 서프에 펌질했던 걸 다시 여기로 쓰리 쿠션]

    30 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엊그제의 일이었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있던 퇴근무렵, 친구녀석과의 저녁약속이 생겼죠. 우리는 술먹기 전, 우선 허기진 배를 먼저 달래보자 합의를 보고선,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근처에 보이는 작은 순대국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 아줌마 순대국 둘이요~" 을 외치고 밥이 나오는동안 우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한참 웃고 떠들어대고 있을때였습니다. '딸랑~' 문이 열리는 종소리와 함께 어떤 할머니가 한손에 지팡이 다른한손엔 껌 몇통을 들고 들어오시더라구요. 누가봐도 껌 팔러 오신 할머니임을 알수 있을거지요. 들어오신 할머니는 두리번거리시더니 어떤 테이블을 거치신 후 역시나 우리들 자리를 향해 한발두발 옮기시더라구요. 물론 저역시 할머니가 식당안에 들어오시는 순간 직감을 했던 일이기도 하구요. 식당안엔 우릴 포함해 3 팀정도밖에 없었으니까요.^^ 
     우리 테이블로 다가오신 할머니는 말없이 껌이 올려진 손을 내미셨고. 저 또한 실갱이가 싫어서 그저 무덤덤하게 천원짜리 한장을 내밀었습니다. 껌을 안사게되면 계속 옆에서 껌하나 사라고 강요들을 하시잖아요.. ^^ 하도 당하다보니 이젠 예상되는 실갱이가 싫어서 그런 후 전 계속 우리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할머니는 가시질 않으시고 옆에 서서 느릿한 동작으로 주섬주섬 무엇인가 꺼내시는거에요. '또 무얼하시려고 이러시나..'하는 생각에 할머니의 행동을 주시했죠. 

    할머니는 겉옷주머니에서 동전들을 꺼내어 동전 숫자를 세시더니만 우리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껌 옆에 동전을 놓으시더라구요. 전 할머니에게 " 할머니 잔돈 괜찮아요.." 말씀드렸죠. 할머니는 아무런 대꾸도 안하시고 고개만 한번 꾸벅(고맙다는 뜻으로)하시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기시더라구요. 저도 고개가 갸웃하더라구요.. 이런 경우 잔돈을 거슬러 받은 경우가 없어서..^^ 
    일반적으로 껌파시는 분들은 이럴경우 잔돈 안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가요?^^ 
    볼일을 다 보셨다고 생각하셨는지 할머니는 식당 아주머니께 목인사를 한뒤 나가시려하는데 그 순간 식당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로 다가가 뭐라 말씀하시더니 할머니를 어느 빈 자리에 앉히시고 순대국 한그릇을 말아오시더군요. 아마도 안스러우신 아주머니가 선심을 쓰신듯 하더라구요. 그 모습을 본 우리는 너무 흐뭇하더라구요.. 그 할머니가 더욱 불쌍해 보이시고.. 전 고개를 다시 고개를 돌려 우리 테이블위에 놓인 껌과 동전을 쳐다봤죠..그런데 뭔가 이상하더니만 ..동전이 꽤 많다는 생각에 동전을 세어보니 700 원이었어요. 일반적으로 껌 한통이 동네 수퍼같은데서도 300 원하지 않나요? 그런데 700 원을 거슬러주면 
    남는게 뭐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할머니라 시장경제를 모르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친구녀석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야! 가서 잔돈 드리구 와" 
    전 고개를 끄덕하고 동전을 가지고 할머니께 다가가 말씀드렸죠.. 
    "할머니 계산 착각하신듯해요.. 거스름돈이 너무 많이 왔네요"
    할머닌 제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1000원 받고 700원 내어드렸으니 맞네요" 
    하시며 아주 인자하게 웃으시더라고요. 순간 전 할머니의 표정과 어조를 대하면서 이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니신듯 여겨졌고, 이 일 또한 하신지 오래되지 않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잖아요. 버스나 지하철 혹은 횡단보도같은데서 보면 그런 분들 일반적으로 막 떼쓰시면서 횡포 아닌 횡포부리잖아요. 근데 이 할머닌 그런 분들하고 말씀하시는거나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라구요. 할머니가 그리 말씀하시는데 더이상 다른 할말이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머쓱한 모습으로 전 자리에 돌아오니 친구가 왜 그냥오냐고 묻기 시작했고 전 대화 내용을 다 말해주었죠.. 친구 녀석도 의아해했고 그때부터 우린 그 할머니를 힐끔거리며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하게 되었죠. 

     식당아주머니가 무상으로 차려주신 식사를 조용히 아주 정갈하게 드시고 계시더라구요.. 테이블에 국물이라도 조금 흘리시면 이내 곧 깨끗이 닦으시고, 식사를 다 하신후 빈 그릇을 손수 챙기시더니 아주머니께 주방에 들어가도 되냐고 설겆이를 하시겠다고 그러시는거에요. 아주머니는 (웃으시면서) "됐어요~"를 연발하시면서 만류하시고.. 미안해 어쩔줄 모르시는 할머니를 보고있자니 전 속이 계속 울렁거리고 목이 메어서 자꾸 켁켁거리게되더군요..^^;; 
    결국 아주머니의 만류로 할머닌 다시 자리에 앉으시고 아주머니가 가져다주신 수정과를 다소곳하니 부처님과도 같은 표정으로 드시고 계시더군요. 전 더이상 그냥 앉아있기가 힘들었어요. 
    "야 어디가~?" 친구의 물음을 귓전으로 흘리고 전 할머니 앞에 앉았어요.
    할머닌 흠칫 놀라시면 물끄러미 절 바라보시더군요. 
    "할머니. 그 껌 그리 파시면 남는게 없을실텐데.. 좀더 받고 파셔도 괜찮아요. 른 사람들도 그보다 비싸게들 팔아요..혹시 처음 사오신 가격을 잘못알고계신거 아니에요?" 
    이리 여쭤봤죠. 할머닌 어린아이 달래는 듯한 인자하신 표정을 지으시며 웃으시더니 이내  

    "청년 걱정해줘소.고마워요. 껌은 이리 팔아도 남아요. 하나 팔면 50원씩 남으니 괜찮아요" 
    이러시네요. 50 원씩..ㅡㅡ; 
    너무 정직하시고 순수하시고 불쌍하신 할머니. 물론 할머니는 정당한 경제활동과 함께 보람을 느끼실수도 있으시겠지만, 그건 이론일 뿐 저에겐 너무 착하고 불쌍하신 할머니의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아 네~ 그러시구나.." 
    이 말만, 남긴 채 전 또 머쓱한 표정으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친구 녀석 또 뭔일인가 싶어 물어왔고 전 또 설명을 해주자, 친구 녀석 또한 할머니가 불쌍하시다는 표정으로 ' 흠~' 탄식만 연발하더라구요. 둘 다 잠시 멍하게 수정과만 깔짝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녀석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더니 지갑속 현찰을 몽땅 꺼내놓더군요. 
    "야 3만 8천원있다. 너 얼마있냐, 다 꺼내봐바" 
    역시 내 친굽니다..^^ 저도 서둘러 2만3천원을 꺼냈죠. 
    할머니께서 동정받는 맘이 드시면 더 죄송한 행동이겠지만, 그 순간 저희는 우리의 가슴 저밈을 해결해야했습니다. 그렇게라도 야 잠을 편히 잠을 잘수 있을것 같아서..(혹시 할머니께서 그날 맘 상하셨으면 정말 사죄드리고요. 죄송합니다) 
    전 그 돈을 쥔 손을 할머니가 눈치채시지 못하게 주머니 속에 넣고 할머니께 다가갔습니다. 
    절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할머니의 시선을 피하며 " 할머니 이거..맛있는거 사드세요" 
    하며 할머니 손에 돈을 억지로 쥐어드리고 우린 후다닥 서둘러 식당을 나왔습니다. 
    "이봐요..." 라는 말과 의자가 끌리는 소리(할머니가 일어나시나 봅니다)를 뒤로한 채 
    전 친구에게 "야 어서 더 빨리 뛰어" 를 외치면 어렸을 적 체력장이 연상될 만큼보다 우리들은 더 빨리 (^^) 뛰었습니다. (할머니 시야속에 계속 있다간 할머닌 쫓아오실거고, 뛰시다 넘어지시면 큰일이니까요..) 
    어휴..글을 계속 쓰고있으니 자꾸 할머니 얼굴이 떠오르네요.. 아..또 눈물이..뎅장..^^;; 
    그날 우린 시끌벅적한 포장마차 속에서 우리둘만 심각해서 술잔을 부딪혔네요..^^ 
    친구 녀석은 돌아가신 자기 할머니 얘기하다 결국 꺼이꺼이~ 울고..아무튼 덤앤더머 짓을 좀 했네요...ㅎㅎ 

    무의탁 노인...경제력없고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어디 맘편히 쉴곳없는 분들. 요즘 신문이나 매스컴상에 흔한 기삿거리인 청소년들 교내 왕따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들은 흥분하고 교육적 개선을 도모하고있죠.. 
    왕따 학생들..물론 불쌍하고 많은 관심과 보살핌 필요하죠. 그러나 무의탁 노인들.  그분들보다 더한 왕따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왕따 학생들. 그나마 걱정해주고 보살펴주는 부모 형제가 있을것이고, 사회이슈가 될만큼 사회적 관심을 받을수 있잖아요. 무의탁노인들은 정말 이사회에 홀로 서서 그 모든걸 감수해야합니다. 보살펴줄 지켜줄 부모 형제. 심지어 자식으로부터 외면당한...
    저 역시 평소 그런분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드네요..물론 억지와 생떼로 우릴 당혹스럽게 하시는 분들도 적잖이 많이 보지만.. 제가 만난 할머니같으신 분들도 꽤 많으실 듯합니다. 단지 늙고 힘없고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경시당하고계신분들 많으실거에요. 
    전 풍족하진 안습니다. 그러나 비록 전세이긴해도 퇴근후 쉴수있는 저의 보금자리가 있고 따뜻이 대화할수있는 부모님과 형제, 가족이 있습니다. 또한 더 노력해서 돈도 많이 벌고 더 잘 살아야지 하는 희망을 가질수 있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분들 집 가족 뿐만아니라 이젠 노력에 대한 희망마져도 가지기 힘든 상황에 계신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그분들 지금은 희망이 필요한것이 아니라 주위의 관심과 함께 본인도 이사회의 구성원이구나 하는 마음만가지실수 있어도 무척 행복해하실 것이라 생각되네요. 저 역시 지금은 큰돈으로 그분들에게 도움을 줄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이제부터는 주위를 한번 되돌아볼려구요..직접적인 도움은 드리기힘들지라도 그분들께 관심과 공경의 눈빛만이라도 보내드릴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하면서 주저리주저리 긴글 마칠게요..^^ 
    점심 식사후 껌을 씹고있는데.. 휴..또 가슴이 울렁거려요..^^;; 

    네이트에 올라온 글인데, 참여정부가 특히 신경써야 할 일이 아닐까 합니다. 생활보호 대상자 선정도 잘못되어서 정작 도움받을 사람은 못받고 충분한 재산이 있는 사람이 혜택받는다는 기사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세금을 올리는게 문제가 아니라 있는 돈과 제도로 개선만 해나가도 지금보다 훨씬 좋아진다고 봅니다. 특히 보건복지부도 엉뚱한 ..다소 실효성이 의심되는 일보단.. 진정한 이런 복지정책...투명하고 진짜 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을 해 나가는게 중요합니다. 맹바기의 청계천 복원사업보다 훨씬 값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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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22 06:38:29  220.230.***.59  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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